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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고혈압약에서 또 발암물질 검출…우리는 문제없나

최근 문제 된 발사르탄과 같은 계열인 로사르탄에서…식약처 "FDA 발표 모니터링"

2019.03.07(Thu) 16:06:12

[비즈한국] 고혈압 치료에 사용되는 발사르탄 원료의약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같은 계열 약물인 로사르탄에서 ‘제3의 발암물질’이 검출돼 국내외 보건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발사르탄과 같은 계열 약물인 로사르탄에서도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사진은 인도 헤테로랩스에서 공급한 로사르탄 원료로 만든 한 약품 설명서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미국 FDA 홈페이지


지난 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인도의 헤테로랩스(Hetero Labs)사가 공급하고 캠버파마슈티컬즈(CamberPharmaceuticals)가 유통한 로사르탄 정제에서 N-니트로소-N-메틸-4-아미노부티르산(NMBA)이라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로사르탄은 혈압을 상승시키는 ‘앤지오텐신Ⅱ수용체’를 억제하는 ‘앤지오텐신Ⅱ수용체차단제(ARB)’ 계열 성분이다. 지난해 발암물질이 검출돼 파문을 불러온 발사르탄도 ARB 계열에 속한다.

 

ARB 성분 이용 약품에서 NMBA가 검출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7월 발사르탄에서 검출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과 N-니트로소디에틸아민(NDEA) 두 가지 불순물과는 또 다른 물질이다. FDA에 따르면 이번에 검출된 NMBA의 발암 위험도는 NDMA와 비슷하고 NDEA보다는 작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암연구소(IARC)는 NDMA와 NDEA를 모두 2A군(사람에게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으로 분류한다.

 

FDA는 헤테로랩스사가 로사르탄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해당 원료를 이용해 캠버사가 유통한 제네릭(복제약)에서 불순물이 검출됐다고 판단했다. 원료의약품 제조공정 단계에서 특정 화학물질이나 반응조건에 의해 생성됐거나 용제 등의 물질이 재사용되면서 NMBA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로사르탄 원료를 제조한 헤테로랩스사는 로사르탄 칼륨 정제 25mg과 50mg, 100mg 제형 87개 물량을 자진 회수 중이다. 헤테로랩스사는 ‘안전 불감증’ 논란에도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2017년 8월 FDA는 헤테로랩스사에 경고장을 통해 “귀사는 안전성 또는 제품의 품질을 변경시키는 오작동이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간격으로 장비 청소와 유지 보수 및 살균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17년 8월 FDA는 이미 헤테로랩스사에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경고했다. 사진=미국 FDA 홈페이지


# 국내에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듯

 

지난해 발사르탄에서 발암물질인 NDMA가 검출된 데 이어 로사르탄에서도 발암물질이 발견되며 고혈압약 발암물질 사태는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지난 1월에는 인도계 미국 제약회사 오로빈도파마(AurobindoPharma)사가 발사르탄을 원료로 만든 고혈압 치료제에서 발암물질 NDEA가 검출됐다.

 

문제는 발사르탄, 로사르탄 등의 ARB 계열 제품이 고혈압 치료제 중 가장 많이 쓰이는 약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일부 국내 고혈압 환자들은 불안한 기색을 드러낸다. 고혈압약을 복용 중이라는 권 아무개 씨는 “이런 사고에도 불구하고 고혈압약은 (복용량, 복용 기간 등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 허가된 로사르탄 칼륨 제품 수는 300여 개인데, 대부분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해 제조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서 공식적으로 집계하지 않아 정확한 통계치는 없다. 다만 식약처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들은 주로 중국과 인도에서 로사르탄 원료를 수입하지만 헤테로사와는 무관하다.

 

식약처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제약사들은 인도 헤테로사로부터 로사르탄 원료를 공급받지는 않는다. 사진은 헤테로사에서 공급한 로사르탄 원료로 만든 약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미국 FDA 홈페이지


그러나 안전하다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제조 공정에서 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삽시간에 이와 같은 일이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혈압약 원료를 제조·생산하는 중국의 제약사 화하이사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것 또한 발사르탄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드러났다.

 

NMBA에 대한 관리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발사르탄에서 발암물질 NDMA가 발견된 이후 NDMA에 대한 안전 관리 기준은 강화됐다. 식약처는 NDMA 관리기준을 두고 여기에 적합한 제품만 유통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롭게 검출된 NMBA에서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 “NMBA 같은 경우 국제암연구소가 등급도 분류하고 있지 않은 상태고 연구도 부족한 상황이다. 관련 기준도 없다”고 밝혔다.

 

# 커지는 고혈압약 시장…“제조공정 안전 기울여야”

 

발암물질 검출과는 별개로 고혈압약 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환자의 수요가 많아서다. WHO에 따르면 2024년께 고혈압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15억 6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RB 계열 성분이 신장 기능 악화를 막는 역할을 해 당뇨병 환자들도 많이 찾는다. 당뇨병 환자들까지 합치면 고혈압약 수요층은 대폭 늘어난다.

 

따라서 제조 공정에 안전을 기하고 이번에 새로 검출된 물질인 NMBA에 대해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발사르탄, 로사르탄 등 모든 사르탄 제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될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발암 가능 물질 검출 여부를 신속하게 조사해서 국민 알 권리를 충족해주는 당국의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FDA도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콧 고틀리브 FDA 국장은 사임 전 성명서를 통해 “ARB 약물에서 세 번째 불순물이 나와 깊이 우려하고 있다. 의약품에 이러한 불순물이 있으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 불순물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다른 ARB 약물 제품 제조 과정에서도 불순물이 발생할 수 있는지 계속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면서도 새로 검출된 발암물질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에 검출된 NMBA는 발사르탄에서 나온 발암물질에 비해 10배 정도 강도가 낮은 것으로 안다. 새로운 발암물질이 검출되고 고혈압 환자분들도 많아서 세계적으로 파장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현재 FDA의 발표를 보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NMBA에 대해서는 새로 조사를 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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