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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 허영섭 전 GC녹십자 회장 용인 저택 10년째 '방치' 왜?

2009년 작고 '모자의 난' 겪고도 여태 고인 명의…녹십자 "추가 상속분쟁은 없다"

2019.03.13(Wed) 11:25:44

[비즈한국] 고 허영섭 전 GC녹십자홀딩스 회장의 용인시 자택이 허 전 회장 작고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속되지 않은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공시지가만 10억 원이 훌쩍 넘는 재산이 방치되고 있는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용인시 기흥구 동백동 고 허영섭 전 GC녹십자홀딩스 회장이 머물렀던 자택. 공시지가만 10억 원이 넘는 이 집은 허 전 회장이 작고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속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박현광 기자

 

초인종을 눌러도 답은 없었다. 용인시 기흥구 동백동, 언뜻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저택엔 아무 기척도 없었다. 이웃 주민은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고, 가끔 관리인이 와서 관리만 한다”고 말했다. ​고 허영섭 전 GC녹십자 회장이 살던 집이다. ​ 

 

허 전 회장은 2003년 강남에서 용인으로 이사 온 뒤 2009년 작고했다. 허 전 회장이 세상을 뜬 지 10년이 지났지만 이 집의 명의는 여전히 ‘허영섭’이다. 건물이 허 전 회장의 유족인 부인과 세 아들에게 상속되지 않은 것인데, 자택의 크기나 가치로 볼 때 실수로 누락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고인의 재산 처분은 6개월 이내에 처리되지 않으면 세금이 큰 폭으로 부과된다. 국세청은 물론 지자체에서도 상속이 이뤄지게끔 안내를 하는 등 유도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아마 상속세는 이미 부과됐을 것이다. 몰라서 상속을 못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집엔 아무도 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 직원이 가끔씩 들러 집을 청소하는 정도라고 한다. 사진=박현광 기자

 

방치 원인을 두고 일각에서는 녹십자 오너 일가의 상속분쟁인 일명 ‘모자의 난’을 떠올린다. ‘모자의 난’은 이랬다. 허 전 회장은 유언장을 통해 장남인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에게 녹십자 주식을 포함해 한푼도 상속하지 않고, 부인과 차남, 3남에게 모두 분배했다. 허 전 부사장은 이에 불복해 어머니 정인애 씨가 아버지 허 전 회장의 유언장을 조작했다고 주장하며 법정 공방으로 몰고 갔다.

 


3년간의 상속분쟁은 ​2013년 ​대법원이 어머니 정 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끝났다. 이후 허 전 부사장은 2014년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을 통해 목암연구소(11만 3520주), 목암과학장학재단(11만 3520주), 미래나눔재단(23만 6551주)로부터 녹십자홀딩스 주식 총 46만 3551주(0.94%)를 돌려받았다. 허 전 부사장은 현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은둔 중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개인적인 일에 대해선 잘 모른다”며 “추가 상속분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녹십자는 2018년 기준 매출액 1조 3348억 원에 달하는 제약업계 2위인 회사다. 2018년 매출액 1조 5487억 원을 기록한 녹십자그룹 지주사 녹십자홀딩스를 포함해 계열사가 17개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업계에서 영향력은 누구보다 막강하다고 할 수 있다.

 

허일섭 현 GC녹십자홀딩스 회장. 허 회장은 집안의 5남으로, 형 고 허영섭 전 GC녹십자홀딩스 회장과 함께 회사를 성장시켰다. 형 허영섭 전 회장이 경영을 주도했는데, 형이 세상을 떠난 뒤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사진=녹십자 홈페이지 캡처

 

형제경영으로 얽힌 탓에 녹십자는 최근 후계구도를 두고 가족 간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녹십자는 시멘트 회사에서 시작했다. 허채경 전 한일시멘트공업 명예회장은 1967년 주식회사 수도미생물약품판매를 설립하는데, 이 기업은 1971년 이름을 녹십자로 바꾼다. 허 전 명예회장의 다섯 아들 중 차남 허영섭 전 회장과 5남 허일섭 GC녹십자홀딩스 회장이 녹십자를 맡았고, 열세 살 많은 형인 허영섭 전 회장이 경영을 주도했다.

 

녹십자는 2001년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그룹사 체제를 갖췄다. 2009년 허영섭 전 회장이 작고한 뒤 허일섭 회장은 그룹 총수에 해당하는 녹십자홀딩스의 회장이 됐고, 허 전 회장의 3남 허용준 씨가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허 전 회장의 차남인 허은철 씨는 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당시 업계에선 허은철 대표 중심의 후계 구도가 확립될 것으로 전망했다. 허일섭 회장이 그룹의 총수가 됐지만, 어린 조카를 대신에 그룹을 잠시 맡아주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때가 되면 경영권을 넘길 것으로 봤지만, 후계구도에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지난해 초 허일섭 회장이 장남 허진성 전 녹십자홀딩스 경영관리팀 부장을 주요 계열사인 녹십자바이오테라튜틱스 상무로 승진시키며 힘을 실어 준 것. 이어 허 회장을 비롯해 허 회장의 가족은 자사주 매입을 늘리고 있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 허 대표는 아버지 허영섭 전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을 물려받을 것이라고 점쳐졌다. 사진=녹십자 홈페이지 캡처

  

허일섭 회장은 2018년 한 해에만 12차례에 걸쳐 자사주 8만 2000주를 매입했다. 2009년 당시 녹십자홀딩스 지분율 9.51%에 불과했던 허 회장은 2018년 12월 6일 기준 지분율 11.73%로 목암생명과학연구소(9.79%)를 제치고 최대주주에 올랐다. 부인 최영아 씨 0.43%, 장남 허진성 상무 0.65%, 차남 허진훈 씨 0.61%, 장녀 허진영 씨 0.27%까지 계산하면 총 13.69%로 영향력이 막대하다.

 

반면 허영섭 전 회장의 아들들인 허은철 대표와 허용준 대표의 녹십자홀딩스 지분율은 각각 2.51%, 2.65%에 불과하다. ‘비운의 장남’인 허성수 전 부사장은 0.6%로 영향력이 미미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허일섭 회장이 공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고, 허은철·허용준 대표까지 자사주 매입에 동참하고 있다. 후계 싸움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녹십자는 매출은 늘고 있지만 영업실적이 급감하고 있다.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허은철 대표 입장에선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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