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 홍가혜. 2014년 4월 18일 홍가혜 씨가 MBN과의 생방송 인터뷰에서 했던 말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29일 대법원이 홍가혜 씨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확정지었다. 12분의 인터뷰로 인해 홍 씨가 감내해야 했던 고통의 시간은 5년여,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지난 5일, 홍가혜 씨가 대한민국 외 3인을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접수한 홍 씨를 ‘비즈한국’이 만났다. 인터뷰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3시간 동안 이어졌다.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오늘부터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다. 그동안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줄곧 해왔는데, 대한민국과의 법적 싸움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웬만하면 긴장하지 않는 편인데, 기자회견을 할 때는 너무 긴장돼 말까지 더듬거렸다. 많은 기자들 앞이라 긴장되기도 했지만, 그보다 앞으로 싸워나가야 할 기대감과 두려움이 더 컸던 것 같다.”
홍가혜 씨는 지난 5년간 검찰과 악플러, 그리고 언론과 법적 다툼을 벌이며 감내해야 했던 고통을 본격적인 싸움을 위한 ‘성장통’으로 여겼다. 홍 씨는 이번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와 패소할 경우에 대한 계획도 세워두고 있었다. 하지만 플랜A와 플랜B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이번 소송이 민사소송이라는 점과 3명의 피고인(박 아무개 검사, 손 아무개 경사, 임 아무개 경감)보다 더 높은 국가 고위급 관료와의 기나긴 싸움이 시작될 거라는 힌트를 남겼다.
“검찰 조사를 받던 중 담당 검사로부터 ‘위에서 시켜서 한 일’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지만, ‘세월호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며 ‘위에서 시켜서 한 일’이 사실임을 알게 됐다.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자료도 확보했다. 이번 소송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지모르겠으나, 플랜A가 됐든 플랜B가 됐든 힘겨운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김관홍 잠수사가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참동안 멍해 있었다. 감당할 수 없는 분노와 자괴감, 슬픔을 느껴 홀로 소주 2병을 마셨다. 술에 취한 채로 지인이 사는 동네로 찾아갔다. 소리 내어 우는데도, 선거유세 중인 국회의원 후보와 스쳐 지나는 행인들은 무심했다. 그때 김관홍 잠수사의 외로움을 느꼈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아파했을까. 결은 다르지만, 같은 아픔을 지닌 김 잠수사의 명복을 빈다.”
홍가혜 씨도 김관홍 잠수사처럼 자살을 생각해 봤다고 한다. 거대한 권력에 짓밟힌 자신이 서러웠고, 그 누구도 공감해 줄 수 없다는 생각에 몸서리 칠 만큼 아팠던 것이다. 그때마다 홍 씨를 붙잡은 건 김 잠수사의 외로움과 자신의 소신 있는 발언,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격려’였다고 한다. 그래서 홍 씨는 다시 2014년 4월로 돌아가더라도, MBN 생방송 인터뷰에 응할 것이며, 똑같이 얘기할 거라 말했다.
“경찰과 검찰의 위법하고 부당한 수사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들이 공권력을 상대한 법적 싸움에서 이겨본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 오늘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두고 수많은 지인들이 ‘싸워 봐야 질 싸움’이라며 만류했지만, 그들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이 소송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패배의 역사를 뒤집기 위해 국가와의 싸움에 도전했다. 돈 없고, ‘빽’ 없는 약자를 대변한다 생각하며 온 힘을 다해 싸울 것이며 정의를 실현하고 싶다.”
‘약자’ 홍가혜 씨와 ‘강자’ 국가의 싸움이 시작됐다. 홍 씨는 이 소송이 10년, 20년, 30년이 걸리더라도 힘을 다해 싸울 것이며, 반드시 이겨낼 거라 다짐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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