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여행상품은 상품이기 전에 일종의 창작물이다. 누가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일정의 디테일에 따라, 같은 장소나 동일한 체험이라도 내용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여행상품이란 고정된 제품이 아니라 매순간 살아 움직이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상품의 판매나 중개 역시 그런 여행의 특성과 맥락을 잘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시대의 흐름을 타지 못하고 도태될 위험이 있다. 요즘같이 개성과 취향이 존중되는 시대에 오로지 가성비만을 목적으로 찍어내는 제품처럼 만들어진 저가 패키지여행이 점차 외면 받는 이유다.
“현지에서 뭐하고 놀까”라는 여행의 본질을 일찌감치 사업 아이템으로 꿰찬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는 여행이 콘텐츠라는 점을 잘 잡아냈다. 여행 소비자 중에서도 스스로 기획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마이리얼트립의 타깃이다. 현지인에 의한 현지체험, 그는 점차 늘어나던 여행자들의 요구를 적시에 사업화했다. 마이리얼트립이라는 사명처럼 ‘진짜 여행’을 가능하게 했다. ‘비즈한국’은 지난 11일 이동건 대표를 만나 그의 ‘리얼’ 비즈니스 스토리를 들었다.
# 투자 위한 확대 아닌, 크로스셀 위한 투자
2012년, 자유여행자들에게는 가이드투어라는 여행상품을 소개하고 현지 가이드들에겐 여행자를 연결해주는 현지투어 중개업으로 시작한 마이리얼트립. 현재 전 세계 80여 개국, 630여 도시를 베이스로 가이드투어, 액티비티, 현지체험, 입장권, 교통패스, 렌터카 등 약 1만 8000개의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 항공과 숙박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거래액 100억 원을 넘기기까지는 창업 후 2018년까지 6년이 걸렸지만 최근엔 월 거래액 200억 원을 넘겼다.
흐름을 제대로 탄 이동건 대표는 “2~3년 내에 국내 최대의 여행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여기서 ‘최대’라는 의미는 오프라인 여행사들의 규모를 따라잡겠다는 뜻은 아니다. 국내 최다 유저를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회원수는 180만여 명. 유저가 곧 자산인 온라인 업계에서 이미 상당한 자산을 확보한 셈이다. 누적 후기 40만 개 역시 큰 자산이다.
꾸준한 투자도 이어져 최근엔 항공과 숙박 서비스를 더해 종합여행플랫폼으로 나섰다. 이 대표는 “투자 받았기 때문에 사업을 확장한 것이 아니라 사업을 확장하고 싶어 투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경쟁적으로 투자를 받아 사업을 전방위적으로 확장하며 숫자 보여주기에 급급한 스타트업들의 추세에 대해 ‘속 빈 강정’ 은 아니냐는 우려에 대한 답이다.
항공과 숙박 카테고리를 갖추면서 마이리얼트립은 현지투어라는 여행의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교통과 잠자리라는 중요 하드웨어까지 갖춰 여행종합플랫폼으로 간다. 항공은 일반 여행사처럼 발권시스템을 갖춰 직접 판매하고, 숙박은 익스피디아·부킹닷컴·아고다와 제휴해 48만 개 호텔의 가격비교를 해준다. 여기에 마이리얼트립만의 장점인 해외 한인민박 600여 곳을 직접 계약으로 추가했다. 한국인이 해외에 나가 가장 편하게 가장 많은 여행정보를 수집하는 오프라인 공간이 한인민박이라는 점에서 여러 부차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 대표가 최근 플랫폼 내에 항공과 숙박을 갖추기로 한 것은 크로스셀(교차판매)을 위해서다. 교차판매가 사업에 엄청난 시너지를 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현재 마이리얼트립 거래액의 85%는 현지투어가 차지한다. 이제 막 시작한 항공과 숙박 거래액은 아직 크지 않다. 하지만 교차판매율은 28%에 이른다. 마이리얼트립 플랫폼 내에서 현지투어를 구매한 고객 10명 중 2~3명은 항공권이나 숙박까지 구매한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교차판매율을 향후 60%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교차판매 테스트 기간이었다. 가능성을 봤다. 항공권 직접 발권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3월 중으로 스카이스캐너에 입점하면 좀 더 시너지가 날 것으로 전망 한다”고 전했다. 올해 목표 거래액은 3500억 원. 그 중 항공 판매가 1200억 원이다. 항공 가격비교 플랫폼인 스카이스캐너에서 인재도 영입했다. 스카이스캐너에 입점하면 본격적으로 최저가를 선보이며 고객유입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전통적으로 항공사에서 여행사에 주는 항공권의 도매가격은 그 물량에 따라 좌우됐지만 마이리얼트립은 항공사와의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그 부분 역시 뚫겠다는 의지다. 이 대표는 “기존에는 주로 판매물량이 많은 대형 여행사들이 항공사로부터 좀 더 저렴하게 항공권을 받아 판매할 수 있었지만, 항공사들도 새로운 판로를 모색하며 뉴플랫폼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덕분에 물량이 아닌 스타트업의 신선한 이미지와 눈길을 잡는 이벤트를 통해 항공권 가격도 낮출 수 있다”고 자신했다. 현재 여러 항공사들과 프로모션을 기획중이고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엔 먼저 마이리얼트립 쪽에 접촉해 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 한국인만을 위한 여행 서비스, 토종 플랫폼의 자신감
시장의 경쟁자를 묻자 중국계 씨트립그룹의 트립닷컷을 꼽는다. 그는 “상품구성과 판매방식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트립닷컴이 눈에 띈다. 하지만 트립닷컴이 중국과 홍콩 등 중화권 인벤토리(상품DB)에서는 강하지만 한국인을 위한 세계여행 인프라는 우리가 더 유리하다. 여행은 언어와 뗄 수 없다.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어로 안내 받을 수 있다는 경쟁력이야말로 핵심”이라며 거대 글로벌 플랫폼인 트립닷컴과의 경쟁에서도 국내 토종 플랫폼만의 강점을 내세웠다.
이 대표는 “익스피디아나 부킹닷컴 등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들도 항공, 숙박, 현지투어를 모두 갖춘 통합플랫폼으로 가고 있지만 현지투어만큼의 우리의 인벤토리를 따라 갈 수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지에 사는 한국인에 의한 현지투어’는 애초 글로벌 업체들이 따라 하기 어려운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 마이리얼트립이 현지투어에서만큼은 상품 구성이나 브랜드 이미지에서도 선점을 했기에 국내 다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클룩이나 케이케이데이 같은 외국계 현지투어 플랫폼들이 관광지 입장권과 교통패스 위주로 현지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과도 차별된다. 기타 글로벌 플랫폼들이 전 세계인 대상이라는 기조 아래 한국에 진출한 것과 달리 마이리얼트립은 현재로선 오직 한국인만을 위한 해외여행 서비스라는 점도 다르다.
국내 기업의 장점 중 하나는 포커스가 오직 한국인에 맞춰져 있다는 것. 한국인의 취향과 성향을 잘 아니 한국인만을 위한 큐레이션(고객맞춤 콘텐츠를 수집해 제안하는 서비스)도 우위에 있다. 40만 개의 후기 역시 모두 한국인들에 의한 것이라 큐레이션에도 큰 도움을 준다.
여행업계의 여러 우려 섞인 시선에도 이동건 대표는 여유 있는 모습이다. 해보기 전까진 모르는 게 사업이기 때문이다. 여행업에 대해서는 ‘1도’ 모르던 이 대표가 자신만만하게 여행 사업에 덤빌 수 있었던 것도 시도를 즐기는 그의 ‘스타트업 정신’이 있었기 때문. 하지만 그의 ‘창업 DNA’는 선천적인 것이 아니란다.
“호기심을 갖고 하나둘 실행하는 과정에서 창업 DNA가 후천적으로 길러진 것 같다”고 말하는 이동건 대표는 근거 있는, 차분한 자신감으로 무장한 상태다. “늘 내외부적으로 우려와 걱정의 의견들이 있지만, 해보기 전까진 모른다”는 것이 그의 ‘스타트업 정신’이다. 마이리얼트립의 행보를 주목하고 싶은 이유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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