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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허니버터칩과 마켓컬리의 '전지현 효과'

'품절 대란'으로 경쟁사들 반사이익…허니버터칩처럼 자리 잡을 수 있을까

2019.03.19(Tue) 17:25:57

[비즈한국] 마켓컬리가 올 초부터 전지현을 광고모델로 쓰면서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기사가 연달아 나왔다. 올 초부터 마켓컬리의 홈페이지 방문자수와 구매율이 급격하게 상승한 것이다. 이용자 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분명 좋은 소식이지만 좋은 방향으로만 작용하진 않는 것 같다.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여 ‘품절 대란’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마켓컬리의 품절 대란은 기사가 날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마켓컬리가 올 초 전지현을 광고모델로 쓴 뒤 품절 대란이 벌어졌다. 사진=마켓컬리

 

소비자들은 품절을 ‘잘 팔리는 상징’으로 여겨서인지 긍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품절은 긍정적인 일은 아니다. 수요 예측을 잘못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어떤 상품이 품절이 된다는 것은 최초에 예측한 수요가 실제 수요보다 더 적었다는 것이고, 이는 그만큼 더 낼 수 있었던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물론 예측한 수요보다 실수요가 한참 밑돌아 악성재고가 남는 것보다는 낫다. 그러나 충분히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은 손실만큼이나 뼈아픈 일이다.

 

수익이 극대화되는 지점은 재고율 0%의 품절이 아니라 재고가 최소화되는 지점이다. 마켓컬리가 그동안 내세운 빅데이터를 통한 수요 예측과 폐기율 최소화도 바로 이 부분의 역량을 자랑한 것이었다. 그런데 많은 상품이 품절됐다는 것은 오히려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

 

아니나 다를까, 마켓컬리의 품절 대란 시기에 쿠팡을 비롯한 경쟁사들의 매출이 증가했다는 소식도 같이 들렸다. 이 때문에 전지현을 광고모델로 세운 전략의 진정한 수혜자는 마켓컬리가 아닌 경쟁사들이라는 주장 또한 제기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허니버터칩 열풍을 떠올리게 한다. 2014년 8월 처음 등장한 허니버터칩은 출시하자마자 열풍이라고밖에 표현 못 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당연히 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가동률을 끌어올렸지만, 애초에 정해진 설비로 가동률을 끌어올려도 생산은 한정된다. 그렇다고 생산 설비를 늘리는 것도 단기수요의 변동 때문에 어려운 일이기에 허니버터칩의 공급 부족은 상당히 길게 이어졌다.

 

이 기간에 비슷한 제품이 쏟아졌고, 실제로 이 제품들은 허니버터칩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대신 구매하는 상품으로 훌륭하게 시장에 안착했다. 어떻게 보자면 허니버터칩 품절의 수혜를 이 제품들이 봤던 셈이다.

 

허니버터칩은 초기 품절로 인해 경쟁 제품들이 반사이익을 봤다. 사진=이종현 기자

 

결국 해태제과는 출시 8개월 만에 생산설비 증설을 결정했고, 출시 1년 반이 넘게 지난 2016년 4월부터 새로운 생산설비에서 허니버터칩이 생산되었다. 그러나 그 사이 허니버터칩을 찾는 사람들의 수는 예전만 못 해졌다. 그렇다면 허니버터칩은 남 좋은 일만 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2018년에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2017년 스낵과자류 판매 순위에서 허니버터칩은 7위를 차지했다. 10위 안에 든 과자는 70년대에 출시된 과자가 4종, 80년대에 출시된 과자가 4종으로, 허니버터칩만 유일하게 2010년대에 출시된 스낵이었다. 남 좋은 일만 시킨 것으로 보였지만 허니버터칩은 그 누구보다도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차지했다.

 

다시 마켓컬리로 돌아와보자. 마켓컬리가 전지현을 앞세운 광고로 인기몰이를 하는 것이 경쟁사들 좋은 일만 하고 있는 것일까? 

 

아직은 알 수 없다. 전지현 광고 효과가 단기적인 효과에 그친다면 경쟁사 좋은 일만 해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광고로 마켓컬리에 대한 소비자의 장기수요가 변화했다면 결코 경쟁사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마켓컬리가 앞으로 펼칠 행보다. 그들이 자랑하던 빅데이터를 통한 수요 예측이 제 역할을 해서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면, 허니버터칩이 그랬던 것처럼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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