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22일 정기주주총회를 별 탈 없이 마쳤다. 당초 분식회계 이슈 등으로 재무제표 승인, 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안건 등이 통과되지 않거나, 이에 대한 찬반입장이 첨예하게 갈릴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다섯 가지 주요 안건은 참석 주주들의 전원 동의로 원안대로 의결됐다. 이번 주총장에서 삼성바이오는 과거와 달리 주주와의 소통 창구 마련에도 힘썼다.
# 주총장, 주주 소통 노력 엿보여
삼성바이오는 22일 오전 인천글로벌캠퍼스 공연장에서 제8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주총엔 오전 9시 기준 총 주주 9만 5724명 중 291명(10만 1622주)이 직접 참석, 888명(5764만 7671주)이 위임 참석했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 수로 따지면 87.35%(5774만 9293주)의 주식이 참석한 셈이다. 총회는 약 1시간 20분가량 진행됐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총회 진행 중 참석한 주주들까지 감안하면 3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며 지난해에 비해 더 많은 주주들이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총회는 주주를 배려한 삼성바이오 측의 노력이 눈에 띄었다. 총회장 입구엔 주주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월 디스플레이를 설치하고 총회장 뒤편엔 IR부스를 마련, 직원을 배치해 총회 전후로 주주들 질문에 응대했다. 분식회계 논란이 커지면서 해당 이슈를 바로 알리고자 ‘회계이슈 바로알기 웹툰’ 등의 자료집도 만들어 배포했다.
총회는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의 경영사항 보고로 시작됐다. 이후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보고, 감사보고, 영업보고 등을 진행하고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을 의결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는 “지난 40년간 세계 경제를 리드했던 산업은 IT로, 삼성도 이에 집중하며 고도성장했다. 앞으로 30~40년은 헬스케어 산업과 건강이 세계 경제를 리드할 것”이라며 “삼성바이오는 지난해 본격 생산을 시작한 제3공장 제조승인 준비 이외에도 지속적인 신규사업 발굴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분식회계’ 이슈에도 주요 안건 모두 통과
이번 주총의 주요 화두는 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재무제표와 이사보수한도 승인 등의 통과 여부였다. 이사 후보자로 오른 김동중 전무와 정석우 고려대 교수, 권순조 인하대 교수를 재선임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2015년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회계기준을 고의로 변경해 4조 5000억 원 규모의 평가이익을 거둬들인 데에 책임이 있다는 평을 받았다.
김동중 전무의 경우 분식회계 의혹이 일던 당시 경영지원 실장이자 재무담당 책임자였다. 정석우 고려대 교수와 권순조 인하대 교수는 기업운영을 감시·감독해야 하는 사외이사, 재무제표를 감사해야할 감사위원회 위원직을 겸하고 있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지난 20일 “이들이 기업가치 훼손, 주주권익을 침해한 이력에 해당한다”며 재선임 반대의사를 밝히고, 재무재표·이사보수한도는 증건선물거래위원회의 감리결과와 제재 취지 등을 고려해 승인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의결권 자문기관인 아이에스에스(ISS)도 비슷한 권고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다섯 가지 안건 모두 별 탈 없이 통과됐다. 주총장에서 반대의견을 피력하는 주주는 단 한명도 없었다. 김태한 대표이사 사장은 “원안대로 통과하자는 제안과 다수의 재청으로 원안대로 의결하겠다”고 밝혔다.
한 주주는 “여러 대외이슈로 주가 변동폭이 컸지만 올해엔 작년 상반기 수준으로 다시 주가가 오르길 바란다. 그래야 투자자들도 살 맛 나게 투자할 것”이라며 “어찌됐건 의장(박 대표이사 사장)과 경영진이 다시 회사를 잘 운영해 달라는 의미로 재무제표 승인의 동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주주는 “지금까지 삼성바이오를 경영해온 기존 이사들이 고속성장을 기대하는 주주들의 바람에 다시 한 번 부응해 줬으면 좋겠다”며 “네 명의 이사 선임에 승인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주는 “외부감사법이 바뀌면서 감사위원회의 권한이 강화됐다는데 일반 주주들 입장에선 잘 체감은 안 된다”면서도 “지난해 감사위원회를 4~5번 개최하는데 그쳤던 여타 상장 기업들과 달리 삼성바이오는 9번이나 개최했다. 지금의 감사 위원들이 감시·감독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런 주총 분위기에 삼성바이오 측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주총을 앞두고 반대 의견을 내비치면서 급작스레 기자실을 설치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표대결로 갈 수 있다고까지 봤는데 예상과 달리 무난히 마친 듯하다”고 말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 교수는 “국민연금 지분이 3%에 불과하기 때문에 제대로 힘을 못 쓴 듯하다”며 “대주주인 삼성바이오와 삼성물산의 입장이 문제없이 유지됐으면 하는 주주들의 바람 등이 작용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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