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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튜브] '님아, 그 결제 하지마오' 공짜 영어강의 널렸다오

라이브 아카데미, 올리버쌤, 마이클 엘리엇…유료 강의 매출 걱정될 정도로 수준급

2019.03.14(Thu) 17:52:06

[비즈한국] 유튜브 전성시대다. 정치사회적 파급력도 대단하거니와 학습, 취미, 실용, 오락 등 무궁무진한 정보가 있다. 개인적으로도 TV보다 유튜브를 많이 보게 됐다. 40대 남자로서 유튜브의 유용한 채널들을 소개해 본다.

 

하마터면 결제할 뻔했다. 인터넷에 팝업 광고로 뜬 영어 영상 강의 36개월분을 72만 원, 12개월 할부로. 

 

영어는 늘 컴플렉스였다. 수학능력시험 영어과목에서 만점을 받았고, 미군부대에서 군복무를 하면서 영어를 공부했지만 ‘네이티브’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2008년 9월 15일 리먼사태로 직장생활의 위기(당시엔 그랬다)를 느낄 때도 ‘심기일전’을 위해 평일 아침 8시 영어회화 학원을 등록하고, 회사로 뛰어갔다.

 

유튜브의 무료 영어 강의 영상은 웬만한 유료보다 품질이 뛰어나다. 사진=유튜브 채널 ‘라이브 아카데미’ 캡처


‘비정상회담’이라는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똘똘해 보이는, 한국말 잘하는 원어민이 대문짝만하게 광고로 나오는 그 영상 강의는 그럴싸했다. 너무 초보자 대상도 아니면서, 영어 공부 웬만큼 했는데도 한계를 느끼는 이들에게 적당한 수준이었다. 

 

회원가입을 하고 ‘장바구니’에 담았더니 하루가 멀다 하고 문자가 날라 왔다. ‘오늘까지만 할인’ ‘다시없는 기회’ 그런 식이었다. 

 

어느 날 유튜브에서 신천지를 발견했다. 너무나 좋은 영어 강의가 공짜로 널려 있었던 것이다. 유료 영어 영상 강의의 미래가 걱정될 정도로.

 

# 라이브 아카데미

 

‘빨간 모자 아저씨’로 유명하다. 보통의 유튜버들이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잡썰’을 하는 것에 비해 이 ‘아저씨’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간다. 유튜버들의 잡썰을 스킵하기 위해 초반 속도를 1.5배로 듣는 편인데, 라이브 아카데미는 그럴 필요가 없다. 

 

라이브 아카데미의 장점은 진행자가 영어와 한국어를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영어를 공부하는 한국인들의 특징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교과서적인 원론을 읊조리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들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히 긁어준다. 

 

유튜브 채널 ‘라이브 아카데미’

 

가장 감동 받은 영상은 ‘“알다”의 9가지 유형’이다. 한국인은 회화에서 ‘알게 되다’를 ‘I got to know’ ‘I become to know’라고 종종 쓰는데, 원어민은 절대 그 말을 쓰지 않는다. 오직 한국인만 그렇게 쓴다. 한국말로 ‘알게+되다’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어에서는 이미 단어 자체에 ‘알게 되다’는 뜻이 담겨 있다. 9가지 표현은 ‘know’ ‘understand’ ‘find out’ ‘notice’ ‘realize’ ‘recognize’ ‘be familiar with’ ‘be aware with’ ‘tell’이다. ‘나는 네가 어떤 느낌일지 알게 됐어’라면 ‘I understand~’를 써야 한다. ‘나는 그녀가 머리를 염색한 것을 알게 됐어’라면 ‘I noticed~’를 써야 한다. 

 

다른 영상에서는 ‘내가 알기로는’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이 역시 한국인만 ‘as I know’를 쓴다. 영어로 쓸 때는 ‘as far as I know’ ‘to my knowledge’ ‘from what I heard’ ‘the way I see’ 등이다. 

 

영상도 프로페셔널하다. 화면은 깔끔하고 배경과 인물에 적당한 조명의 단차가 있어 인물에 집중이 된다. 진행자의 목소리도 유려하다. 강의에 최적의 목소리다. 14일 현재 ​‘라이브 아카데미’​의 ​구독자는 46만 명, 영상은 198개다.

 

# 올리버쌤

 

‘라이브 아카데미’는 더없이 좋은 콘텐츠지만, 진행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따라가기가 어렵다. 정자세로 앉아 10분 이상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올리버쌤’은 의자를 45도 이상 기울인 상태에서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음료수와 과자를 보며 보기에 부담이 없다. 하나의 영상은 하나의 영어 표현을 알려주는 2~3분짜리으로 구성된다. 

 

미국인이지만 어릴 때부터 한국어를 공부해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하고 한국에서 초등학교 원어민 선생님도 했기에 한국인이 영어를 어떻게 배우는지도 잘 알고 있다. 

 

유튜브 채널 ‘올리버쌤’

 

혼자 1인 2역의 상황극을 하며 한국인이 영어를 잘못 쓰는 장면을 코믹하게 연출한다. 대표적인 예로 ‘만나서 반갑습니다’를 ‘It's nice to meet you’로 한국인은 흔히 쓰지만, 친한 사이에서 이렇게 쓰면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이 말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만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주 보는 사이에서 ‘만나서 반갑습니다’를 쓰려면 ‘meet’이 아니라 ‘see’를 사용해 ‘It's nice to see you (again)’라고 해야 한다. 이렇게 짧은 영상에 하나의 표현을 알려주므로 부담 없이 짬짬이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더불어, 미국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미국 문화를 알려주는 콘텐츠도 있다. 올리버쌤 본인이 한국 초등학교에서 가르칠 때 아이들이 커터칼을 들고 장난을 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미국에서는 커터칼은 무기로 간주돼 학교에 들고 오기만 해도 정학을 당하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사랑한 올리버쌤은 한국인과 결혼했다. 그의 본가는 텍사스주에 있다. 그의 콘텐츠는 항상 “다음에 봐요, 빠잉!”으로 끝난다. 14일 현재 ‘올리버쌤’​ 구독자는 106만 명, 영상은 381개다.

 

# Michael Elliott(마이클 엘리엇)

 

자칭 ‘한국어로 설명해주는 유튜브 최초의 원어민 강의’다. ‘라이브 아카데미’가 2017년 8월 26일, ‘올리버쌤’이 2015년 7월 30일 개설한 반면, Michael Elliot(마이클 엘리엇)은 2011년 1월 13일 개설했다. 개설 당시 영상에서 진행자는 해사한 청년이었는데, 지금은 중년에 가까운 아저씨가 되어 있다.

 

마이클 엘리엇 또한 위의 두 진행자와 마찬가지로 한국인이 실수하는 표현 위주로 강연을 이어 나간다. 예를 들면 ‘저는 여기 온 게 이번이 처음이에요’라는 표현을 한국인은 ‘This is the first time for me to come here’ ‘This is the first time I'm coming here’라고 ‘to 부정사’ 또는 ‘현재진행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어민은 98~99% ‘현재완료형’을 사용해 ‘This is the first time I've been here’라고 사용한다. 원어민은 ‘저는 운전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에요’는 ‘This is the first time I've (ever) been driven’이라고 말한다. 

 

유튜브 채널 ‘Michael Elliott’

 

또 다른 강의에서, 한국인은 습관적으로 ‘사실은’을 접속사의 용도로 사용하는데, 이를 영어에서도 ‘actually’라고 은연중에 사용한다. 원어민이 듣기엔 어색한 표현이 되어 버린다. ‘actually’는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사실을 말할 때만 쓰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외모로 보아 틀림없이 미국인인 것 같은데 ‘사실 저는 한국인이에요’라고 할 때 ‘actually’는 자연스런 표현이다. 그런데 모두가 한국인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저는 한국인이에요’라고 하면 어색한 표현이다. 한국어에서도 ‘사실’은 의외의 상황에서 써야 자연스럽다. ‘사실은’을 무분별하게 쓰다 보니 영어에서도 그렇게 쓰는 것이다.

 

‘라이브 아카데미’의 진행자는 한국인(외모상으로는)으로 한국어 발음이 자연스러워 듣기에 불편함이 없고 속도감이 있어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올리버쌤’은 짧은 시간 하나의 표현을 상황극을 통해 재미있게 머리에 각인시킬 수 있다. ‘마이클 엘리엇’은 가르치는 방식이 반복적이고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다양함과 깊이감에서는 톱3에 들기에 충분하다. 14일 현재 ‘마이클 엘리엇’의 구독자는 30만 명, 영상은 483개다.

 

아이러니하게도 카테고리 특성상 이들 영어 강의 영상에는 유료 영어 강의가 광고로 붙는다. 광고 효과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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