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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스타디아를 지켜보는 게임 산업의 딜레마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 정착 기대감…최근 게임 트렌드와 맞지 않는 측면도

2019.03.28(Thu) 13:58:46

[비즈한국] 영화와 음악을 제치고 가장 큰 규모의 콘텐츠 산업인 비디오 게임 산업에 구글이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지난 3월 19일 미국의 게임개발자컨퍼런스(GDC2019)에서 ‘​스타디아(STADIA)’​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스타디아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이다. 기존의 비디오 게임이 PC, 휴대폰, 비디오 게임기와 같이 정해진 기기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과 달리, 화면이 있고 인터넷이 연결된 거의 모든 기기에서 자유롭게 플레이 가능한 것이 클라우드 게임의 장점이다. 하지만 클라우드 게이밍은 지금까지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놓은 적이 없다.

 

# ‘구글이라서​ 기대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

 

일단 지금까지 나온 서비스 중 가장 활발한 것은 스트리밍 기반의 게이밍 서비스다. 집에 있는 콘솔 게임기와 컴퓨터를 켜놓고 외출한 다음, 회사 컴퓨터나 휴대폰, 태블릿 등에서 콘솔 게임기나 피시의 화면을 전달받아 게임을 하는 것이다. 스팀의 ‘스팀링크’, 엔비디아의 ‘실드’, PS4의 ‘리모트 플레이’가 있었다.

 

다른 하나는 사용자의 PC 대신 서버에서 직접 게임을 구동하여 화면을 송출하는 것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의 LG유플러스가 과거 ‘씨게임즈(C-games)’라는 ​클라우드 기반 ​게이밍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물론 이런 이름들을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상업적인 성과가 매우 미약했기 때문이다. 서버와 단말기가 서로 화면과 입력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입력 지연”현상이 생겨 게임 캐릭터가 굼뜨게 움직이고 화면이 버벅거리는 현상을 해결하지 못한 것이 실패의 가장 큰 이유이다.

 

구글 스타디아는 전용 컨트롤러에 와이파이로 서버에 직접 연결해 입력 지연 현상을 최대한 줄였다. 현장에서 직접 체험해본 사람들은 대부분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구글 제공

 

따라서 구글의 스타디아 서비스는 세계 최고의 IT기업인 구글이 이미 한 번 죽은 시장에 다시 도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향상된 것이 분명하다. 스타디아 서비스를 GDC 2019 행사장에서 체험한 사람들에 따르면, 스타디아 서비스로 구동되는 유비소프트의 ‘어쌔신크리드 오딧세이’가 다른 업체들의 클라우드 게이밍보다 캐릭터 움직임​이 훨씬 부드럽고 빠르다고 한다. 게다가 PC 웹브라우저, 태블릿, 휴대폰 등 거의 모든 디지털 기기에서 구동하도록 제작되었다고 한다.

 

특히 스타디아는 전용 컨트롤러만 있으면 수십만 원 이상의 콘솔 게임기나 PC 없이 모니터와 TV만으로 바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편의성은 물론 비용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크다.

 

구글의 스타디아가 노리는 점은 바로 바로 이 편의성을 무기로 한 새로운 시장으로 보인다. 게임 산업에서 아직까지 주도권을 쥐고 있는 디바이스 생산자, 즉 XBOX를 생산하는 MS와 PS4를 생산하는 소니와 경쟁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클라우드 게이밍이 낙점됐다.

 

최근 10년 간 모바일 게임이 엄청나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전 세계 게임 산업의 중심은 콘솔 시장이다. 하지만 콘솔 게임기는 시장이 한계에 달해 정체 상태에 있다. 콘솔 게임기의 판매량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반면, 소비자들은 최고의 그래픽을 요구하기 때문에 비디오 게임의 개발비가 날이 갈수록 늘어난다. 수백만 달러에서 수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개발비 때문에 게임 개발업체들은 비디오 게임 시장 자체를 확대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구글의 스타디아 서비스가 성공하면 이런 꿈이 이루어질 수 있다. 최신 게임을 즐기기 위해 50만 원에 달하는 게임기를 사는 대신 5만 원짜리 구글 스타디아 컨트롤러만 사면 된다면 게임 소프트웨어 판매량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 제3의 비즈니스 모델 ‘구독형​ 도입 앞당길 것

 

대형 게임 개발사인 EA와 MS도 자체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기존 콘솔 게임기 제작사들도 클라우드 기술을 사용해서 차세대 콘솔 게임기의 구입 비용을 낮추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일례로 MS는 자사의 콘솔 게임기인 ‘XBOX 원’에서만 판매된 독점 게임이 탑재된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를 론칭하고 PC 디지털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즉 지금의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의 본질은 서비스 플랫폼 중심의 구글과 실제 디바이스 중심의 콘솔 게임기 회사들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목표는 현재 불완전한 수익구조를 가진 게임 산업의 수익 모델을 바꾸는 것이다. 아울러 클라우드 게임의 대중화는 게임 산업에 새로운 수익모델을 정착시킬 가능성이 크다. 바로 ‘넷플릭스’와 같은 구독형 요금제가 그것이다.

 

구글 스타디아는 연내 북미와 유럽 지역에 서비스 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 서비스 되기 위해서는 좀 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구글 스타디아 발표 영상 캡처

 

지금까지 비디오 게임의 수익 모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패키지 구매다. 게임이 담긴 DVD나 블루레이를 구매하거나 혹은 온라인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 형태로 다운로드를 받을 때 50달러 전후의 가격을 한 번에 지불한다. 이러한 과금 모델은 회사 입장에서는 발매 직후 한 달 전후의 기간에 거의 모든 수익이 집중된다. 때문에 홍보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고, 유저들의 초기 평가가 나쁘면 수천억 원이 말 그대로 허공으로 사라지는 리스크가 도사린다.

 

나머지 하나는 일명 F2P(Free to Play) 모델이다. 게임은 공짜로 하지만 각종 서비스와 게임 내 아이템을 판매하는 부분 유료화 모델은 모바일 게임과 PC 온라인 게임에서 매우 성공적으로 수익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게임 유저들이 패키지 구매보다 많은 돈을 써야 하고 돈을 많이 쓴 플레이어가 게임을 이기는 것에 저항감이 커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넷플릭스 모델과 같은 월정액 서비스는 이러한 두 과금 모델의 단점이 상당 부분 개선된다. 게임 개발 회사에서는 매달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고, 유저 입장에서는 부담 없는 비용으로 언제든 하고 싶은 게임을 선택해서 즐기면 된다. 게임 하나에 돈을 쓰는 비중이 줄어드니 여러 게임을 바꿔가면서 플레이하기도 쉽다. 이미 EA와 MS 등 대형 게임 퍼블리셔와 개발사들이 이런 구독형 과금 모델을 시도하는데, 컴퓨터나 게임기 없이 즐기는 클라우드 플랫폼은 그 특성 때문에 월정액 과금 모델이 대중화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 기술은 ‘최신​인데 ‘트렌드’는 아니다

 

물론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의 미래가 무조건 장밋빛은 아니다. 요즘 인기를 끄는 비디오 게임의 장르 특성과 클라우드 게이밍의 특성이 서로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등 최근 주류 장르로 떠오른 온라인 일인칭 슈팅 게임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와 잘 맞지 않다. 클라우드 방식이 가진 입력 지연 문제 때문이다. 급박한 게임 속 전투상황에서 입력이 늦어지고 화면이 바뀌지 않으면 게임 유저들은 게임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구글의 기술력이 아무리 좋아도 인간의 반응속도를 완전히 따라잡는 클라우드 게이밍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게임 트렌드도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와 잘 맞지 않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내세우는 ‘저렴한 비용으로 즐기는 뛰어난 그래픽의 게임’은 더 이상 최신 유행이 아니다. 유저들은 이제 그래픽보다는 창의성과 게임 자체가 주는 재미에 열광한다. 최근 10년간 판매된 비디오 게임 중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 ‘마인크래프트’는 마치 30년 전 게임의 그래픽처럼 모든 캐릭터와 자연이 상자처럼 생겼다. 하지만 채집과 조합, 건설을 통해 플레이어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무한히 발휘할 수 있어 오랜 기간 사랑받으며 수조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런 게임들은 굳이 클라우드 게이밍 없이 구형 스마트폰에서도 즐길 수 있다.

 

구글 스타디아는 영상을 스트리밍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유튜브를 시청할 수 있을 정도의 기기와 무선 환경만 뒷받침되면 최신 고사양 게임을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 사진=구글 제공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변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e스포츠의 활성화와 함께 멀티플레이 게임 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했지만, 반대로 게임 방송만 보고 게임을 직접 즐기지 않는 ‘보는 게이머’들도 함께 늘었다. 이로 인해 스토리를 즐기는 어드벤처 게임들은 게임 내용이 유튜브나 트위치 등으로 전송돼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고, 천문학적인 개발비가 투입되는 AAA급 게임도 매출액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의 가장 큰 장애물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가 바로 이 ‘보는 게임’에 익숙한 사람들을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스스로 게임을 하는 것보다 남이 플레이하는 영상을 보는 데 익숙한 사람들에게 단지 게임기 없이 게임을 즐긴다는 것은 장점이 되지 못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따라 구글의 야심 찬 도전은 성패가 결정될 것이다.

김민석 게임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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