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산호세에서 애플이 봄 이벤트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았다. 매거진, TV, 신용카드, 그리고 게임까지. 어떻게 보면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이날 애플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소비의 변화’다. 돈을 쓰는 방법이 달라졌고, 책과 영상을 소비하는 창구도 바뀌었다.
그 중심에는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이 있다. 애플은 아이폰으로 모바일 시장을 열었고, 변화의 중심 플랫폼 역할을 해 왔다. 새 서비스들도 결국 애플이 내놓은 기기들의 역할을 더 확장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균형으로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데에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사실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문제도 있다. ‘애플 아케이드’가 바로 그 역할을 하는 서비스다.
애플 아케이드는 게임 구독 서비스다. 아직 구체적인 요금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매달 얼마간의 돈을 내면 애플 아케이드 내의 모든 게임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애플코리아 홈페이지에도 관련 내용이 업데이트되면서 우리나라도 서비스를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왜 이런 서비스를 내놓았을까? 일단은 독점 콘텐츠에 대한 부분이다. 애플은 이번 키노트를 통해 콘텐츠 소비 환경이 ‘구매’에서 ‘구독’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이날 발표한 내용 중에 ‘살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 구독이다. 그리고 애플 아케이드의 게임과 애플TV 플러스는 애플만의 독점 콘텐츠를 담는 그릇이다.
독점작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기기의 차별성을 두는 것은 물론이고, 그 결과물의 퀄리티를 깐깐하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콘텐츠는 우리 플랫폼에서만’인 셈이다.
그런데 이 애플 아케이드에는 또 다른 포인트가 숨어 있다.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이다. 게임 시장에서 모바일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모바일 게임은 크게 유료 게임과 무료 게임으로 나뉜다. 유료 게임은 PC나 콘솔 게임기의 패키지 게임과 이어지는 전통적인 개념이다.
반면 무료 게임은 모바일과 함께 찾아온 개념이다. 광고를 붙여서 수익을 내거나 혹은 앱 안에서 추가 콘텐츠를 팔아 수익을 끌어낸다. 특히 스마트폰에는 신용카드 등 결제 정보가 붙어 있기 때문에 언제든 이용자에게 결제를 요구할 수 있다. 진성 이용자들에게 아이템이나 추가 시나리오 등을 팔아 수익을 내는 것이다.
사실상 초반에 모든 비용을 지불하는 유료 게임은 이용자들의 지갑을 열기도 어려울뿐더러 수익도 정해져 있다. 반면 무료 게임은 이용자들이 얼마나 몰입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길고 꾸준하게 이어진다. 무료라고 썼지만 사실은 무료가 아니다. 그래서 애플도 앱스토어에서 이런 형태의 게임에 넣던 ‘무료(free)’ 버튼을 ‘받기(get)’라고 표기를 바꾸었다. 절대 공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흐름은 게임의 형태도 바꾸었다. 앱 내 결제는 더 까다로워져서 사실상 돈을 내지 않으면 게임의 기본 진행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가챠 뽑기는 늘 사행성 논란에 휩싸인다. 최근 들어 여러 국가가 이런 사행성을 규제하고 있지만 그에 앞서 당장 이용자들이 게임 환경에 식상함을 느끼고 있다. 심지어 유료 패키지 게임에서도 추가 구매 없이는 필요한 캐릭터나 아이템을 얻지 못해 진행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게이머들의 불만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게임 시장이 과도한 앱 내 결제 때문에 멍들어가는 것이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도 “유료 게임이 무료 게임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유료 게임이 게임 시장에 이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해보지도 않은 게임에 미리 결제를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 아케이드는 이 문제를 꽤 슬기롭게 풀어냈다. 구독자들은 그 안에서 더 이상 추가로 결제할 필요 없이 온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 기획자는 수익 고민을 줄이고 애초에 생각했던 게임의 내용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다. 이용자들은 게임에서 다시 즐거움을 느끼고 개발사와 플랫폼, 즉 앱스토어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애플 아케이드의 의미는 결국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할 테니 결과물에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이는 플랫폼의 정책이 콘텐츠의 질과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 예다. 모든 플랫폼은 긍정적인 의도로 출발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부정적인 부분들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 애플은 그 상황에서 다시 새로운 답을 내놓은 것이다.
미국 산호세=최호섭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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