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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긴 돈 말고 뭐 돼요?' 은행들 지점 살리기 프로젝트 따라잡기

은행 안에 카페, 편집숍, 마트 들어서는 특화 점포 확대…영업점 생존 실험 중

2019.02.28(Thu) 11:25:53

[비즈한국] 은행의 영업점이 달라지고 있다. 금융 업무만 보던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고객이 오래 머물 수 있는 ‘슬로뱅킹(Slow Banking)’으로의 영역 확대를 꾀하는 중이다. 슬로뱅킹은 은행 지점이 공연장, 식당, 카페 등과 협업해 고객의 방문 횟수와 시간을 늘려 은행 서비스 이용을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2006년 미국에서 영업점 방문 고객을 늘리기 위해 처음 도입됐다. 

 

KEB하나은행 컬처뱅크 4호점. 온라인 편집숍 ‘29CM’, 커피전문점 ‘앤트러사이트’와 협업 공간으로 구성했다. 사진=박해나 기자

 

# KEB하나은행 컬처뱅크 도입, 우리·​NH농협·​신한 등도 확대 중 


특화 점포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KEB하나은행이다. KEB하나은행은 2017년 12월부터 ‘컬처뱅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문화를 매개로 은행의 유휴 공간을 손님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구성한다는 취지다. 컬처뱅크 1호점은 서래마을지점으로 영업점 내에서 공예 작가의 작품을 전시 및 판매한다. 2호점은 광화문역지점에 힐링서점 콘셉트로, 3호점은 잠실레이크팰리스지점에 자연 아뜰리에 콘셉트로 오픈했다. 

 

지난해 10월 강남역지점에 문을 연 컬처뱅크 4호점은 직장인과 대학생이 밀집한 지역이라는 특성에 따라 온라인 편집숍 ‘29CM’, 커피전문점 ‘앤트러사이트’와 협업한 공간으로 구성했다. 특히 패션, 라이프 스타일 온라인 편집숍으로 인기가 높은 29CM가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한 것은 KEB하나은행의 컬처뱅크 4호점이 유일해 주목을 받고 있다.   

 

KEB하나은행 측은 “모바일 뱅킹이 확대되면서 영업점에 대한 니즈가 줄어들고 있지만 은행에서는 영업점 유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은행이 금융업무 처리뿐만 아니라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컬처뱅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사내에 컬처뱅크 TFT를 구성해 다양한 콘셉트를 논의 중에 있다. 여러 방식으로 영업점 활용 등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점 고객 감소로 은행권이 특화 지점을 개설하며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이다. KEB하나은행 컬처뱅크 4호점 외관. 사진=박해나 기자

 

우리은행도 컬래버레이션 점포를 운영 중이다. 2016년 3월 폴바셋과 제휴해 금융권 최초의 컬래버레이션 점포를 오픈한 것에 이어 서울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도 ‘베이커리 인 브랜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베이커리 인 브랜치는 낮에는 은행 객장으로 사용하고 영업이 끝난 16시 이후나 주말에는 카페로 확장해 운영한다. 

 

NH농협은행은 1월 울산광역시 남구에 은행 영업점과 베이커리를 결합한 ‘뱅킹 위드 디저트’ 특화 점포 1호점을 열었다. 지난해 12월에는 NH농협은행 주엽지점을 ‘하나로미니 인 브랜치’ 1호점으로 개점했다. 은행 365코너와 편의점을 연결해 은행 업무를 보면서 농산물 및 농가공식품까지 구입할 수 있게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4월 디지털&공유 콘셉트로 홍익대 지점을 특화 점포로 개설했다. 홍익대 학생의 미술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디지털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점포 외부 전면에 폴딩도어를 설치해 영업시간 외에도 학생, 지역주민 등이 건물 내 일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위치한 우리은행 ‘베이커리 인 브랜치’ 점포. 사진=우리은행 제공

 

# 모바일에 밀려 문 닫는 영업점, 특화 점포로 생존 가능할까    

 

특화 점포 확대는 영업점을 살리기 위한 은행권 특단의 조치다. 모바일 뱅킹이 생활화되고 인터넷 은행 등이 늘어나면서 영업점을 찾는 고객수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은행권 영업점 점포도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5대 은행의 2018년 9월과 2016년 9월의 영업점 수를 비교한 결과 2년간 없어진 영업점이 263개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은 66개, 우리은행은 27개, NH농협은행은 17개가 줄었고 KEB하나은행의 영업점은 2년 새 127개가 사라졌다. KEB하나은행은 외환은행과 합병 이후 점포 통폐합 과정을 진행 중에 있다. 신한은행은 2016년보다 영업점이 1개 늘었지만 2017년에 비해서는 31개 줄어든 수치다.

 

특화 점포를 통해 은행권은 신규 고객 유치 확보에 적극 나선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측은 “컬래버레이션 점포는 은행 입장에서 유명 유통 브랜드를 활용해 고객을 쉽게 유인할 수 있고, 점포를 활용해 부동산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공간 활용성을 높여 방문 고객 수를 늘리고 편안한 분위기로 체감 대기시간이 감소하는 듯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공간 활용을 통해 임대 수익 증가의 기대효과도 있으며 내점 고객수 증가로 영업기회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NH농협은행 관계자 역시 “특화 점포를 통해 고객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하나로미니 인 브랜치의 경우 농협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금융 고객이 유통 고객으로, 유통 고객이 금융 고객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은행권은 특화 점포를 꾸준히 확대하면서 영업점 생존을 위한 다양한 방식을 실험해나갈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은 “특화 점포 외에도 일자 창구를 벗어나 개별 상담이 가능하도록 영업점을 구성하거나 탄력 점포 등으로 변형도 고려중이다. 요즘 트렌드에 맞춰 영업점에 변화를 주며 고객 확보에 힘쓸 것”이라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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