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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채용에도 설명회는 '블라인드'가 없다

3월에만 채용설명회 500건이지만 서울 주요 대학에 집중, 지방은 국립대만 찾아

2019.03.13(Wed) 11:08:04

[비즈한국] 상반기 공채 시즌이 시작되면서 주요 기업이 대학 채용설명회를 진행 중이다. 설명회에서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채용 규모나 일정, 합격 팁 등이 공유되기도 하고 참석자에 한해 서류심사 면제 등의 특혜를 제공하는 기업도 있어 학생들의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기업의 채용설명회는 서울권 일부 대학에 집중돼 있어 상당수의 학생들이 소외감을 느낀다는 지적이다.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겠다고 나선 기업들도 서울 상위권 대학에서만 채용설명회를 고집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2일 건국대에서 열린 CJ그룹 채용설명회 현장. 많은 학생이 몰려 280석의 좌석이 부족할 정도였다. 사진=박해나 기자

 

# 3월 중 500회 이상 열리는 채용설명회, 30여 대학에 쏠려 

 

CJ그룹은 3월 21일까지 22개 대학을 돌며 계열사별 채용설명회를 진행한다. CJ그룹이 찾아가는 22개 대학 중 서울권에 위치한 곳은 15개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중앙대 등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수도권 및 지방 대학 중 채용설명회 장소로 선택한 곳은 7곳에 불과하다. 인하대, 아주대 등 수도권 대학 외 지방은 부산대, 부산외대, 경북대, 포항공대, 카이스트뿐이다.

 

SK하이닉스는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서울 주요 대학에서 채용설명회를 진행한다. 지방에서 열리는 설명회는 충북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등의 소수다. 삼성전자도 서울 지역에서는 19개 대학에서 채용설명회를 진행하고 지방대는 7곳만 찾는다. 이 역시 카이스트, 충남대, 충북대, 경북대, 부산대 등 지방 거점 국립대가 중심이다. SK그룹의 계열사 SK E&S도 7차례 채용상담회를 진행하는데 모두 서울권 대학에만 집중돼있다.

 

롯데백화점은 찾아가는 직무설명회를 진행한다. 디지털, 빅데이터, MD 등의 직무를 소개하고 실무자가 직접 주요 업무와 커리어패스 등에 대해 안내하는 시간이다. 롯데백화점은 6개 대학을 돌며 설명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는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경희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으로 서울권 주요 대학에만 집중돼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대학 취업지원실 등을 통해 집계한 대학교 채용설명회가 3월 중에만 500건 이상 열린다고 밝혔다. 이 채용설명회들은 30여 개 대학에만 집중된다. 서울 및 수도권 대학이 20개 이상이며 지방대학은 10개 남짓이다. 그마저도 지방 거점 국립대와 포항공대, 카이스트 등이 전부다. 업계 관계자는 “채용설명회는 이전부터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만 집중돼 왔다. 블라인드 채용이 화제가 된 뒤에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연세대 등의 상위 대학에 열리는 채용설명회 횟수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전했다.

 

지난해 한양대학교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의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 “우수 인재 선점, 어쩔 수 없지 않나” vs 취준생은 박탈감

 

주요 기업의 채용설명회가 집중된 연세대의 경우 지난해에만 381건의 채용설명회가 열렸다. 연세대 관계자는 “기업이 채용설명회 개최를 희망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대부분 받아주는 편이다. 별도의 대관료 등의 비용을 받지 않는다”며 “기업 측이 우수 학생 선발을 희망하는 만큼 학교 측으로 채용설명회 문의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건국대 역시 연평균 250여 건의 채용설명회가 열린다. 3월 중에만 계획이 잡힌 채용설명회가 30건 이상이다. 건국대 관계자는 “설명회 한 달 전부터 학교 측으로 기업들의 문의가 온다. 일정이 겹치지 않는 이상은 신청 기업의 설명회를 가능한 많이 열어 학생들의 취업 기회를 넓혀주려 한다”고 밝혔다. 

 

반면 기업이 선호하는 대학군에 속하지 않는 서울의 한 대학에서는 3월 중 대기업 채용설명회가 한 차례도 열리지 않는다. 이 학교 관계자는 “3월 중 열리는 채용설명회가 2건이지만 하나는 중견기업이고, 다른 하나는 군 간부 관련”이라고 소개했다. 

 

채용설명회가 열리지 않는 대학 학생들은 타 대학에서 열리는 채용설명회를 찾아간다. 12일 건국대에서 열린 CJ그룹 채용설명회에는 다른 대학 학생들이 상당수 자리를 차지했다. 서울의 모 여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입사하고 싶은 기업의 채용설명회가 재학 중인 학교에서 열리지 않아 찾아왔다”며 “재학 중인 학교에서 열리면 공강 시간에 잠깐 찾아가 들을 수도 있을 텐데 남의 학교까지 가야 해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 우리 학교에서도 많은 기업의 채용설명회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 채용설명회는 서울권 일부 대학에 집중돼있다. 건국대 커리어라운지에 붙어있는 채용설명회 안내문. 사진=박해나 기자

 

기업 측은 의도적으로 상위 대학에서만 채용설명회를 여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채용설명회 대학은 전년도 지원자들의 학교를 참고해 결정된다. 전년도에 지원자가 많은 학교 위주로 설명회 대학을 선정해 매년 달라진다”며 “몇 년 전까지 여대 지원자가 적어 여대 채용설명회가 거의 없었는데 최근에는 지원자가 늘며 여대 채용설명회도 적극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상위 대학에 집중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채용설명회에는 인사담당자뿐만 아니라 해당 대학 출신의 임직원이 함께 방문한다. 후배들에게 채용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를 전하면서 기업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회사에 해당 대학 출신이 많은 곳을 우선적으로 선정한다. 아무래도 대기업 임직원 중 서울 주요 대학 졸업자가 많다 보니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방의 경우 지방 거점 국립대로 집중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기업이 블라인드 채용을 원칙으로 하지만 양질의 인재를 뽑으려는 의지는 여전하다. 지방에서 진행하더라도 국립대나 우수 대학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기업에서는 일부 대학에 집중된 채용설명회가 불공정하다는 지적 등에 따라 온라인 채용설명회를 함께 병행한다. SK텔레콤은 9일 유튜브를 통해 실시한 온라인 채용설명회 ‘티 커리어 라이브’를 진행했다. 생방송 및 VOD 시청자는 5000명을 넘어섰다. CJ그룹은 2015년부터 온라인 채용설명회를 진행 중에 있다. 매년 색다른 콘셉트로 채용설명회를 진행하는데 올해는 영상을 영어, 중국어로도 제작한다는 방침이다. BGF리테일도 취업포털 및 유튜브 등을 통해 온라인 채용설명회를 진행하고, 롯데그룹은 계열사별로 온라인 채널을 활용한 채용설명회를 진행한다. ​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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