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짐 콜린스는 2009년에 ‘위대한 기업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를 펴낸다. 콜린스는 왜 이 책을 썼을까? 그를 세계적 스타로 만든 두 책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과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처절한 실패 때문이다.
책이 실패했냐고? 그렇지는 않다. 두 책은 글로벌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콜린스는 이 책들을 통해 성공의 비밀을 밝혀냈고 이 비법을 따라 하기만 한다면 누구나 성공에 이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로 인해 그는 어마어마한 명성을 얻었다.
콜린스의 ‘실패’는 두 책에서 언급한 기업들 자체였다. 그가 위대한 기업으로 꼽은 기업들은 이후 파산하거나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겨우 살아남거나 경영난에 시달렸다. 이 일로 콜린스의 명성에는 어마어마하게 금이 갔다. ‘위대한 기업’은 어디에도 없었다.
충격을 받은 콜린스는 이젠 왜 위대한 기업들이 몰락하는지를 연구했다. 바로 그 결과물이 2009년에 발표한 책 ‘위대한 기업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이다. 콜린스는 이 책에서 위대한 기업들이 몰락하는 가장 큰 이유로 ‘과신’을 언급한다. 성공하는 기업들은 과신을 가지게 되고 거기서부터 몰락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짐 콜린스의 이 설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모든 기업은 정점에서 과신 때문에 몰락한다는 설명이 납득이 가는가? 그렇다면 미안하게도 틀렸다는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몰락한 기업들을 연구해 몰락의 원인을 과신이라고 하는 것은, 성공한 기업들을 조사해 그 공통점에서 성공의 원인을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둘 다 결과에 맞춰서 그에 어울리는 과정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를 ‘후광 효과’라고 한다.
우리는 자신감을 매우 중요한 자질로 생각한다. 특히나 기업가에겐 더욱 더 중요하게 여기는 듯하다. 기업가는 엄청난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버텨내야 하기에 자신의 비즈니스에 자신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성공한 기업가들은 모두 비전과 그에 따른 자신감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렇다면 과신은 무엇인가?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자신감이 지나친 것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이 과신을 부정적인 것으로 이야기한다. 망하는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기업가들이 자신의 비즈니스를 과신했다. 과신으로 인해 시장을 잘못 예측하고 결국 실패를 불렀다.
이 때문에 우리는 자신감을 가지되 과신하지 마라고 이야기한다. 자세히 생각하면 이것은 이상한 표현이다. 마치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도 같다. 성공에서 자신감이 목격되고 실패에서 과신이 목격되는 것은, 결과에 따른 차이일 뿐이다.
생각해보자. 만약 완벽히 똑같은 자신감과 능력을 가진 기업가 셋이 비즈니스를 시작했다고 하자. 그런데 운명이 이들을 농락하여 한 명은 성공하고 다른 두 명은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이게 된다. 성공한 기업가는 그 성공이 자신감을 가지고 굳건히 사업을 밀고 간 덕분이라고 할 것이다. 실패한 두 명은 실패의 원인을 과신에서 찾을 것이다. 과신으로 인해 시장을 잘못 예측했고 틀린 방향을 수정하지 않은 채 밀고 나갔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결국 자신감이든 과신이든 성공 혹은 실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그 결과가 자신감 혹은 과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행동경제학을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대니얼 카너먼은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이러한 현상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실수는 명백해 보이지만, 그 판단은 사후 판단일 뿐이다. 미리 알 수는 없다.
자신감과 과신은 대부분 결과가 만들어낸 판단인 경우가 많다. 자신감을 과신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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