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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한국 방산 망해라' 일본 인기 칼럼은 현실이 될까

'갈라파고스적' 일본 방산, 국제 시장서 존재감 미미…우리도 체질개선 시점

2019.03.13(Wed) 16:43:55

[비즈한국] 지난 9일 일본의 정치평론지 ‘Voice’ 3월호와 포털 야후재팬에 한 정치평론가의 칼럼이 개재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일본 정치평론가 와타세 유유야가 쓴 ‘한국 방위산업 약화를 노려라’는 도발적인 내용의 칼럼이 그것이다. 이 칼럼이 인터넷에 게시된 지 약 3일 만에 25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려 야후 뉴스의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으니, 일본의 인터넷 여론의 비뚤어진 ‘혐한’ 정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만하다.

 

일본 정치평론가 와타세 유유야(오른쪽)와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그의 칼럼. 사진=야후재팬 캡처·abematimes


칼럼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나빠지고 있는데, 현재 일본 정부는 미국의 눈치를 보고 한국에 대한 제재조치를 망설이고 있다. 이는 잘못된 것이며 당장 정치·경제적인 공격을 가하면 미국이 일본 편을 들어 한국이 사죄할 것이라 전제한다. 이를 위해 이제 앞으로 적이 될 한국의 군사력이 일본에 위협을 줄 수 없도록, 한국의 방위산업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방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한국의 방위사업을 망하게 하면 일본과 한국이 분쟁이 생기더라도 국방력이 약하니 일본을 실제적으로 위협하지 못할 것이고, 이를 위해 군함을 건조하는 대우조선해양(DSME)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제소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한국의 국방예산과 국방력을 약화시키는 전투를 하자는 것이다.

 

이 칼럼을 본 일본 누리꾼들은 “한국산 무기는 비싸고 품질이 나빠 비리 덩어리” “지극히 성실한 칼럼이지만, 일본 내의 반일 친한 단체 때문에 이런 정책이 진행되지 않는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총리가 돼야 한다” 등 칼럼니스트에 대한 칭찬과 호평 일색이다.

 

물론 이런 칼럼과 일본 누리꾼들의 반응으로 일본 전체의 여론과 정치권의 반응을 평가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극단적인 사상과 한국에 대한 중상모략을 일삼는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일수록, 자신의 주장을 어필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행동해 여론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칼럼은 논리적으로 가능한 걸까. 결론적으로 일본의 방위산업은 그 역사와 규모, 기술에 비해서 처참하다 못해 안쓰러울 정도로 국제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다.

 

인도에 수출하려다 실패한 일본의 US-2 수상비행정. 사진=신메이와중공업


일본은 원래 무기 수출 3원칙으로 공산국가, 분쟁국가 및 모든 국가에 무기 수출을 금지 또는 자제한다는 일종의 시행령을 지켜왔으나, 아베 신조 총리와 자민당은 2013년 12월 17일, 이른바 ‘국가 안전보장 전략’을 발표하고 이 원칙을 폐기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본의 방산 수출은 연구개발, 저가 혹은 공짜 중고 무기, 일본에서 쓸 외산무기 일부의 하청작업 외에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일본이 가장 먼저 중점적인 수출을 생각한 장비는 US-2 수상비행정이다. 해군 혹은 해양경찰이 운용할 수 있는 수상비행정은 헬기보다 속도도 빠르고 탑재량도 많아, 먼 바다의 수상사고를 구조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인도의 모디 총리와 3년간 10차례나 회담하면서 US-2 수상비행정을 인도에 수출하고자 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일본산 수송기 C-2는 UAE에 수출을 추진했다. 에어버스의 A400 아틀라스(Atlas)와 비슷한 크기지만 쌍발 제트엔진을 달아 우수한 점도 많았다. 하지만 개발이 5년 넘게 지연되면서 원래 예상했던 가격보다 40% 상승했고, 사막 지형과 군용 야전 비행장의 이착륙이 어려워 수출이 좌절됐다. 일본이 자랑하는 초계기 P-1도 영국 초계기 사업에서 미국의 P-8에 패배했다.

 

UAE에 수출하려다 실패한 C-2 수송기. 사진=ainonline


가장 쓰라린 실패는 호주의 SEA1000 사업이다. 호주의 토니 에벗 총리는 친일 노선으로 일본의 소류급 잠수함 도입을 적극 추진했지만, 정권이 바뀌고 경쟁입찰 끝에 프랑스에게 패배했다.

 

이처럼 일본 방위사업이 국제 시장에서 굴욕당하고 있는 것은 과도한 자신감과 오만한 세일즈 방식에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안일한 발상으로 수요자가 원하는 맞춤형 제품 생산에 실패하고, 일본제 무기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갈라파고스적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첨단 기술을 사용해 그들의 독특한 전투개념과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무기를 만드는데 치중해 수요자인 외국군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개념으로 싸울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적다. 

 

호주의 잠수함 사업에서 일본은 자국의 소류급 잠수함이 디젤 잠수함 중 세계 최고의 성능을 갖고 있다고 자랑하면서도, 러시아제나 중국제 잠수함처럼 미국제 장비를 다는 것조차도 어렵고 대형 잠수함이면서도 한 장소에서 붙박이로 매복하는 임무를 맡는 소류급 잠수함의 특징도 장거리 순항 임무가 필요한 호주와 맞지 않았다.

 

잠수함 외의 다른 무기도 상황은 비슷하다. 터보팬 엔진 2개를 장착한 C-2는 비슷한 크기에 터보프롭 엔진 4개를 장착한 A400보다 정비가 편리하고 유지비가 적게 들어야 하지만 실제 스펙은 그렇지 못했다.

 

P-1이 자랑하는 최첨단 전자전 장비와 전자 정보 수집(ESM) 장비는 실전에서 함선의 레이더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번 ‘초계기 도발 사건’에서 드러나 버렸다(관련기사 [밀덕텔링] 일본의 추적레이더 생트집, '베테랑의 품격'으로 품으면?).

 

결국 일본이 자국 방위산업을 통해 한국제 무기를 국제 시장에서 몰아낸다는 주장은 마치 북한이 미국을 장거리 미사일로 굴복시킨다는 것과 같은 황당무계한 공상에 가깝다. 국제 방위산업 시장의 톱티어(TopTier·일류)는 아니지만 세계 10위권 수준의 방산수출 매상을 기록하는 한국에 비해 일본은 몇 분의 1에 불과하다. 

 

일본이 호주에 수출하려다 실패한 소류급 잠수함. 사진=미 해군


그렇다고 현재 우리 방위산업의 전망이 결코 밝은 것은 아니다. 세계 10위권 수준의 상당한 성과 뒷면에는 일명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 세계 5위권의 방산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어떤 해결책이 필요할까?

 

첫 번째로 TRL(기술성숙도)를 정확하게 파악해, 우리 실력에 맞는 개발 방향을 잡아야 한다. 흑표 파워팩 국산화나 K-11 복합소총 개발 사업은 한국 방위산업 역사상 가장 뼈아픈 실패 중 하나였다. ‘하면 좋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구별하지 못하고, 하면 좋은 것을 무작정 따라간 것은 우리 방산 역사의 오점을 찍었다. 개발이 가능한지, 그리고 개발된 무기가 제 성능을 발휘하는지 보다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두 번째로 다양한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무리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야 한다. 국산화에 성공해 우리 군에서 잘 운용하는 무기를 중심으로 수출을 하다 보니, 50톤 크기의 K-9 궤도형 자주포는 있지만 차륜형 자주포는 한국군 수요가 없어 포트폴리오에는 빠졌다. 

 

잠수함도 1400톤(t)의 DSME1400과 3500톤급 도산안창호급이 있어 가장 수요가 많은 2000톤 내외의 중형 잠수함이 없다. 방위산업체들이 다양한 국가의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수출용 무기를 만드는데 연구개발을 도와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국제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방산협력 역량을 늘려야 한다. 일본은 지상배치형 이지스시스템이나 F-35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할 때, 일본산 안테나를 장착하거나, 공대공 미사일을 공동 개발하는 등 해외 무기체계에 자국사 장비와 부품을 추가하려고 노력한다. 

 

우리 역시 지대지 미사일, 함정 수직발사기, 장갑차량 현가장비, 장갑차용 사격통제 장비, 항공무장, 표적 획득장비 등 해외 무기체계에 우리의 제품과 부품을 결합해 공동 마케팅에 도전하는 것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국의 방위산업은 이루어 놓은 것도 많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본 평론가의 망언에 반발하기보다는 우리와 그들의 차이를 더욱 더 벌릴 수 있도록 방위산업의 체질개선에 더 힘써야 할 시점이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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