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결국 철회했지만 지난 4일부터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일부 사립유치원이 개학 연기에 들어가면서 정부는 ‘긴급돌봄체계’를 가동했다. 개원하지 않은 유치원의 유아를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돌봄교실, 국공립 어린이집 등에서 임시 수용하는 방식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4일 오후까지 집계된 전국 긴급돌봄체계 신청자는 308명이다.
# 자체 돌봄으로 긴급 돌봄 신청자 적었다? 학부모들은 뒤에서 발 동동
정부는 한유총 사태를 대비하고자 긴급돌봄서비스를 기획했다. 교육부는 “2016년, 2017년에도 한유총이 학부모를 볼모로 삼으며 압박을 가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어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긴급돌봄체계를 마련했다”며 “이전에는 한유총이 개원을 하지 않는 등 실제 행동으로는 옮기지 않아 작동된 적이 없었으나 이번 개학 연기로 인해 긴급돌봄체계가 처음으로 시행됐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유치원 개학 연기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가정은 긴급돌봄서비스를 통해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4일 정부는 “개학 연기에 돌봄 공백 사태 등을 우려했으나 큰 문제는 없었다”며 “개학은 연기했더라도 자체 돌봄을 제공한 유치원이 상당수라 긴급돌봄서비스 신청자가 예상보다 적었다”고 밝혔다. 개학을 연기한 유치원 중 일부가 자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서 보육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체 돌봄을 지원하는 유치원은 원생들의 돌봄만 지원하고 통학 버스 운행이나 급식 지원 등은 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서도 유아 보호는 가능하다고 판단해 자체 돌봄을 지원하는 유치원 유아는 긴급돌봄서비스 신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일부 유치원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신고한 뒤 학부모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대전의 한 학부모는 “정부는 대전 지역의 개학 연기 유치원이 한 곳도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개학을 하지 않아 교육청에 긴급돌봄서비스를 신청했는데 거절당했다. 유치원이 자체 돌봄을 제공하기로 해 긴급돌봄 신청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었다”며 “유치원에서는 학부모에게 돌봄에 대한 내용을 전혀 전달하지 않았다. 아이를 받고 싶지 않아 일부러 학부모에게 알리지 않은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유치원이 자체 돌봄 서비스를 학부모에게 공지하지 않았다는 것을 교육청에 전달했지만 ‘유치원에 공지를 당부할 것’이라는 답변만 받았을 뿐 개선된 것이 없었다”며 “학부모들은 긴급돌봄서비스를 신청하지도 못하고 유치원에도 아이를 보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치원이 자체 돌봄 서비스를 운영할 경우 학부모에게 이러한 내용을 고지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일부 유치원이 담합해 학부모에게 공지사항을 전달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유치원 점검 등을 하며 서비스 개선을 위한 방법을 찾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담당 공무원도 이해 부족, 사전 안내는 미흡
긴급돌봄서비스에 대한 안내가 부족해 혼란스러웠다는 의견도 많다. 한 학부모는 “긴급돌봄서비스를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수용 인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맞벌이 가정의 자녀만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하지만 사전에 맞벌이 가정이라는 조건에 대해 공지된 것이 없었다”며 푸념했다.
경기도에 거주 중인 또 다른 학부모는 “거주지와 유치원 소재지가 다르다 보니 어느 지역 교육청으로 신청해야 할지 몰라 전화를 얼마나 걸었는지 모른다. 거주지 교육청에 전화하면 유치원 소재지 교육청으로 문의하라고 하고, 유치원 소재지 교육청에 요청하면 거주지 교육청에 확인하라는 얘길 들었다. 결국 유치원 소재지 교육청이 담당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신청했지만 담당 공무원들조차 이해도가 부족한 상황이 답답했다”고 말했다.
긴급돌봄서비스 이용 시간이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제한된 것에 대해서도 개선을 요구했다. 출퇴근을 하는 맞벌이 가정 자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부모들의 출퇴근 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이용 시간이라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학부모들의 요청을 수용하기에는 인력이나 재원 등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돌봄 이용 시간의 경우 긴급돌봄 외 다른 돌봄서비스 등도 계속해서 달라질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처음 시행하다 보니 안내가 미흡했던 부분 등이 있었다. 확인 작업 등을 통해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5일 대부분의 유치원이 개학 연기를 철회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전날 개학 연기에 참여했던 236개 유치원을 현장 조사해 실제 개원 여부를 확인하고, 문을 열지 않거나 돌봄서비스만 제공할 경우 즉시 형사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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