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카카오가 차량공유 서비스를 중지했지만 ‘타다’ 등이 업계에 뛰어들면서 법적분쟁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국회 앞에서 택시 운전사의 항의 분신이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차량공유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택시업계 갈등은 더욱 격화되고 있는 듯합니다.
차량공유 사업엔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먼저 저렴하고 안전하게 이동하고 싶어하는 승객, 최대한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운전자의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그 외 자동차 제조사, 정부 등이 있지요. 이들 모두 각기 다른 목적을 갖기에 공유사업은 어렵습니다. 오늘은 공유경제 사업을 선보인 한 서비스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는 특별한 곳입니다. 대학 도시의 특별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곳이죠. 텍사스에선 살기 좋은 곳으로 이름난 도시이기도 합니다.
정부는 오스틴시가 차량공유서비스 ‘우버’에게 모든 운전사의 지문 등록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제안했습니다. 이에 우버와 경쟁업체인 리프트는 강력히 반발, 두 업체 모두 오스틴시에서 철수합니다. 우버는 철수 결정을 운전자에게 문자로 통보한 후, 바로 앱을 차단하기에 이릅니다.
이미 오스틴시는 우버와 리프트에 익숙한 운전자, 차량공유 서비스를 줄곧 이용하던 고객이 많았습니다. 앱이 사라지자 이들이 붕 떠버렸죠. 이에 스티브 애들러(Steve Adler) 오스틴 시장은 자택에 정치가, 기업인, 엔지니어 등 다양한 전문가를 불렀습니다. 이들은 자기 방식대로 우버 대체 서비스를 만들어보려 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라이드 오스틴(Ride Austin)’입니다.
라이드 오스틴은 ‘공동체’와 ‘비영리’를 가치로 내걸었습니다. 요금 대부분은 운전자에게 귀속됩니다. 운전자와 승객은 바비큐 파티 등의 정기적 모임을 통해 끈끈한 관계를 형성해 갑니다. 서로를 위한다는 지역 커뮤니티의 힘이 라이드 오스틴의 핵심 가치였던 거죠.
라이드 오스틴은 각종 정보도 공개했습니다. 탑승 통계자료를 참고할 수 있도록 해 시민들이 공유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게끔 배려한 거죠. 투명성, 협력, 공동체, 상호협력 등의 이미지를 내비친 라이드 오스틴은 우버의 독단적 이미지와는 대조됐습니다. 자연스레 ‘공유경제의 희망’으로 떠오릅니다.
하지만 라이드 오스틴의 결말은 생각만큼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우버가 오스틴시에 다시 들어온 거죠. 선의로 움직이는 라이드 오스틴이 엔지니어에게 큰 돈을 쥐어주는 우버 등의 거대 플랫폼을 앞서긴 쉽지 않습니다. 현재 북미 대부분의 도시는 우버, 리프트가 점령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라이드 오스틴의 사례는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모든 도시가 우버만 이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미국은 자동차 없이는 살기 힘들다 보니 우버가 활성화됐습니다. 하지만 자전거 활용률이 높거나 대중교통이 발달한 밴쿠버 등의 도시에선 우버 이용률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일부 도시에선 전기 스쿠터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한국은 매우 특수합니다. 국가 절반의 인프라가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대중교통은 극도로 발달했고, 택시요금은 정치적인 이슈와 연동돼 있습니다. 강남에선 전자 스쿠터를 공유해, 이동하는 사람이 생겨나고도 있는데요, 당장 특정 서비스 상용화를 밀어붙이기보다 서울에 잘 맞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인 듯합니다. 차량 공유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 라이드 오스틴이었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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