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거품’은 본래 가치보다 크게 초과해 시세가 형성되어 있을 때 쓰는 표현이다. 부동산 시세에는 원가와 프리미엄이 포함돼 있고 프리미엄은 거품 가격까지 내포한다. 정상적으로 거래되는 부동산 시장에도 거품은 발생한다. 다만 과도하게 많이 발생되는 시기가 있고, 어느 정도 제거되는 시기가 있을 뿐이다. 이것을 알고 거래를 해야 한다.
부동산 매물이 거품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실수요층이 매수하는 매물인지 아닌지만 판단하면 된다. 투자자끼리 거래되는 물건이면 거품일 가능성이 높다. 매수하려는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몰려 있던 것은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미래가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에 대한 한계선이 없는 곳이라면 거품이 과도하게 생길 수 있다. 실수요층이 아닌 투자자가 다수 시장에 들어와 있다고 판단되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미래가치에 대한 한계선은 대략적 추정이 가능하다. 핵심 지역과 랜드마크 아파트로 판단하면 된다. 미래가치를 파악하기 가장 어려운 것은 재개발, 재건축이다. 개발이 확정돼 분양을 앞두고 있는 곳은 상관없다. 가격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 책정이 어려운 단계에 있는 것은 미래가치 파악이 어렵다. 조심해서 접근해야 한다.
현 시점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다. 3.3㎡(약 1평)당 8000만 원 전후로 거래된다. 이 아파트는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비슷한 비율로 구성된다. 강남의 새 아파트 대부분이 그렇다. 실수요만으로 구성된 아파트는 어떤 경제적 영향에도 가격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투자 수요만 있다면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그것을 가격 조정이라고 한다.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 가격을 주목해야 한다. 향후 2~3년 동안 국내 아파트 가격의 기준이 될 단지이기 때문이다. 아크로리버파크의 시세가 조정되면 딱 그만큼까지 조정될 것이다. 랜드마크 아파트의 위상이다. 이건 새 아파트이기 때문에 가능한 추정 방법이다. 구 아파트, 특히 20년 넘은 아파트는 이 같은 방법으로 평가할 수 없다. 입지 가치만 남았기 때문이다.
입지 가치만 남은 경우는 시장의 흐름에 민감해진다. 투자자가 가장 좋아하는 ‘싸고 좋은’ 물건이다. 당장 쓰기에 좋아 보일지 몰라도 오랫동안 쓰면 싼 값을 한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거품은 통상적으로 투자수요가 실수요보다 월등히 많을 때 발생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거품 상태로 유지되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거품이 존재하면 우리가 보지 못하는 사이 단단한 가치가 차오르는 경우도 존재했다. 시간이 지난 뒤에는 거품이 아닌 경우가 꽤 많았다. 버블세븐 지역 대부분이 그렇다.
거품 논란으로 우려되는 지역은 입지가 좋지 않은 곳이다. 침체된 시장 분위기로 입지 가치, 상품 가치와 무관하게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지역이다. 실수요가 아닌 투자수요가 몰렸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풍선효과로 단기간에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발생하는 순간 묻지마 투자자가 동시에 몰린다. 이런 지역은 제대로 된 입지평가, 상품평가, 가격평가 없이 묻지마 매수를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지역은 조심해야 한다. 단기 투자수요가 몰리거나 상품경쟁력이 떨어지는 아파트를 살필 때는 신중해야 한다. 지금은 입지, 상품, 가격을 모두 따져야 하는 시기다. 2014~2016년 활용했던 갭투자 방법이 먹히는 때가 아니다. 부동산 요소들(입지·상품·가격)을 모두 확인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투자의 정석대로 미래가치가 확실한 지역과 상품을 봐야 한다. 그래야 거품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팟캐스트 ‘세상 답사기’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할 아파트는 있다’(2019)가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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