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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비정규직 70%, 아파도 못 쉰다" 노조가 밝힌 쿠팡맨의 현실

7일 쿠팡맨 노조 기자회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사측 "대화 통해 해결 바람"

2019.03.07(Thu) 15:23:15

[비즈한국] “비정규직 이제 그만, 성실교섭 이행하라” ‘쿠팡맨’ 20여 명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택배 업계 최고 대우를 내세우던 쿠팡 본사 앞이었다.

 

“비정규직 이제 그만, 성실교섭 이행하라” ‘쿠팡맨’ 20여 명의 목소리가 7일 쿠팡 본사 앞에서 울려 퍼졌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쿠팡맨 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쿠팡맨 노조)는 7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70% 비정규직 쿠팡맨 정규직화 쟁취 성실교섭 이행 쿠팡노동조합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쿠팡맨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사측의 성실한 임금단체협약 교섭 진행, 배송 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로 전환 반대 등을 요구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본사의 ‘갑질’ 사례를 고발했다.

 

쿠팡맨 노조는 “현재 쿠팡맨 3500여 명 중 70%가 계약직인 비정규직이다. 이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2년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현재까지 사측과 14차례 교섭을 했지만 당일 연차휴가 사용방안 개선안밖에 해결된 것이 없다. 이마저도 노동부 고발에 의해 이뤄진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쿠팡맨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현재 쿠팡맨 3500여 명 중 70%가 계약직인 비정규직이다. 이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2년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현재까지 사측과 14차례 교섭을 했지만 당일 연차휴가 사용방안 개선안밖에 해결된 것이 없다. 이마저도 노동부 고발에 의해 이뤄진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쿠팡맨 노조는 “쿠팡은 비정규직 쿠팡맨들과 6개월 단위로 재계약을 하며 고용불안을 무기 삼아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새벽 배송을 추진하는 등 ‘갑질’을 이어가고 있다”며 “동종 업계 최고 대우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쿠팡의 홍보 뒤엔 착취당하는 쿠팡맨들의 눈물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2014년 택배 인력 직접고용을 통해 ‘쿠팡맨’을 도입했고, 쿠팡은 당일배송을 바탕으로 고속 성장해왔다. 쿠팡맨의 성공을 확신한 김 대표는 2015년 11월에 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 말까지 1조 5000억 원을 투자해 쿠팡맨 1만 5000명을 채용하고 이 중 60%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말은 지켜지지 않았다. 현재 쿠팡맨 인력은 3500여 명에 머물러 있고, 정규직 비율도 목표에 절반도 안 되는 30%에 그친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하웅 쿠팡맨 노조위원장. 하 위원장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일하는 환경이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일하는 시간은 적어졌지만 업무량은 그대로라 쿠파맨들이 휴식시간도 반납하고 뛰어다니면 일한다고 전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하웅 쿠팡맨 노조위원장은 “도입 이래 지금까지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율이 변한 적이 없다. 회사에서는 비정규직 계약해지를 통해 의도적으로 그 비율을 지켜온 것 같다”며 “비정규직에게 계약해지 통보한 뒤 사유를 알려주지 않는다. 부족한 인력은 ‘쿠팡플렉스(일반인의 자가용 배송)’를 도입해 메운다”고 주장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일하는 환경은 더욱 악화됐다. 하 위원장은 “문재인이 대통령이 주 52시간 근무제로 ‘워라벨’을 강조하자 쿠팡도 이에 동참했다. 우리 쿠팡맨은 52시간을 일하지만 업무량은 그대로라, 휴식 시간도 반납하고 뛰어다니면서 일하게 됐다”며 “아파서 쉬고 싶어도 ‘연차제한’이라는 회사의 일방적인 정책으로 쉴 수가 없었다.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자, 슈퍼바이저가 근무 시간을 임의로 조작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비정규직 쿠팡맨은 차별받은 설움을 쏟아내기도 했다. 현재 7개월째 비정규직 쿠팡맨으로 일한 A 씨는 “일하는 시간을 회사에서 마음대로 변경하거나, 갑자기 타 근무 지역으로 배정해도 재계약을 해야 하는 입장에선 어쩔 수 없었다”며 “새벽 쿠팡플렉스 단가가 건당 3000원에서 750원으로 낮아지자, 단체로 일을 나오지 않는 상황이 오기도 했다. 그럴 땐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에게 그 일을 대체하게 했다. 새벽 배송을 끝낸 뒤 몇 시간 못 쉬고 오후에 연달아 일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쿠팡맨 노조는 오는 11일부터 한 달간 조합원들이 배송하는 물품 박스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응원 요청 메시지’ 스티커를 부착하는 투쟁을 시작으로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쿠팡맨 노조는 오는 11일부터 한 달간 조합원들이 배송하는 물품 박스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응원 요청 메시지’ 스티커를 부착하는 투쟁을 시작으로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쿠팡 관계자는 “그동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쿠팡지부와 성실히 교섭에 응해왔으나 노조가 교섭을 중단하고 다른 방식을 택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한편 쿠팡은 쿠팡로지틱스서비스(CLS)를 세우고, 배송 사업을 확대할 전망이다. 현재 배송 상품 가격과 상관없이 무조건 무료 배송을 해주고 30일 이내 무료 반품해주는 ‘로켓와우클럽’, 신선식품을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7시 이전까지 배송해주는 ‘로켓프레시’를 선보였고, 식음료 사전주문 서비스인 ‘쿠팡 이츠’ 등을 출시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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