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업계는 14억 9830만 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약 4%의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인류가 한 해 동안 소비하는 스마트폰이 당분간 15억대 이하라는 것이 증명됐다. 이제는 점유율 뺏기 싸움이 된 스마트폰 업계에서 세계 7위권의 LG 스마트폰은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까.
LG가 새로운 스마트폰 ‘G8 씽큐’를 출시했다. LG의 스마트폰 라인업은 크게 G시리즈와 V시리즈가 고급형 제품이고 Q시리즈가 보급형 제품이다. G시리즈와 V시리즈는 화면 크기 외에 차이가 크지 않다. 굳이 두 개의 라인업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친구에게 스마트폰을 권하기도 어렵다. “LG G시리즈인가? 아니, V시리즈인가 그거 사!”
얼마나 부자연스러운가? 사람들은 친구들에게 LG 스마트폰을 추천하고 싶지만 알파벳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갤럭시나 아이폰 사!”라고 하는 건 아닐까? ‘씽큐’라는 불필요한 수식어도 언제까지 유지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개발자와 마케팅 담당자 외에는 아무도 안 쓰는 단어다.
LG G8 씽큐와 지난해 나온 V40 씽큐를 비교하자면 화면 크기와 프로세서 정도다. G8 씽큐는 6.1인치 화면에 퀄컴 스냅드래곤 855를 탑재했다. 디자인은 좀 더 다듬었다. 특히 뒷면은 카메라 돌출이 전혀 없다. 두께가 살짝 두꺼워지면서 카메라를 모두 바디 안으로 집어넣었다. 뒷면을 글라스 코팅을 하면서 정말 매끈하다.
게다가 앞면 수화구를 없앴다. 따라서 앞면에도 돌출이 전혀 없다. 10대들의 팽팽한 피부처럼 정말 매끄럽다. 그럼 소리는 어떻게 날까. 디스플레이 안쪽에 스피커를 부착시키는 방식으로 진동을 이용해 소리를 전달한다. 소리는 살짝 부자연스럽지만 통화음량은 충분하다.
이 스피커는 수화부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하단 스피커와 함께 스테레오 스피커 역할을 한다. 게다가 LG는 뒷면에도 붐박스 스피커를 위해 우퍼를 바디 안쪽에 내장했다. 그래서 음악을 틀면 기기 전체에서 음악이 뿜어져 나온다. 붐박스 스피커 덕분에 음량은 일반 스마트폰에 비해 훨씬 크다. 좋은 소리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간이 스피커 역할로 충분하다.
종합적으로 디자인은 정말 매끄럽고 완성도가 높다. 너무 매끄러워 케이스를 씌워 놓지 않으면 잘 미끄러져 떨어지는 게 문제일 정도다. 디스플레이 품질도 좋다. 3120×1440의 고해상도의 OLED 디스플레이로 색재현성이 뛰어나고 도트가 세밀하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보다 색온도가 정확하고 자연스럽다.
‘G7 씽큐’와 비교하면 카메라가 하나 더 늘었다. 일반, 광각, 망원의 세 가지 화각을 제공하는 카메라로 V40 씽큐와 일치하는 카메라 구성이다. 일반 카메라는 광학식 손떨림 방지기능을 제공한다. 전면부는 두 개의 카메라 대신에 1개의 카메라만 제공한다. LG 스마트폰은 후면부 카메라에 비해 셀카를 찍을 수 있는 전면부 카메라 퀄리티가 낮은 편이었는데 V40 이후로는 많이 나아졌다.
G8 씽큐 역시 적당히 미화된 셀카를 찍을 수 있다. 사진 결과물은 카메라 센서, 렌즈 구성이 같기 때문에 V40 씽큐와 완벽히 일치한다. 대신 스튜디오 사진 기능이 생겼고 유튜브 라이브 영상 기능이 추가됐다. 아웃포커스 기능도 완성도가 좀 더 높아졌다. 일반 사진뿐 아니라 동영상 촬영 시에도 아웃포커스 적용이 가능하다.
G8 씽큐에 새로 추가된 기능을 알아보자. LG는 G8 씽큐에 ToF 센서와 적외선 센서를 활용해 사물의 거리와 깊이를 인식하는 ‘Z카메라’를 추가했다. Z카메라를 활용한 기술은 ‘정맥인식’과 ‘에어모션’이다.
먼저 정맥 인식은 손바닥에 있는 정맥을 분석해 본인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정맥 인식을 실행해 봤는데 정면에서는 단번에 인식하지만 손바닥 위치가 살짝 돌아가 있으면 인식을 실패한다. 그래도 스마트폰에 손을 대거나 얼굴에 가까이 가져가지 않아도 되므로 상당히 편리하다. 지금까지 나온 생체 인식 중에 가장 편리한 방식이다.
반면 에어모션은 좀 아쉽다. 에어모션은 Z카메라가 사용자의 손을 인식해 스마트폰에 손을 대지 않고 앱을 구동하거나 통화가 가능한 기능이다. 마치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톰 크루즈처럼 공중에서 앱을 제어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인식률이 높지 않았다. 실제로 사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성능은 정말 좋다. 스냅드래곤 855와 6GB램, 128GB의 내장 메모리 구성으로 벤치마크 결과는 최상급에 속한다. 긱벤치 싱글 스코어는 3368점, 멀티 스코어는 10694점이다. 안투투 벤치마크 점수는 34만 876점이다. 싱글코어 점수는 평범하지만 엑시노스 9820, 8GB의 램을 적용한 삼성전자 S10 시리즈보다 대체적으로 5~10% 높은 멀티코어, 그래픽 점수가 나왔다.
대체적으로 일반 작업 시에는 저전력으로 구동하다가 다중 작업 시에 높은 퍼포먼스를 보이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게임 등에서는 갤럭시 S10시리즈보다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게임을 오랫동안 해도 발열이 적은 편이다.
배터리 용량도 늘었다. 3500mAh로 동영상 스트리밍 테스트에서 12시간 30분 정도 배터리가 유지됐다(풀HD영상, 60% 밝기, 40% 음량).
결론을 얘기하면 LG G8 씽큐는 뛰어난 성능에 높은 디자인 완성도, 훌륭한 디스플레이, 긴 배터리를 가진 스마트폰이다. LG가 자랑하던 카메라와 사운드는 경쟁 제품들의 수준이 높아지며 평준화가 되고 상대적으로 나은 점이 거의 없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디자인, 배터리, 성능 등의 기본기는 오히려 경쟁 제품들보다 나아졌다. 차별점으로 내세운 정맥 인식은 훌륭하고 에어모션은 아직 시기상조다.
LG는 지금 폼팩터에서 자신들이 만들 수 있는 최고 퀄리티의 제품을 만들어 냈다. 따라서 기기 자체만 보면 훌륭하다. 하지만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 스마트폰 업계에서 타사의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애플은 얼마 전 몇 개의 하드웨어를 평일에 슬그머니 공개하고 정작 본 이벤트를 통해서는 서비스만을 발표했다. 멋진 제품을 만들어도 하드웨어가 주인공이 되기 힘든 세상이 왔다는 의미다.
스마트폰은 하드웨어 산업일까, 서비스 산업일까. 다른 스마트폰의 하드웨어를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훌륭하게 따라잡은 LG도 이제 이 물음에 직면했다.
필자 김정철은? IT기기 리뷰 크리에이터. 유튜브 채널 ‘기즈모’를 운영 중이다. ‘팝코넷’을 창업하고 ‘얼리어답터’ ‘더기어’ 편집장도 지냈다. IT기기 애호가 사이에서는 기술을 주제로 하는 ‘기즈모 블로그’ 운영자로 더 유명하다. 여행에도 관심이 많아 ‘제주도 절대가이드’를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지만, 돈은 별로 벌지 못했다. 기술에 대한 높은 식견을 위트 있는 필치로 풀어내며 노익장을 과시 중.
김정철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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