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애플이 새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미니’를 발표했다. 두 시리즈 모두 오랫동안 이상 신제품이 없어서 단종이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지만 새 프로세서와 최근 애플이 아이패드에 집중하는 요소들을 품고 돌아왔다.
3세대 아이패드 에어는 2세대 제품이 2014년 10월 출시됐고 이후 아이패드 프로와 일반 아이패드로 제품 라인업을 정리하면서 뒤로 한 발 물러섰던 제품이다. 기존 9.7인치 대신 10.5인치 디스플레이를 썼고 A12 바이오닉 프로세서를 넣으면서 큼직한 세대교체를 이뤘다.
아이패드 미니는 이번 신제품으로 5세대에 접어들었다. 7.9인치 디스플레이로, 디자인은 이전 세대 제품과 똑같다. 아이패드 미니 역시 A12 바이오닉 프로세서를 넣었고, 디스플레이가 크게 좋아져 DCI-P3 색영역과 HDR 영상을 표시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두 제품 모두 ‘요즘 시대’에 맞는 옷을 갈아입고 나온 아이패드라는 이야기다. 이를 통해 애플은 5가지 아이패드를 갖게 됐다. 아이패드 프로 12.9, 11, 그리고 10.5인치 아이패드 에어, 7.9인치 아이패드 미니, 9.7인치 아이패드 등이다. 지난해 나온 9.7인치 아이패드는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애플은 왜 아이패드 에어를 다시 꺼내놨을까? 애초 애플이 아이패드 에어를 지운 것은 아이패드 프로와 간섭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2016년 3월에 나온 아이패드 프로는 아이패드 에어 2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나왔다. 물론 속은 싹 뜯어 고쳤지만 기본적인 디자인 언어, 그리고 애플이 플래그십으로, 그러니까 최선을 다해 만드는 아이패드라는 점을 끌어안았다. 여기에 애플 펜슬과 스마트 키보드를 더하면서 차별점을 만들어 냈다.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로 아이패드를 고급화하는 데 성공했다. 시장은 아이패드 프로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고 이제는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아이패드 에어를 더하면 제품 구분이 조금 흐릿해질 수 있다. 시리즈별로 제품 구분을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특히 플래그십 제품은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게 된다.
결국 애플은 아이패드 에어를 라인업에서 내리고, 2017년 조금 더 두꺼운 1세대 아이패드 에어의 폼팩터를 이용해 5세대 아이패드를 내놓는 것으로 시리즈를 구분하기로 했다. 브랜드로는 아쉽지만 애플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애플은 2세대에 접어들면서 아이패드 프로를 더 고급화했다. 일단 화면을 10.5인치로 늘렸고, 120Hz 프로모션과 주변 환경에 따라 색을 바꾸는 트루톤 디스플레이로 눈에 확 띄는 차별점을 만들어냈다. 아이패드 프로가 자리를 잡으면서 애플은 애플 펜슬을 일반 아이패드에도 풀었다. 2018년 3월에 발표된 6세대 아이패드다. 교육용 시장을 중심에 뒀다.
이 아이패드는 제품 그 자체로 보면 나무랄 데 없지만 아이패드 프로와 함께 보면 명확한 차이가 있다.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처럼 브랜드가 명확히 자리 잡은 셈이다. 더 비싸도 아이패드 프로가 필요한 이들은 아이패드 프로를 구입해야 할 차이점이 확실해졌다는 이야기다.
아이패드 프로는 더 큰 변화를 끌어안는다. 홈 버튼을 떼어낸 3세대 제품이 2018년 10월에 등장하면서 아이패드 프로는 더 멀리 가버렸다. 특히 USB-C 단자를 넣으면서 제품을 완전히 차별화했다. 플래그십이 큼직하게 앞서 나가야 그 아래 제품들도 변화의 여지가 생기는 법이다.
마침 자리가 하나 비었다. 폼팩터 하나를 만들어서 오래 쓰는 애플이지만 2세대 아이패드 프로 10.5인치는 1년 만에 세대교체를 했다. 아이패드 프로가 남기고 간 10.5인치 폼팩터는 아직 낡지 않았다. 아이패드 프로 3세대와 아이패드 6세대 사이의 간극은 너무 크다.
여기에 10.5인치 아이패드가 들어서는 것은 꽤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아주 적절한 브랜드, 바로 ‘에어’가 있었다. 어쩌면 애플은 이 라인업을 만들기 위해 아이패드 프로를 빠르게, 그러니까 단번에 세대를 넘어설 때마다 큼직한 변화를 이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아이패드 에어는 아이패드 프로의 많은 부분을 끌어안는다. 애플 펜슬은 지금 나와 있는 모든 아이패드에서 쓸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아이패드 에어는 스마트 키보드도 쓸 수 있다. 사실상 아이패드 프로의 큼직한 특징을 모두 갖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할 수 있는 일’의 차이로 아이패드 프로가 구분됐다면 이제는 ‘더 잘 할 수 있는 기기’로서의 아이패드 프로가 나뉘어졌다. 아이패드 에어의 등장으로 컴퓨터를 지향하는 아이패드의 입지는 더 매끄럽게 정리됐다. 간섭이 일어나지 않는 선에서 그동안의 묘한 이질감이 사라진 셈이다.
물론 새 아이패드 에어가 아이패드 프로 2세대의 모든 것을 끌어안은 것은 아니다. 120Hz 출력이나 가로 방향 스테레오 스피커가 빠졌다. 라이트닝 단자는 애초 이 10.5인치 아이패드 폼팩터의 기본 디자인이기도 하지만 USB-C 역시 이번 세대의 아이패드 프로를 구분하는 주요한 부분이 됐다.
아이패드 미니 역시 전체적인 라인업이 균형을 찾으면서 다시 리프레시됐다. 아이패드 미니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프로세서와 디스플레이 면에서 어딘가 빠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 제품은 키보드를 제외하고 기능면에서 사실상 아이패드 에어와 거의 차이가 없다. A12 바이오닉 프로세서와 DCI-P3와 트루톤 디스플레이 등 화면 크기 외의 대부분의 요소들은 똑같다.
가상현실이나 UHD 콘텐츠 등을 강조하는 최근 애플의 행보로서는 기본기에 차이를 둘 이유가 없다. 새 아이패드들은 플랫폼으로서의 애플 기기를 되새김하는 부분도 있다. 애플은 다음주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키노트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신제품을 미리 꺼내 놓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벤트 루머는 플랫폼으로 향하고 있다. 애플에게 아이패드와 아이폰, 맥은 중요한 기기지만 이 기기들이 결국 힘을 받는 것은 아이튠즈와 앱스토어가 있기 때문이다. 기기 선택의 폭을 넓혀 다시금 애플의 소프트웨어, 콘텐츠 플랫폼을 강화하려는 속내를 읽어볼 수 있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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