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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그후] GC녹십자 목암연구소장 해임 논란 법정싸움 비화

최승현 전 소장 "공익법인 사유화 거부"…녹십자 "무단 겸직 행위 등 적법한 해임"

2019.03.20(Wed) 18:16:46

[비즈한국] 지난 13일 오전 11시 30분경, 수원지방법원에선 특별한 공판이 있었다. 세계적인 과학자가 GC녹십자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이 과학자의 이름은 최승현. GC녹십자의 공익법인인 목암생명과학연구소(목암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그는 2015년 2월 목암연구소 소장으로 부임했지만 5년(추가 5년 연장 옵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2018년 9월 해임됐다. 최 전 소장은 자신이 녹십자의 ‘입맛대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해임됐다고 주장했다(관련 기사 [단독] '녹십자 오너 일가와 갈등?' 최승현 목암연구소장 해임 논란). 반면 녹십자 측은 “최 전 소장은 무단겸업 및 인적 자원의 사적 유용 행위를 해 적법하게 계약을 해지하고 해임했다”고 맞서고 있다. 

 

최승현 전 목암생명과학연구소 소장이 녹십자와의 첫 번째 공판 뒤 수원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박현광 기자

 

이번 공방의 쟁점은 최 전 소장의 근로자성 여부다. 목암연구소 소장 자리는 독립된 공익법인의 수장으로서 원칙적으론 사용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최 전 소장은 허일섭 GC녹십자홀딩스 회장에게 매주 정기적으로 업무보고를 하거나 출장계획서를 승인 받는 등 사실상 녹십자에 고용된 노동자로서 일했다고 주장한다. 근로자성이 인정돼야 해고 당시 소명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보기 어려워 법적으로 다툴 수 있다.

 

‘비즈한국’​은 이 공방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지난 13일 법정에 나온 최 전 소장을 만나 수차례 설득 끝에 그와 짧은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깊은 고민을 하는 듯 보였던 최 전 소장은 결심이 선 듯, 이때껏 아껴왔던 말을 꺼냈다.

 

# 최승현 전 소장 “99.9% 대 0.1% 수익 분배는 부당

 

최 전 소장은 먼저 “이번 소송은 사실상 녹십자의 위선을 알리기 위한 싸움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그는 “목암연구소는 허영섭 선대 회장께서 선의의 취지로 사재출연을 해 만든 독립된 연구기관이다. 공익법인으로서 사실상 누구의 소유도 아닌 우리 사회의 소유”라며 “더 공격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해, 결과물을 사회에 환원하는 게 연구소의 역할이다. 허일섭(GC녹십자홀딩스 회장, 목암연구소 이사장) 허은철(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 목암연구소 사내이사) 녹십자 오너 일가는 선대 회장의 ‘기부’를 도로 사유화 하고 싶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전 소장은 그 예로 목암연구소와 녹십자가 공동 연구 개발한 대상포진백신 지적재산권(IP2)을 지목했다. IP2 개발 초기 목암연구소와 녹십자는 각각 200만 달러(약 23억 원), 340만 달러(약 39억 원)을 투자했고, 발굴연구는 목암연구소가, 생산기술 개발은 녹십자가 담당했다. 이 경우 IP2로 발생하는 수익은 공동 분배해야 하는데, 그에 따르면 녹십자는 2018년 6월 수익 분배 비율을 녹십자 99.9%, 목암연구소 0.1%로 정하는 약정서를 요구했다고 한다. 최 전 소장은 이를 부당하다고 판단해 거부했고, 2018년 9월 해임됐다.

 

‘비즈한국’​은 수차례 설득 끝에 최 전 소장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최 전 소장은 녹십자가 공익법인인 목암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사유화하려는 시도를 막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사진=박현광 기자

 

최 전 소장은 “당시 그 약정서 승인을 요구 받고 일주일을 고민했다. 그것에 동의하는 것은 목암연구소장으로서 배임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판단해서 반려했다. 그 뒤 개인 감사가 들어왔고, ‘겸직’을 문제 삼아 날 해임했다. 겸직은 이미 회사에서 인지했던 사안이고, 회사의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녹십자 “5대 5 수준 계약 맺었다…해임 사유는 겸직

 

이와 관련해 녹십자 관계자는 “최 전 소장은 목암연구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영리법인을 포함한 국내외 8개 법인에서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 직을 겸했다. 목암연구소 연구원들에게 자신이 겸직 중이던 법인 연구를 수행하라고 지시하는 등 ‘무단겸업’ 및 ‘인적 자원의 사적 유용’ 행위를 했다. 이와 같이 부적절한 다수의 문제점은 목암연구소와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였다. 목암연구소는 적법하게 최 전 소장과 계약을 해지하고 해임했다”고 밝혔다.

 

대상포진백신 지적재산권(IP2) 분배 비율 문제에 대해서 녹십자 측은 “최 전 소장이 주장하는 분배 비율은 사실이 아니다. 분배 비율에 대해선 지난해 12월, 외부 감정평가법인으로부터 대상포진백신의 수익배분 구조의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한 평가를 실시했고, 5 대 5 비율 수준으로 균등하게 배분하도록 계약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최 전 소장이 해임된 건 지난해 9월. 녹십자와 목암연구소의 계약이 지난해 12월에 맺어졌다면, 계약은 최 전 소장 해임 이후에 체결된 셈이다. 녹십자 측은 다시 “사실 2018년 초에 해당 계약이 체결됐고, 그때 이미 수익배분이 5 대 5 수준이었다. 최 전 소장이 해임된 이후 12월에 다시 한 번 외부기관에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최 전 소장은 “2018년 초에 맺은 계약과 녹십자가 2018년 6월에 요구한(결국 12월에 체결된) 계약은 다른 계약이다. 앞선 계약은 녹십자와 목암연구소의 공동연구물을 큐레보라는 제3의 기업에 넘긴 뒤, 큐레보가 서브라이센싱할 경우 생기는 로열티를 5 대 5로 나누자는 것이다. 문제가 된 계약은 공동연구물을 큐레보에 넘길 때 발생하는 수익에 관한 것”이라고 다시 반박했다.​​

 

최 전 소장은 미국 솔크연구소(Salk Institute)에서 종신교수 자리에 있었을 만큼 단백질 구조 분야의 세계적인 학자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손 털고 좋은 자리로 옮길 수 있다면서도 이 싸움을 끝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개인적인 영리를 위해 이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나도 피곤하다. 하지만 공익법인이나 재단을 사기업이 사유화하려는 것을 가만 두고 볼 수가 없다. 결국 사회로 돌아가는 이익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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