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봄 유통시장을 뜨겁게 달구며, ‘갑을논쟁’의 시발점이 됐던 남양유업의 ‘을’ 밀어내기가 1년여를 1년여를 보낸 현재도 회복은 커녕 암암리에 ‘갑’의 지위를 이용, 횡포를 부리고 있어 정부 정책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핵심정책인 경제민주화 법안은 말 뿐인 공약(空約)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유통시장 관행으로 포장해 독버섯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는 대형 유통기업들의 횡포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납품업체 ‘을’들의 실상은 어떤지, 또 대응책은 없는지 알아봤다.
◆홈플러스 롯데마트 재고 반품, ‘을’에게 전가
생산제품 품목만 100여개에 달하는 제조사 A기업 영업사원 김씨는 국내 대형 유통기업이 연중 내내 펼치는 각종 이벤트 판촉 기획에 맞춰 제품을 납품 후, 팔고 남은 상품을 반품 받는다.
문제는 이렇게 반품 받은 상품 재고가 갑인 유통기업 시스템 상 재고와 일치하지 않아 매번 본사에 자기 돈으로 차액을 물어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설과 추석등을 포함해 각종 특정 데이 기획판매 이벤트의 경우 한 번 납품 비용에서 전산 상 남는 재고와 실재고의 차이는 2~3% 정도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적게는 400만원, 많게는 600만원에 이른다. 김씨는 이 금액을 매번 자신의 책임 하에 본사로 입통상 공정거래법 상 반품은 유통기업과 납품하는 제조사 간 계약서에 반품계약을 맺으면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 1위 유통기업인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적정량의 제품을 자사 매입형태로 납품 받아 남는 재고를 자체 소화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무리하게 제품을 납품받은 뒤 남는 재고를 을의 지위에 있는 납품업체들에게 부담 지우지 않겠다는 것이 회사 내이에 반해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각 점포별로 연중 판촉 기획행사를 통해 판매하지도 못할 상품을 과다하게 납품받아 남는 재고상품은 제조사에게 전량 반품하고,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분실 혹은 손실상품 가액은 납품업체 사원의 책임으로 전가하고 있다.
김씨는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경우 납품업체 관계자를 여전히 ‘을’로 취급, 과다한 납품을 받아 점포별 실적을 높인 후 남는 재고를 제조사 영업사원들에게 책임 지운다”며 “매번 상품을 납품하는 입장에서 이들 대형 유통사 담당자들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고, 자신이 소속된 본사에게 미룰 수도 없어 샌드위치 신세”라고 말했다. 이렇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김씨가 연간 자신의 돈으로 채◆상생 통한, 유통사와 제조사간 윈-윈 방안 찾아야
국내 유통 빅3 기업인 신세계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와 더불어 LG슈퍼등과 같은 대형 유통기업들은 다양한 상품을 유통시키면서 대형 제조사를 비롯해 중소기업들에게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다. 반면 대다수 납품사인 제조사들은 이들 대형유통업체들에게 ‘을’의 위치다. 지난해 5월 남양유업 영업직원은 자신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리점에게 폭언과 밀어내기 등 불공정 거래 내용이 담긴 녹취당시 남양유업은 거짓 변명과 외면으로 일관하다 여론이 악화되자, 끝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까지 열고 공개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등을 약속했다. 이후 암암리에 불공정 행위를 일삼던 유통시장의 부조리 예는 편의점인 CU, 세븐일레븐 등의 불공정행위가 밝혀지고, 아모레퍼시픽등 화장품업계로 번지며, 우리 유통시장의 불편한 갑을논쟁을 도마 위로 올려놨다.
이렇게 여론이 악화되자, 유통업계 일부에선 “멀쩡한 기업들을 범죄 집단으로까지 전락시켰다. 또 과도한 乙지키기 법안은 시장 전체를 공멸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여전히 유통시장은 보이지 않는 갑의 불공정행위로 신음하고 있다.
홈플러스에 납품하고 있는 중소제조사 대표 이 모씨는 “어찌됐던 시장의 갑을 관계는 암묵적으로 약자인 납품업체의 목을 쥐고 있다”며 “어느 정도의 갑을에 대한 불합리한 상황은 수용하겠지만, 과도한 갑의 지위 남용에 대한 방지책 마련은 절실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A사 영업사원 김 모씨는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기업들이 과도한 납품 후 반품하는 과정에서 물리적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을에게 책임지우지 말고, 신세계 이마트처럼 매입형태로 합리적 납품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매년 기획되는 이벤트 판촉 이벤트 별로 적정량의 판매 예상치를 주문해 남는 재고를 최소할 수 있는 상생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봄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폭언 사태 촉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우리 산업, 유통시장은 정치권을 시작으로 ‘을’ 살리기를 표방했다. 이제 1년여의 시간이 지난 현재 과연 갑의 우월적 지위의 기업들은 상생의 원칙을 지키고 있는 다시 한번 시장을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시장은 더불어 산다.
고객이 있어야 기업이 살고, 시장 구성원 하나하나가 모두 소비자며, 기업이다. 그 동안의 불공정행위를 관행으로 치부하지 말고, 선의 피의자가 없도록 정부 당국과 기득권을 갖고 있는 갑의 기업들의 전향적인 마인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