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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법] 버닝썬 수사에 경찰 명운, 제대로 걸렸다

가장 큰 줄기는 공권력과의 유착…철저히 파헤치는 것 외에는 길 없어

2019.03.18(Mon) 17:01:07

[비즈한국] ‘버닝썬’이라는 강남의 유명 클럽이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한류 아이돌 스타인 빅뱅의 승리, 가수 정준영, FT 아일랜드 최종훈 등 다수의 유명 연예인들이 불법촬영물 유통, 성매매알선 등 혐의로 연예계 은퇴를 선언하거나 경찰수사를 받게 됐고, 클럽 관계자 등 40여 명이 마약류 유통·투약 혐의로 무더기 입건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클럽과 경찰의 유착관계가 불거진 것이다. 급기야 민갑룡 경찰청장이 버닝썬 수사와 관련해 “경찰의 명운이 걸렸다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4일 민갑룡 경찰청장이 출석한 가운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강남 클럽 ‘버닝썬’ 부실 수사 논란과 경찰관 유착 의혹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사진=박은숙 기자


‘버닝썬 게이트’의 시작은 단순 폭행 사건이었다. 지난해 12월 버닝썬에 손님으로 입장한 김 아무개 씨가 보안요원들에게 폭행을 당한 뒤 112에 신고했으나 출동한 경찰들이 자신에게 수갑을 채우고 폭행을 가했다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폭로할 때만 해도 클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프닝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불과 몇 달 만에 연일 우리 사회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초미의 관심사가 된 것이다. 

 

숨 막힐 정도로 단독 보도들이 곳곳에서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관점도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사건은 크게 두 줄기로 드러나고 있는 형국이다. 연예인들의 범죄 내지 일탈과 경찰과 클럽의 유착관계다. 

 

현재까지 의혹이 제기된 범죄 중 가장 죄질이 나쁜 것은 당연히 성폭력 범죄다. 소위 ‘물뽕’이라는 마약을 투여하거나 유통시킨 구조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따라서 불법촬영물 피해자가 다수로 알려진 정준영에 대해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경찰의 방침은 지극히 당연하다. 관련자들 역시 일벌백계해야 한다. 성매매알선 혐의를 받고 있는 승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만 연예인들의 일탈이 계속 드러나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여론도 있다. 특히 개그맨 김준호와 배우 차태현이 수백만 원을 걸고 내기골프를 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져 이들이 방송을 하차한다는 소식에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과 버닝썬의 유착 의혹이 묻힐 수 있다는 걱정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연예인들의 일탈이 세상에 공개되는 바람에 버닝썬 사태가 대중의 공분을 일으키고 더욱 확산된 것 또한 사실이다. 20만 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정준영의 카카오톡에 담긴 범죄 사실은 앞으로도 밝혀져야 한다. 버닝썬 사태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할 것이다.

 

폭행 시비, 마약, 성폭행, 경찰과의 유착 의혹이 있는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진=박정훈 기자


현재 가장 곤욕스러운 것은 당연히 수사대상인 연예인들과 클럽 관계자일 것이다. 그러나 경찰 수뇌부도 상당히 난처한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이미 유착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전직 경찰관이 구속됐고 버닝썬의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담당했던 현직 경찰관이 직무유기로 입건됐다. 특히 카카오톡 대화방에 등장하는 ‘경찰총장’이 본청 과장인 총경급 인사로 드러나 파장이 점점 커지는 형세다. 

 

정부는 검찰개혁과 관련해서 수사권조정을 국정과제로 내걸었다. 이미 경찰에게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정부안이 국회에서 심도 깊게 논의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은 경찰의 숙원인 수사권조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최초 제보자로부터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접수받아 검토하던 국민권익위원회가 자료를 대검찰청에 넘긴 것 역시 이를 반증한다.

 

지금 경찰에게는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절박함과 단호함이 필요한 시기다. 경찰의 명운이 걸렸다는 민 청장의 목소리가 국민에게 진심으로 다가오는 길은 경찰의 유착관계를 철저히 파헤치는 것 외에는 없다. 만일 경찰이 사건규명에 일부라도 실패하고 이를 넘겨받은 검찰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다면 수사권조정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태는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공권력이 불법과 유착한 의혹을 낱낱이 밝히는 것이 핵심이다. 최종훈이 음주운전 한 사실은 당연히 비난받아야겠지만 누군가 경찰에게 부탁해 보도를 무마한 의혹을 밝히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아울러 대중의 인기를 업으로 하는 연예인들, 그리고 그들의 기획사가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고 이를 은폐했다면 이 또한 대중을 기망한 것이기에 절대로 외면되어서는 안 된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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