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패키지여행으로 시작되고 성장한 한국 여행 시장은 점차 개별 자유여행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8년 전체 여행객의 60.9%가 자유여행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조사됐다. 자유여행객에게 모바일 앱의 활용은 필수적이다. 익스피디아와 스카이스캐너, 트립닷컴과 부킹닷컴, 아고다와 호텔스컴바인 등은 2030세대는 물론 4050세대에게도 어느덧 친숙해진 여행 앱들이다. 그런데 이 여행 앱들이 모두 미국 아니면 중국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 중국계, 트립닷컴과 스카이스캐너로 항공권부터 장악
중국 최대 여행사이자 아시아 최대인 씨트립그룹(Ctrip)은 트립닷컴이라는 온라인 브랜드로 중국 이미지를 지우고 글로벌화를 선언했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으로부터 단지 트립닷컴이라는 도메인을 사오는 데 수천억 원을 들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할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튼을 모델로 마케팅을 하며 중국 이미지를 완전히 지우는 데 성공한 듯하다. 덕분에 “미국이나 유럽에서 만들어진 여행 앱인 줄 알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트립닷컴은 수수료 때문에 한국 여행사들도 못하는 네이버페이를 도입하고 서비스피가 포함된 원화로 결제하는 등 외국계 여행 앱이라 불편할 거라는 이미지도 벗었다. 2016년 11월에는 영국으로부터 항공가격비교 플랫폼인 스카이스캐너를 약 2조 600억 원에 사들였다. 스카이스캐너의 한국 점유율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스카이스캐너에 입점해 있는 국내 대표 패키지 여행사들도 휘둘리는 모양새다(관련기사 하나·모두·인터파크, 중국계 스카이스캐너에 완패 '굴욕' 막후).
여행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의 개별항공권 판매에서 스카이스캐너의 지위는 절대적이다. 2030세대는 물론 40대도 항공권 구매 하면 스카이스캐너부터 떠올린다. 대형 여행사들이 스카이스캐너에 쩔쩔매는 이유”라며 “한국 자유여행객의 스카이스캐너 이용률이 60~70%라고 하지만 실제 체감 이용률은 90%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트립닷컴은 2014년 한국 상륙 이래 매년 두 배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스카이스캐너를 인수하면서 항공권 예약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트립닷컴은 스카이스캐너의 높은 이용률을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한국 시장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현지티켓과 투어로 국내 유저를 늘리고 있는 여행 액티비티 앱 클룩과 케이케이데이도 중화권이다. 클룩은 홍콩, 케이케이데이는 대만의 스타트업으로 아시아 지역의 현지투어와 티켓 상품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여행 앱 관계자는 “한국 여행 시장은 핫하다. 개별여행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데다 아시아 시장 중 모바일 이용률과 카드 사용률이 가장 높아 전초기지로 테스트하기 딱 좋다. 중국 입장에선 글로벌 시장으로 가는 테스트베드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미국계, 익스피디아는 시장 선점, 부킹홀딩스는 숙박 강세
미국계 여행 앱들의 공세도 만만찮다. 미국의 종합 여행 플랫폼인 익스피디아는 국내 모바일 앱 초창기에 유저를 잡는 데 성공한 것 외에도 호텔스닷컴과 트리바고 등 숙박예약 플랫폼을 인수해 활용하며 국내에서 세를 키웠다. 국내에는 아직 진출하지 않았지만 트래블스케이프, 비너스, 모비아타, 홈어웨이 등 다수의 여행 관련 앱을 보유하고 있다.
부킹닷컴으로 잘 알려진 부킹홀딩스그룹도 미국의 거대 여행업체인 프라이스라인 계열이다. 부킹닷컴은 유럽에서, 아고다는 싱가포르에서 탄생했으나 미국 프라이스그룹이 인수하며 전 세계 숙박예약의 강자가 됐다. 같은 계열인 항공예약 메타서치 플랫폼인 카약은 최근 네이버에 입점하며 본격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의 여행 앱 관계자는 “미국계 여행 앱 입장에서는 아시아권에서 자유여행이 활성화되고 있는 시장 중 가장 소비력이 높은 곳이 한국”이라며 “태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LCC(저비용항공사)의 성장과 함께 아고다, 호텔스닷컴, 익스피디아 등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가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한국을 아시아에 남아있는 마지막 시장이자 확산 가능성이 있는 시장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은 트렌드 변화가 빠르고 모바일 플랫폼이 가장 활성화된 시장이다. 한국 시장의 성공이 글로벌 여행 플랫폼으로 나가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 절치부심하는 토종 앱들 “언제 뒤집힐지 모른다”
이처럼 중국계와 미국계가 날고 뛰는 상황에서 우리 토종 여행 앱들이 열심히는 하고 있지만 아직 경쟁력이 부족해 보인다. 한국형 OTA를 표방하는 인터파크투어는 가장 강점이었던 개별 항공권 판매에서마저 스카이스캐너 플랫폼에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고, 투자 유치를 통해 항공과 숙박 시장에 진입한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도 아직은 글로벌 앱들과 경쟁하기에 노하우가 충분치 않다.
최근 카카오의 투자를 업고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켜보려는 타이드스퀘어도 아직 청사진이 명확하지 않다. 개별여행 앱을 출시하며 여러 시도와 투자를 병행하면서 시스템을 개별여행 쪽으로 옮겨보려는 업계 1위 하나투어도 여전히 모바일 앱 시장에선 걸음마를 못 뗀 수준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모바일 여행 앱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지금 선점하고 있는 듯 보이는 업체도 언제 뒤집힐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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