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세계에서 해외여행을 가장 많이 하는 국민은? 중국인이다. 2017년 기준 중국인 해외 여행객은 1억 3000만 명에 달한다. 최근 한국의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여행) 여행 산업에서 중국인의 영향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드 보복 사태 이후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정치적 리스크를 파악한 정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인바운드 산업의 주체를 일본이나 기타 동남아시아 국가로 돌리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지만 결과는 글쎄다.
인바운드 여행객의 숫자는 늘릴 수 있어도 실제 여행 산업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동남아시아 여행객의 1인당 소비액이 중국인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쇼핑 규모는 물론 실제 여행지에서 먹고 자고 마시는 여행경비의 수준도 큰손 중국인에는 한참 못 미친다. 품만 많이 들고 별로 남는 게 없다”는 것이 인바운드 전문 가이드들의 말이다. 한국관광공사에서 발표하는 인바운드 관광객의 각 국 수치 비중을 단순히 숫자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중국여행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인 해외 여행객 수는 2010년 5700만 명이던 것에서 매년 큰 폭으로 늘어 2014년에는 1억 700만 명, 2018년에는 1억 4800만 명을 넘었다. 1990년대에 단체 패키지여행으로 시작된 중국인의 해외여행 판도는 2008년을 기점으로 2019년 현재까지 10여 년간 점차 자유여행 쪽으로 이동 중이다. 중국에서는 요즘 저마다의 개성 있는 여행, 이른바 해외 자유여행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경복궁이나 남산, 명동 등 국내 유명 관광지의 풍경도 깃발 든 중국 단체 여행객들 대신 삼삼오오의 개인 여행자들로 대체되는 추세다. 또 궁이나 쇼핑거리 등의 전통적인 관광지보다 제주의 지디(빅뱅 멤버) 카페나 명품 브랜드를 모티브로 한 카페 디올(cafe dior)을 비롯해 김치 만들기나 콘서트 관람 같은 한류 체험 등 새로운 체험여행이 한국의 핫스팟으로 떠오르고 있다.
모바일 이용과 SNS가 활성화되면서 타인의 여행 경험을 공유하며 기존의 유명 관광지에서 벗어나 좀 더 새로운 체험에 대한 욕구도 함께 늘어났다. 2017~2018년 중국여행객 선호 여행지 조사에서 전통관광지 방문이 56.3% 증가했던 것에 비해 새로운 여행지와 체험은 135% 증가했다.
# 중국인 해외여행중심 마팡워, 콘텐츠 생산에서 소비까지
중국인 해외자유여행과 테마체험여행의 중심에는 마펑워(马蜂窝)가 있다. 마펑워는 말벌집, 왕벌집 이라는 뜻으로 중국 최대 여행 커뮤니티다. 유저라면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한국의 여행 커뮤니티 ‘여행에 미치다’나 포털 사이트의 여행 블로그 정도와 비교할 수 있지만 마펑워는 그보다는 훨씬 거대하고 조직적이다. 중국의 여행 인구가 1.3억 명, 마펑워의 회원수가 1.5억 명이라는 것만 봐도 그 규모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해외 자유여행을 가려는 거의 모든 인구가 흔히 마펑워에서 여행 정보를 검색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박경진 마펑워코리아 대표의 말에 따르면 네이버와 같은 중국 대표 포털인 바이두에서 여행 관련 단어를 검색하면 70% 이상이 마펑워의 콘텐츠다.
마펑워 데이터 센터에 따르면, 중국 해외여행 선호 목적지에서 2017년 한국이 18위에 그쳤지만 2018년에는 4위로 올라섰다. 중국인은 해외여행 시 비행시간 3시간 전후의 여행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주변 인접 아시아 국가로의 여행이 잦다. 한국은 중국의 3대 도시인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에서 모두 비행시간 3시간 안팎의 여행지로 꼽혀 유리하다.
중국 최대 여행 정보 공유 플랫폼인 마펑워가 지난 12일 한국관광공사와 서울시를 비롯해 항공사, 면세점, 호텔, 패션뷰티 브랜드, 광고대행사 등의 관계자 200여 명을 초대해 컨퍼런스를 개최한 이유다. 이 컨퍼런스에서는 중국인의 변화하는 최근 여행트렌드와 어떻게 마펑워를 활용해 국내 인바운드 여행객 유입을 늘릴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이 발표됐다.
마팡워 콘텐츠의 생산자는 곧 소비자다. 여행 전에는 타인의 실시간 여행정보를 보며 계획을 세우고, 여행 중에는 그때그때 필요한 예약을 진행하며, 여행 후에는 자신의 여행경험을 공유하고 새로운 콘텐츠 생산자가 된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이 주로 경험 후의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이라면, 마펑워는 여행 전에는 가이드북처럼 타인의 경험에서 나온 정보를 수집하고, 여행 후에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다시 여행정보화 시킨다. 게다가 오직 여행에 특화된 플랫폼이다.
마펑워에서는 ‘여행달인’들이 생산한 콘텐츠를 재편집해 ‘여행공략집’이란 것을 만든다. 알짜 정보를 취합하거나 테마별로 엮어 가이드북이나 여행잡지 스타일의 여행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가령 ‘강남 한류 여행’이나 ‘제주 액티비티 여행’ ‘서울의 봄 즐기기’ 같은 것이다. 이를 위해 따로 여행달인들과 영상을 찍거나 테마별 여행을 취재하기도 한다. 국내 TV에서 선보이는 먹방이나 OO트립을 마펑워 앱 내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모바일 환경과 트렌드를 고려한 1분짜리 짧은 영상들이 릴레이로 이어진다. 각 국의 관광청이나 지자체, 기업들이 마펑워와 접촉해 영상을 찍거나 여행달인을 섭외해 자체 홍보 콘텐츠를 제작해 싣는 경우도 많다. 기업이나 브랜드가 마펑워와 접촉하지 않고 여행달인을 직접 섭외해 콘텐츠를 생산하기도 한다. 이런 여행공략이나 여행 후기가 매월 70만 개쯤 생산된다. 여행공략집 편집에 베이스가 되는 인스타그램 스타일의 개인 여행콘텐츠는 매월 926만 개가량 생산되고 있다.
# 여행 전 검색, 여행 중 예약, 여행 후 공유로 선순환, 한국 정보는 부족해
마펑워코리아에 따르면 2017년 사드 보복 이후 중국인의 한국 여행이 줄어들면서 마펑워 플랫폼에도 한국 여행지에 대한 콘텐츠가 많이 부족해졌다고 한다. 특정 지역에 대한 여행정보가 많을수록 더 많이 여행을 가게 되고 인기 여행지는 계속 선순환이 된다. 정보가 적을수록 여행지로의 선호도가 낮아져 여행을 가지 않게 되고 콘텐츠가 부족해지니 다시 여행지에서 배제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중국 내에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사용이 금지되어 있고 기타 세계 공용 사이트들이 패쇄 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내에서 마펑워의 정보력은 가히 파괴적이다. 사드 보복 전에는 국내 여러 기업들이 마펑워의 파워블로거 격인 일명 ‘여행달인’을 섭외하거나 마펑워와 제휴해 프로모션을 통한 영업을 진행한 사례도 많다. 하지만 사드 이후 이런 프로모션도 대거 줄어든 상태다.
박경진 마펑워코리아 대표는 “중국인은 1년 넘은 여행정보에 대해서는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중국 자유여행객들의 마펑워 의존도가 높은데 한국에 대한 신규 콘텐츠가 줄어들다보니 한국 여행에 대해 불안해하거나 여행지 목록에서 제외하는 경향이 생겼다”며 “사드 이후 1~2년 새 인접한 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규 정보가 취약해 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반사이익은 일본이 보고 있다. 한국으로 향하던 여행자의 많은 수가 상대적으로 정보가 많고 테마 여행에 강한 일본으로 몰리고 있다.
마펑워는 현재 전 세계 6만 곳의 여행지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앱 누적 다운로드 수는 7.6억 회, 앱 1일 사용객은 800만 명에 이른다. 마펑워의 유저는 여성이 62%를 차지하고 연령으로 보면 18~35세가 62%로 주류를 이룬다. 36~50세의 유저도 25%나 차지해 무시 못 할 숫자다. 해외여행 정보이다 보니 해외여행을 갈 만한 경제력이 필요하고 그러다보니 전문대를 포함한 대졸 이상자가 유저의 93%를 차지한다. 이들은 중국 내에서 월평균 수입도 상위권이다. 중국 내 유저들의 지역 분포도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경제적으로 발달된 도시들의 비중이 높다.
마펑워의 정보 생산은 개인 유저들이 하고, 마펑워는 이를 취사선별해 테마별로 편집하거나 상위에 노출하는 등의 기법으로 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진행한다. 단순 콘텐츠 플랫폼이 아니라 그 콘텐츠를 기반으로 호텔과 액티비티 등의 예약 진행도 한다.
플랫폼이 너무 상업적으로 갈 우려가 있지 않느냐고 묻자 박경진 마팡워코리아 대표는 “콘텐츠가 상업적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면 유저들은 더이상 마펑워의 정보를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고 외면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건 브랜드 입장에서도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어 좋지 않다. 전체적으로 실제 유저가 개인적인 감성으로 직접 생산하는, 살아있는 객관적 여행정보를 중심으로 각국 관광청이나 기업과 적절히 협업하는 균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인바운드 여행업계 관계자는 “제주도가 그랬던 것처럼 한국의 고유 관광자원들이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황폐화 될 우려도 있다. 한국인이 소개하는 한국이 아니라 한국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중국인들에 의해 생산되는 한국 정보가 자칫 왜곡되거나 변질될 위험도 있다. 적절한 관광 정책과 인바운드 업계의 방향 설정이 필요한 때”라는 의견을 보였다.
중국 최대 여행 커뮤니티인 마팡워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좀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 공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케팅 비용 투입 대비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지, 지자체 차원의 제휴는 국내 관광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자원의 고갈이나 훼손 없이 마케팅 할 수 있을지의 고민이 필요하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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