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왔다는 것을 가장 쉽게 느끼게 하는 게 사람들의 옷차림이다. 두께와 무게에서 가벼움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건 컬러의 변화다. 화려해지고 산뜻해진다.
옷을 잘 입는 사람일수록 컬러를 잘 소화한다. 모든 컬러를 다 소화한다기보다는 자신에게 잘 맞는 컬러, 상황에 맞는 컬러를 확실히 안다. 사실 자신에게 맞는 컬러가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선 다양한 컬러를 시도해야 한다. 취향은 결국 경험이 쌓여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당장 옷장을 열어보라. 칙칙하고 우중충한 느낌만 든다면 스스로에게 미안해하자. 더 멋지고, 더 괜찮아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가 버린 건 아닌가.
세상에 얼마나 많은 색깔이 있을까? 세계적인 색채 연구회사인 팬톤은 1만 종류 이상의 컬러를 체계화했는데, 이 펜톤 컬러가 패션, 인쇄를 비롯한 산업 전반에서 표준처럼 쓰인다. 1만 종류가 넘는 컬러를 우리가 다 구분하고 옷으로 입진 못한다. 다만 어릴 적 36색, 48색 크레파스를 썼던 정도의 다양성은 시도해봐야 하지 않을까.
음식은 다양하게 먹으려 하면서도 옷의 컬러는 열 가지도 안 입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 평생 두세 가지 컬러만 입는 사람들도 있다. 슈트 입은 사람들을 보면 거의 블랙과 네이비, 그레이다. 구두도 블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주차장을 가봐도 자동차 색깔이 너무 단조롭다. 블랙 슈트에 블랙 구두에 블랙 자동차에 블랙 가방까지, 흑백 영화의 등장인물 같다.
물론 블랙 컬러는 매력적이다.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하고, 동양적이면서 서양적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무난하단 얘기다. 패션에서 블랙으로 멋부리려면 소재가 아주 좋아야 한다. 안 그러면 뻔하고 지루한 블랙이 될 수 있다.
블랙만큼이나 화이트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블랙, 화이트만 가지고 멋쟁이 소릴 들으려면 아주 세련된 감각과 멋진 옷을 가졌거나, 정말 멋진 몸매와 애티튜드를 보여줘야 한다.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지 말자. 아무나 블랙과 화이트로 멋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무난한 것을 좋아한다. 자신이 없어서다. 더 좋은 것을 가려내고 소화할 자신이 없으니, 적어도 중간은 가자는 심리다. 관성도 작용한다. 별 고민 없이 남들 가장 많이 하는 것을 선택하는 셈이다. 이건 스타일에선 최악의 태도다. 자기 개성도 없고, 자신의 특성을 매력적으로 보일 생각도 없다. 스타일은 점수가 아니다. 멋지거나 별로거나 둘 중 하나일 뿐이다. 무난한 것은 별로에 가깝다. 평생 그렇게 입는다고 생각해보면 너무 후회되지 않을까?
신기한 건 한국에서도 노인들의 옷 컬러가 상대적으로 화려하다. 나이 들면 붉은 것도 좋아지고, 화려한 것도 좋아진다는 건 좀 더 활기차 보이고자 하는 의도일 수도 있겠고, 평생 무난하고 지루한 컬러만 입고 살았던 것이 후회되어서 뒤늦게라도 변신을 시도한 것일 수도 있다.
블랙과 네이비만 고집했던 사람들이라면, 브라운과 베이지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다. 슈트도 브라운과 베이지가 매력을 더해줄 것이고, 구두에선 브라운을 적극 받아들여도 좋다. 과거 한국의 직장인들은 블랙 정장에 블랙 구두만 고집했었다. 2010년대 들어 기업들이 슈트 중심에서 자율복장으로 바꾼 이후 브라운 구두를 포함한 유색 구두 비율이 급등했다. 패션에 좀 더 민감해지면서 다양한 컬러를 시도한 덕분이다.
컬러에 대한 주눅을 떨쳐내야 한다. 오렌지나 버건디, 그린 컬러의 화려한 바지도 도전해보자. 좀 더 따뜻해지면 화려한 꽃무늬 프린트의 셔츠도 좋고, 신발도 화이트나 블루, 옐로에 도전해보자.
이탈리아나 프랑스 남성들의 옷차림을 보면 스타일에서도 개성이 넘치지만 컬러를 정말 다양하게 소화한다. 유럽뿐 아니라 어느 나라건 멋쟁이들은 컬러에 주눅 들지 않고 컬러를 지배한다. 컬러풀해지기 좋은 계절이다. 옷부터 화려하게 시도해보자. 봄을 맞는 당신의 ‘클라스’가 드러날 것이다.
필자 김용섭은 TREND Insight & Business Creativity를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자 트렌드 분석가이다. 저서로는 ‘라이프 트렌드 2019: 젠더 뉴트럴’을 비롯한 ‘라이프 트렌드’ 시리즈와 ‘실력보다 안목이다’ 외 다수가 있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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