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우리 몸은 스스로 무엇이 필요한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수분이 부족하면 목이 마르다고, 에너지가 부족하면 탄수화물을 먹으라고, 뭔가 신 것이 ‘땡긴다’고 수시로 신호를 보낸다. 우리는 그 신호에 따라 뭔가를 섭취한다. 필요한 것보다 항상 조금 더 먹기에 살이 찌고, 수시로 문을 두드리는 나 자신을 애써 외면해야 하기에 다이어트는 괴롭다.
파운드케이크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 몸은 정확하게 파운드케이크가 필요한 순간이 있고, 파운드케이크를 먹어야 한다며 방문을 두드린다. 똑똑, 파운드케이크 먹어야 합니다. 그때가 찾아오면 침대 위에 우두커니 앉아 식탁 위에 파운드케이크와 우유 한 잔이 있는 장면을 둥실 떠올리고 고뇌에 빠진다.
때문에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했다면 마트, 약국, 그다음에 훌륭한 파운드케이크 가게 하나 정도는 잊히지 않는 곳에 새겨둬야 한다. 오늘은 그 중 하나, 성 마르크(Saint Marc)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알앤비(R&B) 역시 마찬가지다. 알앤비는 이 땅에서 태어난 음악이 아니지만 바다를 건너온 동시에 착실하게 뿌리를 내렸다. 알앤비는 폭신한 메모리폼 매트리스이자 앉아도 편하고 누워도 편한 소파와 같다. 우리의 귀는 벼락같이 알앤비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항상 알앤비를 챙겨두는 것이 좋다.
성 마르크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파운드케이크 9종이 올라간 거대한 탁자가 있다. 그 탁자를 계속 빙빙 돌면서 샘플을 하나씩 집어 먹으며 과연 무엇을 골라야 오늘 내가 가장 크게 행복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그리고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큰 기쁨은 다름 아닌 신제품이다. 신제품은 이 양과자점의 파티셰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알려준다.
수민(SUMIN)은 가장 앞에 서 있는 음악가 중 하나다. 낯선 소리, 독특한 비트, 여기서만 만날 수 있는 스타일, 예상 밖의 비주얼. 수민은 뾰족하고 예리하며 날카롭다. 가장 앞에 서서, 여전히 앞을 바라보며 부지런히 작업하는 음악가가 있다는 건 큰 행운이다.
수민(SUMIN) - 너네 집(Your Home) feat. Xin Seha’
새로움이 주는 상큼함. 그렇다면 당연히 과일을 부지런히 활용한 파운드케이크를 골라야만 한다. 오렌지필이 풍성하게 들어간 쇼콜라 오렌지.
한 포크 크게 떠서 머금은 상태로 입 안에 우유를 콸콸콸 붓는다. 풍만하고 풍요롭다. 초코와 오렌지의 향이 둥실 떠오르고 오렌지필이 상큼하게 씹힌다. 그리고 상큼한 수민의 노래를 하나 더.
수민(SUMIN) - Mirrorbal
수민의 이 노래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저 노래에선 찾을 수 없다. 이번에 마음에 들었던 스타일은 다음엔 없을 것이다. 수민의 음악은 와장창 분해되고, 새로운 요소를 추가한 뒤 다시 조립된다. 수민에게 뭔가 바라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이뤄지지 않는다. 예상하지 못했던 다른 뭔가를 내놓을 것이고, 그것이 수민이다.
수민(SUMIN) - 설탕분수 (Sugar Fountain)
한 명의 음악가가 작곡과 작사, 프로듀싱, 더 나아가 패션과 요즘 필수인 영상은 물론이고 다양한 활동형태와 공연 장소까지 관여하면 환상특급이 시작된다. 저 음악가가 앞으로 어디서 뭘 어떻게 무슨 모습으로 할지 종잡을 수 없다. 수민을 좋아한다면 심심할 틈이 없다. 수민의 공연을 보러 다양한 장소에 가게 된다.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메이크업을, 뮤직비디오를 보게 될 것이며 다양한 채널에서 수민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수민(SUMIN) - Sparkling
익숙한 장소와 느낌을 고향이라고 한다면 수민은 새로움의 고향이다. 수민은 항상 새로울 것이다. 새로운 음악은 상큼하니까 과일을 활용한 케이크를 곁들인다. 마침 파운드케이크를 먹는 날이라면 쇼콜라 오렌지가 좋겠다.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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