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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부동산 정책 '반응과 대응' 사이

반응과 대응은 '내공과 외공' 같은 것…반응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관심 필요

2019.03.25(Mon) 15:28:56

[비즈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미래 전망은 불투명하다. 거래량은 주는데 가격은 하락하지 않으니 향후 부동산 시장은 예측 불가능이다. 부동산 정책의 목적도 아리송하다. 시세를 낮추려는 것도, 자가 비율을 높이려는 것도,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것도 아니다. 시장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어렵기만 하다. 

 

그동안 시장 참여자들은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의 미래에 대해 ‘반응’하기보다 ‘대응’하자는 태도를 가져왔다. 반응이란 자극에 대해 상태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대응이란 어떤 일이나 사태에 맞춰 태도나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단어 자체로 보면 반응은 무조건 반사, 즉 소극적 태도로 볼 수 있고 대응은 의지가 들어간 적극적 태도로 볼 수도 있다. 실제 그럴까?

 

지난해 9월 13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을 비롯한 관계부처 장관들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9·13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는 어떠한 태도를 취한다. 반응하는 것이 좋을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많은 사람들은 대응을 선택할 것이다. 질문을 구체화해보자. 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이 발표됐고 대출 규제를 한다고 한다. 반응하는 것이 좋을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같은 의미처럼 보일 수 있지만 두 단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무협지나 무협만화를 보면 내공과 외공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반응은 내공이고, 대응은 외공이다. 무림의 고수들은 내공과 외공이 모두 뛰어나다. 하나만 부족해도 고수라 부를 수 없다. 하지만 어느 단계 이상 도달하기 위해서는 외공보다는 내공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외공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사결정이나 큰 사업을 운영하려면 내공이 있어야 한다.

 

대응은 적극적 행동이지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다. 개인이 정부나 기업체와의 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개인의 힘으로 어떻게 해볼 여지가 매우 작다는 것이다. 개인 간의 대응도 마찬가지다. 소송으로 대응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지만 그것으로 엄청난 수익을 얻는 건 아니다. 대부분 손해 보지 않기 위해 소송할 뿐이다. 대응의 기대효과는 그 정도다. 

 

반응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무관심 반응과 관심 반응이다. 길을 가다 앞사람과 어깨가 부딪치지만 가던 길을 계속 가는 것은 무관심 반응이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해도 대출과 상관없는 사람이라면 무관심 반응을 보인다.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해도 서울이나 기존 신도시에 거주할 것이라면 무관심 반응을 보이면 된다. 

 

반면 휴대폰만 보며 걸어오는 사람을 보고 부딪칠 수 있겠구나 예상하고 피해 가는 것은 관심 반응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 소식에 다주택자들은 9억 원 이상의 중도금 대출이 어려워지고 이는 곧 9억 원 이하 물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 예상하는 것이다. 건설사 역시 분양가를 9억 원선으로 맞추고, 그런 물건이 있는 지역은 어디인지 찾아보는 것은 관심 반응이다. 매번 전세금 상승에 신경 쓰는 것이 싫다, 부동산 가격 폭락과 상관없이 안정적인 내 집을 갖고 싶다는 것도 관심 반응이다.

 

반응이라는 단어에는 ‘물질 사이에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라는 의미도 있다. 물질의 성질이나 구조가 변하는 것을 말한다. 성질이나 구조가 변해야 제대로 반응이 된 것이다. 나는 변하지 않으면서 주변이 나에게 맞춰 변화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반응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꾸준한 관심이 필수다. 피하기도 하고, 다른 생각도 해보고, 정부나 기업체가 신경 쓰지 않는 틈새를 찾아보기도 하며 반응해가면 된다. 제대로 된 반응을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을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인사이트다.

 

대응할 일보다는 반응할 일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변해야 한다. 나의 성질과 구조가 변해야 한다. 세상이 변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내가 변화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아무리 판단이 어려운 부동산 시장이라도 하나씩 문제점을 해결해보자.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사야 할 아파트는 있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팟캐스트 ‘세상 답사기’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할 아파트는 있다’(2019)가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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