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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실사 초읽기, 대우조선 노조 "결단코 저지" 일촉즉발

관계자 "25일부터 웹하드 통해 서류 주고받아"…현중·산은 "전혀 사실무근"

2019.03.29(Fri) 14:41:46

[비즈한국]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기업실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익명을 요구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5일부터 본실사(현장실사) 전 단계인 예비실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4월 초에 실사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이르면 다음주 중으로 현장실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인수·합병 사정에 밝은​ 내부 관계자는 “양사만 공유하는 웹하드를 통해 현대중공업이 자료를 요청하면 대우조선이 넘겨주는 방식으로 실사가 이번주부터 진행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현장실사가 이동걸 회장의 말처럼 빠르면 4월 초인 다음 주쯤 이뤄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요청한 자료를 무작정 넘겨주는 것은 아니다. 대우조선도 내부에서 보안성을 검토해 자료를 최소한으로 주려고 한다. 내부 자료만 공개하고 인수·합병이 되지 않는 상황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면서도 “인수자가 요구하면 결국 넘겨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예비실사를 이미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8일 부산 중구 산업은행 영남지역본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4월 초 실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이종현 기자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은 이를 부인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업실사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 없다. 서류가 오간 사실도 전혀 없다”고 답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사이에 일어나는 일은 알지 못한다. 실사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하려고 생각 중이지만, 노동조합 반발 등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서 정확한 날짜는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 노조를 비롯해 지역사회, 정치권 등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기업실사를 두고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는 지난 22일 성명서를 내고 해외 공정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이전에 이뤄지는 실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해외 공정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하면 이번 인수·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문상모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 회장은 “해외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대우조선 기업실사를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만약 인수·합병이 무산되면, 대우조선은 내부 기밀, 영업 정보를 다 빼앗긴 상황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기업실사를 하더라도 해외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이후에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 지역사회, 정치권 등은 해외 공정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이후로 실사를 미루라고 주장한다. 대우조선 노조는 현장실사를 결단코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지난 2월 21일 대우조선 노동조합이 대우조선 매각 반대 상경 투쟁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인수·합병은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일본,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등 30여 해외 공정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앞두고 있다. 한 국가만 불허하더라도 이번 인수·합병의 향방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기업결합 심사는 사법조치가 아닌 행정조치이지만, 승인을 불허할 경우 해당 국가에선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강제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며 “강력한 조선업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이 이번 기업결합 심사를 깐깐하게 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현대중공업의 기업실사를 막겠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하태준 대우조선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회사 측에서 현대중공업과 서류를 교환하는 것을 알고 있다. 노조는 서류 제공을 하지 말 것을 요청한 상황”이라며 “현재 (현장실사 나왔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바로바로 모이고, 점심시간 때마다 모여서 현장실사 저지 시뮬레이션을 한다. 결단코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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