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장강삼협(長江三峽)은 중국의 양쯔강(양자강)과 그 사이에 있는 세 개의 협곡을 뜻한다. 양쯔강은 중국에서 가장 긴 강으로 장강으로 불리며 총 길이가 6300km나 된다. 아마존강과 아프리카 닐강 다음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길다. 장강삼협은 충칭(중경)시 펑제(봉절)현 백제성에서 시작돼 후베이(호북)성 이창(의창)까지 이어진다. 그 풍경일랑 북유럽 바다를 누비는 피오르드 해안의 크루즈에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양쯔강을 따라 협곡을 맛보는 장강삼협 여행을 하기에 크루즈보다 좋은 것이 없다. 여행자는 유람선이나 쾌속선을 선택할 수 있는데 호텔식 선상에서 3박을 하는 유람선 쪽이 더 여유롭고 낭만적이다. 세 개의 협곡을 모두 돌아볼 수 있도록, 충칭에서 승선해 이창에서 하선하는 기본 코스다.
크루즈도 시설에 따라 호텔처럼 등급이 나뉘어 있어 5성급부터 3~4성급까지 다양하다. 크루즈를 타고 양쯔강을 누비다 보면 장구한 역사 속에 웅장한 자연을 품은 중국 여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장강삼협의 세 협곡 중 제1협곡인 구당협은 서쪽 백제성에서 동쪽 대계진까지 이어진다. 가장 웅장하면서도 가장 짧다. 총 길이가 8km밖에 안되지만 가장 볼 만한 협곡으로 이름나 있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흘러가는 강물은 마치 기세등등한 사자가 고함을 내지르듯 힘이 넘친다.
강폭은 50m로 장강삼협 코스 중 가장 좁지만 양 옆 절벽은 해발 1000~1500m에 이르러 더 극적인 느낌을 준다. 유람선에서 내다보는 산봉우리는 천계와 연결된 듯 하늘에 닿을 것 같다. 삼국지의 배경으로 유명한 백제성을 비롯해 절벽길인 고잔도 등이 있어 모험심 넘치는 여행자를 유혹한다.
구당협 입구 양쯔강 북쪽에 백제성이 위치해 있다. 삼국시대 촉나라 왕이었던 유비가 오나라를 치다가 크게 패해 백제성에 머물면서 제갈량을 불러 아들을 맡겼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이 장면은 밀랍인형으로도 재현되어 있다. 고대 장강삼협 유역에서 생활하던 주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박물관도 들러본다.
“아침 백제성을 떠나 구름 속으로 사라지고, 천리 되는 강릉 하루에 도착하네. 양안의 원성소리 그칠 새 없고 쪽배는 이미 만중산을 지나네.”
이태백이 백제성을 떠나며 남긴 시다. 시구를 곱씹으며 어지러운 시절이 세상을 뒤덮어도 사람은 살아가게 마련이고, 인간의 생 또한 한낱 꿈에 지나지 않음을 생각해 본다.
웅장한 구당협을 벗어나면 화폭 같은 무협에 이른다. 제2협곡인 무협은 무산에서 파동까지로 세 개의 협곡 중 가장 수려하고 규모가 크다. 총 길이 45km인 무협의 물길은 길고도 깊다. 양 옆의 봉우리들도 가히 절경이다. 등용봉, 선천봉, 조운봉, 신녀봉, 송련봉 등이 나란하다. 구름은 봉우리를 감싸고 봉우리는 구름 속에 숨었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그 모습이 신비하고 수려해 유람선에 탄 여행자들은 하루 종일 봉우리만 쳐다보게 된다고들 말한다.
장강삼협 제2협곡인 무협과 제3협곡인 서릉협 사이, 신비하게 모습을 감춘 신농계가 있다. 시인 두보는 신농계를 보며 이런 시를 읊었다. “멀리서 흐르는 물은 긴 뱀과 같고, 강촌을 품어 안는다, 한 척의 쪽배는 용동부를 향하고, 수채의 초가집은 야인의 집인가. 겨울이 다가오지만 항상 그대로 푸른 삼나무, 붉은 복숭아꽃과 흰 배꽃은 비로소 오는 봄 이련가.” 협곡을 누비는 선상에 앉아 시 한 수 따라 읊다보면 시인 묵객이 따로 있지 않다.
제3협곡인 서릉협은 파동부터 의창까지로 총 길이 76km에 이른다. 삼협 중 가장 길고 험한 협곡으로 이름나 있다. 서릉협은 그 험준함이 바로 특징이어서 예부터 암초가 많고 물살이 센 것으로 소문나 있다. 현대에는 수심이 높아지고 암초를 전부 치워 배가 다니는 데는 아무 위험이 없어 낭만적인 선상 유람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서릉협 가운데 삼두평이란 곳이 있는데, 가장 물살이 센 협곡답게 웅장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장강삼협댐이 위치한다. 댐 전체길이가 2309m, 높이는 185m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댐이다.
장강삼협 여행 중 풍도명산과 귀신성도 들른다. 중국 도교의 명산이라 불리우는 풍도명산에는 27채의 고대 사찰과 함께 귀신성이 있다. 귀신성은 유교, 도교, 불교문화가 민간 예술과 어우러진 곳으로 중국판 ‘신과 함께’를 만날 수 있다. 귀신의 궁전에는 갖가지 귀신석상들이 조각되어 있어 귀신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장강삼협의 진주라 불리우는 석보채도 놓칠 수 없다. 석보채는 단 하나의 못도 사용하지 않고 절벽에 지어진 12층 목탑 사원이다. 55m의 절벽에 9개 층이 붙어있고 절벽 위로 하늘을 향해 날아가려는 듯한 건물이 3개 층이나 더 있다. 고층 목탑 사원인 석보채는 중국 8대불가사의 건축 중 하나로 꼽힌다. 석보채가 있는 옥인산 역시 수려한 경관 덕에 예로부터 명승지로 이름나 있다.
장강삼협 여행 시 거치게 되는 도시인 충칭도 볼 만하다. 3000년의 역사를 가진 충칭은 쓰촨(사천)성과 후베이성의 경계에 위치한다. 장강삼협 서쪽 자링강과 양쯔강이 합쳐지는 곳이다. 충칭은 중국 서남지역에서 가장 면적이 넓고 공업이 발달한 대도시로 여름은 덥고 겨울은 따뜻하다. 겨울엔 안개가 잔뜩 껴 안개도시라고도 불린다. 제1협곡인 구당협에서 약 451km 떨어져 있다.
장강삼협의 웅장하고 신비한 대자연을 배경으로 물길을 따라 유람선을 타고 양쯔강을 누빈다. 평범하지 않은 여행이다. 여느 여행에서 느끼지 못한 뭉클함마저 깃든다. 자연이 거저 내어주는 길을 따라 흘러가다보면 문득 내 작은 인생 속에 우주가 비친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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