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사업을 하다보면 여러 회사를 거느리는 경우가 있다. 목적은 다양하다. 사업영역 다각화, 구조조정 등으로 자연스럽게 계열사가 늘어난다. 계열사를 늘려 입찰 참여 시 낙찰 가능성을 높이거나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다. 자회사 체제를 운영하다보면 공정거래법상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자회사 체제가 공정거래법상 유리한 면도 있고,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 오늘은 ‘사실상 하나의 사업자로 인정되는’ 사업체들이 알아야 할 공정거래법을 풀어본다.
먼저 유리한 점이다. 다수의 사업자가 실질적, 경제적 관점으로 사실상 하나의 사업자로 볼 수 있다면, 그 사업자들 간에는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 즉 합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공동행위 심사기준 Ⅲ. 1. 나.). 사실상 특혜다. 사업자 간 독립적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없는 사업자에게 엄격하게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경우, 기업 활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하나의 사업자로 인정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완전 모자회사(한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주식 전량을 소유한 경우)다. 반드시 완전 모자회사가 아니더라도, 공정위는 주식 소유 비율, 사업자들의 인식, 임원 겸임 여부, 회계 통합 여부, 일상적 지시 여부, 독자적 의사결정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질적 지배관계의 존재 여부를 판단한다.
특혜라고 할 만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담합 행위를 공정위에 자진 신고할 경우, 공정위 접수 순번을 기준으로 첫 번째와 두 번째 신고자에게 감면 조치가 들어가는 리니언시 제도가 있다. 완전 모자회사가 리니언시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담합 행위를 자진 신고했다고 치자. 완전 모자회사는 같은 순번을 받는다. 이를 공동감면 제도라고 한다.
이번엔 불이익이다. ‘사실상 하나의 사업자’는 업무분장이 불분명하고, 의사결정의 책임 소재를 특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사실상 하나의 사업자의 경우 자신이 직접 관여하지 않은 법 위반 행위로 공정거래법상 제재를 받기도 한다.
그 예로, 호남고속철도 궤도공사 입찰담합 건에서 한 모회사(특수관계인)는 계열사들의 업무 전반을 총괄하고, 입찰 담합 사실을 보고 받았다. 공정위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서브사 참여를 결정했다면, 설사 그 자회사가 입찰 담합 의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입찰 담합 혐의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2017입담1121).
다만, 이와 반대로 LNG저장탱크 비파괴검사용역 입찰담합 건(2016입담1740)에서, 공정위는 자회사가 모회사의 명의만 빌려 형식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했기 때문에, 담합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금은 이례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앞서 공정거래법상 사실상 하나의 사업자들 간 합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예외 조항도 있다. 공정위가 말하는 ‘합의’라는 개념 안에는 가격합의, 물량 조절 등 다양한 세부 사항이 있다. 그 중 입찰담합의 경우, 공정위는 용서하지 않는다. 입찰담합을 하게 되면 사실상 하나의 사업자들 간에도 합의가 성립하게 되며, 자회사가 모회사의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하면 입찰경쟁을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들을 상담하다 보면, 법인이 다르고 법 위반 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동종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를 설립하고 입찰에 함께 참여하는 것은, 낙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법인격 활용으로 보이기 때문에 제재 처분이 가능하다.
이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는 계열사별로 입찰 영업 전략을 특화하거나, 각자 독립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과거의 관행대로 계열사들의 영업·입찰 업무를 하나의 부서가 전담하거나, 정례적으로 개최되는 계열사 임원들 간 회의에서 주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 어느 한 계열사의 법 위반행위로 인하여 전체 계열사들이 책임을 질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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