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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그룹, 서울역 인근 수천억대 땅 42년째 방치 사연

1977년 시외버스터미널 부지 매입…사옥, 호텔, 복합타운 등 건립 계속 무산

2019.02.28(Thu) 16:41:43

[비즈한국] DB그룹이 1977년 9월에 매입한 8183㎡(2475.36평) 규모의 서울역광장 맞은편 동자동 금싸라기 땅이 42년째 방치되고 있다. 공시지가로 1047억 원, 시가로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이 부지는 ‘미륭건설(현 동부건설)→동부제강(현 동부제철)→동부건설→동부생명(현 DB생명)’​으로 매매되는 과정에서 결정된 공시지가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 ‘비즈한국’이 DB생명 소유 동자동 부지에 얽힌 사연을 취재했다. 

 

KDB생명 사옥 바로 옆 공터는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이 1977년 9월 매입한 부지다. 사진=네이버지도 캡처

 

폐쇄 및 현행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서울역광장 맞은편 동자동 부지의 원 소유주는 동화그룹이었다. 동화그룹은 1960년 10월 동자동 부지를 매입해 시외버스터미널을 운영하다가 1977년 9월 DB그룹의 모태인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에 매각했다. 미륭건설은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던 자리에 호텔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초 용산구청이 동자동 일대를 사무용건물 재개발지구로 지정함에 따라 호텔을 지을 수 없게 되자, 1984년 시외버스터미널 운영을 중단하고 이듬해 12월 동부제강에 매각했다. 

 

동부제강은 동자동 부지에 손을 대지 않다가 14년 만인 1999년 8월 동부건설에 다시 소유권을 넘겨줬다. 당시 동부건설은 이 부지에 지하 2층~지상 15층 규모의 본사 사옥을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다 2007년 2월 1조 5000억 원을 투자해 주거, 상업, 업무가 어우러진 초고층 복합타운 건설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동부건설은 동자동 부지에 초고층 복합타운을 조성하지 못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사업시행인가 연장, 사업시행자 변경 등의 이유로 초고층 복합타운 조성 사업이 지체되자 4년 만에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때 동부건설은 자사 브랜드인 센트레빌 주택전시관으로 부지를 활용하기도 했다. 

 

DB생명이 소유한 동자동 부지에는 과거 시외버스터미널이 있었고, 4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시외버스터미널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사진=유시혁 기자

 

동부건설은 초고층 복합타운 조성 사업이 중단되자 동자동 부지의 소유권을 동부생명(현 DB생명)에 넘겼다. 현행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2011년 1월 동부생명에 동자동 토지 37필지(8183㎡, 2475.36평)와 1960년 12월 지어진 지상 1층~지상 2층 규모(1103.29㎡, 333.75평)의 건물을 1271억 9000만 원에 매각했다. 

 

동부생명은 동자동 부지를 매입한 지 3년 만인 2014년 상반기에야 사옥과 호텔을 짓기 위한 법률 검토에 나섰다. 지하 7층~지상 33층, 높이 135m 규모의 관광호텔 654실과 업무시설, 공동주택 70실로 지을 계획이었으며, 시공사로 동자동 부지의 이전 소유주인 동부건설을 선정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호텔체인 애스콧(Ascott)과의 협상이 무산되면서 동자동 부지 개발은 또 다시 물 건너갔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동부생명과 애스콧은 오피스와 호텔을 묶어 투자자를 모집할 계획이었으나, 동부생명이 오피스를 직접 매입하기로 결정하며 사업 검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요청하자 애스콧이 협상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동자동 부지에는 1960년 12월에 지어진 시외버스터미널 건물과 50여 대의 주차공간이 그대로 남아있다. 미륭건설이 1977년 9월에 매입했으므로 방치된 지 어느덧 42년째를 맞이한 셈이다. 현 소유주인 DB생명이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가벽을 설치해놔 동자동 및 후암동 주민들 사이에서는 “너무 답답하다”는 불만이 새어나온다. 

 

DB생명은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가벽을 설치했다.  사진=유시혁 기자

 

한편 동부건설이 동부생명에 동자동 부지를 매각할 시점에 일부 토지의 공시지가가 폭등한 것으로 확인됐다. 표준지 공시지가(동자동 18-20, 1㎡ 기준)는 2010년 1100만 원, 2011년 1130만 원(4.76%). 2012년 1180만 원(4.42%)로 소폭 상승한 반면, 동자동 18-26는 2010년 380만 원, 2011년 560만 원(47.37%), 2012년 700만 원(25%)로 2년 동안 2배 가까이 올랐다. 

 

공시지가가 폭등한 부지는 동자동 18-26 외에도 9필지가 더 있다. 동자동 18-26의 공시지가는 2013년 389만 원(44.43%), 2014년 382만 8000원(1.59%)로 하락했다. 한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표준지 공시지가와 비례하지 않고, 40% 이상 올랐다가 떨어지는 경우를 처음 본다. 국가가 결정하는 공시지가가 잘못 됐을 리 없겠지만,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DB생명 관계자는 “해당 부지 매입 이후 사업승인을 위한 제반 인허가 및 잔여 토지 매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며 “2017년 도시환경정비사업시행인가를 최종 득하였고 현재 설계와 관리처분인가를 진행 중이며 조기 착공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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