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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말 많고 탈 많은 '모빌리티'를 풀어내는 방법

'스타트업 대상' 독일 카고넥스, 프랑스 코콜리스와 클랙시트, 핀란드 마스 글로벌 분석

2019.03.04(Mon) 12:25:47

[비즈한국] ‘모빌리티’​는 유럽뿐 아니라 북미와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스타트업 계, 나아가 기존의 다국적 대기업들과 중앙·지방 정부 및 정치권 등 경제·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유럽의 모빌리티 생태계가 다른 권역에 비해 다른 점은, 경제적인 논리뿐 아니라 생태적인 관점, 즉 환경보호와 사회적인 변혁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 미국이나 중국의 경우처럼 모바일 생태계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었다기보다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진행되어 왔고 또한 지속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민간부문뿐 아니라 공공부문과 정·관계가 긴밀히 협조해 느리지만 확실하게 한 발짝씩 내딛어 가고 있다는 점 등이다. 

 

2018년 2월 발표된 EUSP의 제1회 모빌리티 어워드에서는 독일의 카고넥스(Cargonexx), 프랑스의 코콜리스(CoColis)와 클랙시트(Klaxit), 핀란드의 마스(MaaS) 글로벌, 4개사를 금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사진=European Startup Prize for Mobility


일반화의 위험성을 무릅쓰고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유럽의 모빌리티는 길 위를 달리는 차량의 대수를 줄임으로써 대기 오염과 교통 체증을 완화해 도시 환경을 쾌적하게 만드는 데에 포커스가 맞춰져 왔다고 볼 수 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유럽의회와 유럽연합이 공기업과 민간기업, 투자업계 등의 협조를 얻어 추진하고 있는 ‘유럽 모빌리티 스타트업 대상(EUSP​: Europe Startup Prize for Mobility)’과 이를 통해 선발된 스타트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USP는 일종의 민관협력사업으로, 유럽의회 의원이자 교통 및 관광위원회 의장인 프랑스의 카리마 델리 의원(Karima Delli: 알제리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1979년생의 젊은 정치인)이 주축이 되어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및 비아 ID(Via ID)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모빌리티 전문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액셀러레이터인 비아 ID에 대해서는 잠깐 배경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유럽에 살고 있다면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또 살면서 몇 번인가 도움을 받았을 수도 있는 차량 정비소 및 부품 도소매 체인인 노르오토(Norauto), 마이다스(Midas) 등을 운영하는 모비비아(MobiVia) 그룹이 2009년에 프랑스와 유럽의 모빌리티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정 차량 메이커에 종속적인 정비소들이 많다 보니, 정비소 체인이 모빌리티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운영한다는 것이 다소 생소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다. 더구나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를 추구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모비비아의 주된 사업 영역인 자동차 관련 애프터 마켓을 축소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주력사업 분야를 대체할 수 있는 미래산업에 투자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위협에 대처하는 것은 기업전략의 기본이다. 참고로 모비비아 그룹은 프랑스뿐 아니라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등 유럽 19개 국가에서 2000개가 넘는 숍을 운영하는 연간 매출 4조 원에 육박하는 독립 정비소 체인이다. 

 

EUSP에는 이들 외에도 프랑스 수도권교통공사(RATP), 프랑스가스공사, 파리공항공사 등 공기업들과, 1949년에 파리에서 설립되어 현재 140개 국에서 3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유럽 최대의 자동차 렌털업체인 유럽카(Europcar) 등 민간 기업들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유럽의 모빌리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주체들인 이들은 선정된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의 성장에 필요한 네트워크와 재무적인 협력 등의 도움을 줄 수 있다. 

 

EUSP의 제1회 모빌리티 어워드는 2018년 2월에 선정, 발표됐다. 28개국에서 500여 개의 스타트업이 지원했고, 최종적으로 10개 업체가 선정돼 피치(pitch: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 등을 위해 사업 모델과 전망 등을 발표하는 것) 행사를 가졌다. 이를 통해 독일의 카고넥스(Cargonexx), 프랑스의 코콜리스(CoColis)와 클랙시트(Klaxit), 핀란드의 마스(MaaS) 글로벌, 4개사를 금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들 각각의 사업 모델을 간략히 알아보자. 

 

먼저 카고넥스는, 자가학습과 신경망에 기반한 인공지능을 이용해 개인 트럭사업자들을 연결, 수송루트를 최적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개인 용달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셈인데, 2017년 창업한 지 1년 만에 유럽 내 6만여 대의 트럭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특히 피크 로드가 발생하는 지점과 시점을 예측해 트럭들을 배치하는 것이 장점이다. 발송자는 운임을 절약할 수 있고 운송자들은 공차율을 낮춰 매출·이익을 향상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길 위를 달리는 트럭의 대수를 줄여서 교통 체증과 환경오염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카고넥스가 개인 운송사업자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라면, 코콜리스(프랑스어로 ‘colis’는 소포를 뜻한다)는 일반인들이 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준다. 즉 A 도시에서 B 도시로 여행하는 운전자가 트렁크의 남은 공간을 활용해 간단한 화물을 운송하는 모델이다. 소규모 화물 운송의 ‘블라블라카’라고나 할까. 

 

클랙시트는 출퇴근 전문 카풀 업체로서, 블라블라카의 같은 사업 부문인 블라블라라인과 경쟁하고 있다. 2012년에 창업했으니 수상 업체들 중에는 업력이 가장 긴데, 그에 걸맞게 프랑스 내 150여 개의 기업과 협약을 맺고 하루 30만 건의 운행을 처리하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지자체들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클랙시트의 주장은 지자체가 카풀 이용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공영버스 등 대중교통 노선을 확충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출퇴근 카풀이 일반 카풀과 다른 점은, 매일 정해진 구간을 왕복하는데 출근시간은 비교적 일정한 반면 퇴근시간은 매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클랙시트는 최근 우버 비즈니스와 손잡고, 퇴근길 카풀 연결에 실패할 경우 우버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물론 우버 요금은 클랙시트가 지불한다.

 

마지막으로 마스 글로벌은, 이름 그대로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Mobility as a Service)’를 제공한다. ‘윔(Whim)’이라는 앱을 기반으로 도시 내 모든 교통수단을 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실험적인 서비스를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2015년 성공적으로 수행해 유명해졌다. 

 

이후 영국의 버밍엄과 벨기에의 앤트워프 등으로 확장했고, 2019년에는 미국 내 주요 도시와 아시아 지역에서 서비스를 론칭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 CNS 및 서울시 등과 협의를 진행한 바 있어 유럽의 모빌리티 스타트업치고는 국내에서도 비교적 이름이 알려진 편이다. 

 

EUSP는 현재 2회 어워드를 진행 중인데, 작년과 마찬가지로 최종 피치 행사에 선발된 10개 팀은 5월에 파리에서 열리는 ‘비바 테크놀로지’, 9월 프랑크푸르트의 ‘뉴 모빌리티 월드’, 11월 바르셀로나의 ‘스마트 시티 콩그레스’ 등 유럽 내 5개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 참가해 공공부문 담당자 및 투자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또 BCG의 맞춤형 컨설팅과 함께, 기타 협력관계에 있는 로펌들로부터 법률자문을 받게 된다. 딱히 상금 같은 것은 없으나 빠른 서비스 확장과 스케일업(scale-up)을 위해 자금확보가 절실한 스타트업들에게는 절호의 홍보기회가 될 수 있다. 당장 이 칼럼을 통해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소개되고 있지 않은가. 

 

모빌리티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기반한 사업 모델과 인공지능을 비롯한 확고한 기술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법과 제도뿐 아니라 시민들의 생활양식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보니, 사업모델에 대한 설명을 들어도 실제 살아보기 전에는 감이 오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유럽 등지에서 성공한 모델이 다른 지역에서도 적용 가능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모빌리티 모델들을 소개하는 것은, 모빌리티의 발전은 민관이 협력하여 다양한 실험적인 아이디어와 서비스를 도입함으로써 지역에 적합하고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최적의 해법을 찾아내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많은 실험적인 시도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물론 그 전에 꽉 막힌 규제와 그에 못지않게 단단히 엉켜버린 관련 주체 간의 갈등을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필자 곽원철은 한국의 ICT 업계에서 12년간 일한 뒤 2009년에 프랑스로 건너갔다. 현재 프랑스 대기업의 그룹 전략개발 담당으로 일하고 있으며, 2018년 한-프랑스 스타트업 서밋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고 기재부 주최로 열린 디지털이코노미포럼에서 유럽의 모빌리티 시장을 소개하는 등 한국-프랑스 스타트업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

곽원철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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