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KB금융지주 제11기 정기주주총회가 예상과 달리 다소 시끄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시작도 전에 주주총회장 밖에선 일부 주주와 KB금융 관계자들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안에선 최근의 주가하락, 거수기 사외이사 등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KB금융 노동조합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 철회로 6개 주요 의안은 원안대로 순조롭게 의결됐다.
# 투기자본감시센터 주주 자격 주총 참석 막아
윤대영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취업비리, 국세횡령, 뇌물혐의 등을 철저히 조사해 처벌해야 한다”며 “소액주주의 주주총회 참석을 막는 KB금융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윤대영 대표가 현재 주장하는 채용비리, 세금횡령 등의 혐의는 이미 ‘혐의없음’으로 수차례 각하 처리됐다. 주총장에 들어설 경우 정상적인 주주 활동과 주주총회 진행을 방해할 것을 염려해 따로 이야기를 나누자고 설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은 이러한 다툼 등을 예상해서인지 1층 로비에서부터 주주총회장이 열리는 4층 강당까지 수십 명의 직원을 배치했다.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등 주주들이 지나는 길목마다 직원이 없는 곳은 없었다.
이를 두고 한 주주는 “주주총회는 1년에 한 번 있는 행사로 주주들을 위한 잔칫날이다. 그런데 수많은 직원들이 가는 곳마다 배치돼 위화감만 느껴졌다. 보안을 신경 써서인 것 같지만 주주보단 회사를 위한 날인 것 같았다. 주주총회장이 아닌 금고에 들어가는 듯했다”고 말했다.
# 노조 주주제안 철회, 6개 의안 무리 없이 의결
총회는 윤종규 회장의 개회인사로 시작해 영업보고, 감사보고,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 보고 등이 차례로 진행됐다. 총회는 1시간가량 진행됐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가계부채 급증, 경기불황 등으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됐고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도 커져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KB금융그룹은 금융혁신을 주도하고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 왔다”며 “핵심 인프라의 고도화와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업무문화 정착 등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 동남아·선진국 시장을 공략하며 수익을 다변화해 시장 경쟁에서 앞서가겠다”고 밝혔다.
6개의 부의안건인 △2018 회계연도 재무제표·이익배당 승인 △정관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은 원안대로 의결됐다.
이사 선임 건의 경우 당초 KB금융 노조(KB금융그룹 우리사주조합, KB금융노동조합협의회)가 백승헌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면서 노동이사제 도입 여부에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월 21일 백 변호사의 자격성 시비로 노조가 자진 철회하면서, 해당 안건은 순조롭게 통과됐다.
기존 사외이사였던 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과 스튜어트 솔로몬(Stuart B. Solomon) 전 메트라이프생명보험 회장, 박재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선임됐고, 김경호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으로는 선우석호 전 서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 정구환 변호사, 박재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재선임됐다.
# “주가 전년 대비 35% 빠져…대안, 실행력 있나 의문”
여타 안건 심의 과정에선 최근 떨어진 주가, 거수기 사외이사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한 주주는 “모든 기업들이 주주가치 이익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의장(윤종규 회장)을 포함한 임직원들도 자사주 취득 등으로 이에 주의를 기울인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주가가 떨어진 이유가 무엇이고 이를 회복할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다른 주주는 “주가가 전년 대비 35%가량 빠졌다. 이에 대한 대안,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실행력이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사외이사들이 회의 때마다 반대 없이 찬성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것이 적절한 행태인지도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종규 회장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하강 국면에 직면한 한국 경제, 미중 무역갈등의 여파, 각종 금융업 규제 등이 주가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이에 입각해 2019년도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과감한 전략적 M&A(인수·합병)를 계획하는 등 주주이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 중이다. 단기가 아닌 지속가능한 성장을 꾀하고 있다. 중요한 건 펀더멘털 강화다. 펀더멘털이 강화되면 ESP(주당순이익), 주가가 오른다. 경영진은 이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대답했다.
또 “사외이사들은 의안을 올리기에 앞서 끊임없는 토론과 의견 교환을 한다. 때문에 마지막으로 상정된 의안은 찬성으로 갈 수밖에 없다. 종전에도 비슷한 지적이 나오면서 반대안을 일부로 올려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치밀하고 세밀하게 의견을 조율해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의안을 추진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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