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현대자동차가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Elliott Associates, L.P.)과의 표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2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대차는 다섯 가지 의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엘리엇과 의견이 갈린 ‘기말배당 및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의 건’과 ‘사외이사 선임의 건’에선 압도적인 표차를 보였다. 이날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는 1만 7117명(의결권 위임 포함), 출석 주주의 의결권 있는 주식 수는 1억 6772만 1695주(82.1%)로 나타났다.
‘슈퍼주총데이’로 불린 이날 재계의 최대 관심을 받은 주주총회라 그런지 시작 1시간을 앞둔 오전 8시경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사옥 내외엔 ‘안내’ 명찰을 단 직원 수십 명이 배치됐다. 건물 입구에선 주주총회 참석장 소지 여부를 확인해 주주를 입장시켰고, 내부에선 수m 단위로 주주에게 동선을 알렸다.
2층 주총장에 입장하려면 1층에 마련된 주주 확인 장소에서 주주확인증을 발급받아야 했다. 주주확인증을 발급받지 않은 사람의 주총장 출입은 통제됐다. 수많은 기자들 역시 의장 인사말이 끝나자 주총장을 떠나야 했다. 기자는 주주 자격으로 주총장에 남았는데, 뒷좌석에는 엘리엇 측 대리인 3명이 자리했다. 두 차례 표결에서 검표를 맡고 돌아온 엘리엇 측 한 변호사는 자리에 돌아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이원희 사장 “글로벌 경제 침체, 5가지 실천해 극복할 것”
이날 의장을 맡은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은 인사말에서 “2019년 경제환경은 미중 무역갈등 심화, 선진국 금리인상 지속 및 유럽 브렉시트 불확실성 등으로 세계 경제가 하강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동차 산업 역시 주요 시장인 미국의 수요 감소, 중국과 유럽의 성장정체가 지속되면서 쉽지 않은 한 해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외부 환경변화 속에서 당사는 올 한 해 핵심 시장에 대한 실적 제고, 완성차 및 미래 사업에 대한 경쟁력 재구축 그리고 속도와 실행력을 높이는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8종 신차 론칭을 통한 판매 회복 △원가혁신을 통한 수익성 강화 △신규 파워트레인과 플랫폼 체제 조기 안정화를 통한 무결점 확보 △시장변화를 선도할 조직 경쟁력 재구축 △미래사업 실행력 강화해 나가겠다며 실천 방안을 밝혔다.
특히 이 사장은 신차 출시와 관련해 “올해 당사는 역대 최다인 8종의 신차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쏘나타, 제네시스 G80, 브라질 HB20 등 주력 볼륨모델 및 현지 특화차종과 더불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 출시를 통해 SUV 풀라인업 구축을 완성할 예정”이라며 “이를 활용해 시장 판매를 회복하고 당사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 엘리엇 “현대차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도록…” 막판 지지호소
의안 상정에 앞서 발언권을 얻은 엘리엇은 주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엘리엇(0.2%)과 특수관계인인 포터 캐피탈 LLC(2.7%)이 가진 현대차 지분은 2.9% 남짓. 이들은 주총에 앞서 주주들에게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며 표를 모았다. 기말배당을 이사회 안보다 4배가량 많은 주당 2만 1967원으로 확정하고, 사외이사 3명을 엘리엇 추천으로 선임하기 위해서다.
엘리엇을 대리한 법무법인 KL파트너스 정두리 변호사는 “지난 5월 현대자동차그룹이 발표한 개편안이 철회된 후, 저희 엘리엇은 주주 여러분들과 함께 주주로서의 권리를 지키고 오랜 기간 지속된 그룹의 저조한 실적을 해소할 실질적인 조치를 모색하는데 힘써 왔다”며 “오늘 주주총회는 엘리엇과 현대자동차의 대결의 자리가 아니다. 모든 주주들이 한 곳에 모여 기업 경영구조와 자본관리에 대해 논의하고,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기회다. 이는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시작이며, 향후 한국 자본시장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기억될 것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엘리엇은 한국에서 주주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찾고자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이 같은 노력은 삼성물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에 이르기까지 저희가 기울여온 노력을 통해서도 아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대자동차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고자 하는 저희의 노력을 지지해 주시기를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 재무제표 및 기말배당, 이사선임 등 5개안 원안대로 통과
이날 주총에 상정된 △제51기 재무제표 및 기말배당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5개 의안은 모두 현대차 이사회 원안대로 통과됐다. 엘리엇과 부딪힌 △제51기 기말배당 및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의 건(제1-2호)과 △사외이사 선임의 건(제3-1호)은 표결에 부쳐졌지만 현대차 이사회 안이 압도적 찬성율로 통과됐다. 반대 의견이 제시되지 않은 △제51기 재무재표 승인(제1-1호), △ 사내이사 선임(제3-2호) , △정관 일부 변경,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은 표결 없이 통과됐다.
표결 결과 제51기(2018년) 기말배당은 주당 3000원(보통주)을 제시한 이사회안이 86%(1억 4197만 7059주)의 찬성률로 확정됐다. 주당 2만 1967원을 제시한 엘리엇 안은 찬성률 13.6%(2245만 213주)로 부결됐다.
사외이사는 현대차 이사회가 추천한 윤치원 UBS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과 유진오 전 캐피탈 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 교수가 각각 90.6%, 82.5%, 77.3% 찬성률로 선임됐다.
반면 엘리엇이 추천한 존 Y. 류 베이징사범대 교육기금이사회 구성원 및 투자위원회 의장, 로버트 랜들 매큐언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 마거릿 빌슨 CAE 이사는 각각 19.1%, 17.7%, 16.5%의 찬성률로 탈락했다. 엘리엇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모두 탈락하면서 감사위원회 위원은 현대차 이사회가 추천한 윤치원, 이상승 신임 사외이사가 맡게 됐다.
사내이사에는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 사장 3명이 선임됐다. 사내에는 엘리엇 측 인사가 없으므로 엘리엇은 사내이사 선임과 관련해 주주제안을 내놓지 않았다.
제52기(2019년) 이사 11명(예정)의 보수한도액은 135억 원으로 확정됐다. 지난해 이사 9명에 대한 보수한도액은 150억 원이었다. 이 밖에 현대차는 이사회 안에 ‘보수위원회 및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하라는 엘리엇 주장 등을 반영해 정관 9개 조항을 변경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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