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거물급 변호사들에 대한 수요가 상당한데, 특징이라면 단순히 법률 파트에 대한 자문을 받는 게 아니라 경영 전반에 대한 관리를 위한 목적의 수요라는 겁니다.”
대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대기업들이 잇따라 준법경영을 강조하면서, 거물급 법조인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법률 리스크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함인데, 전에는 단순 법률 자문만 했다면 이제는 경영 전반 관여로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는 평이다.
# 사정당국에 혼쭐 뒤 ‘거물급 어디 없소?’
그렇다고 모든 대기업들이 법조인 출신을 희망하는 게 아니다. 큰 공통점이라면, 검찰 등 사정당국에 한 번 ‘혼쭐’이 난 적이 있는 곳이다. 롯데그룹은 물론, 한진그룹, 태광그룹 등은 최근 5년 안팎으로 검찰 등의 수사로 오너 일가가 구속될 뻔하거나 구속된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이들 대기업은 일제히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만들어 준법 경영에 대한 시동을 걸고 있다.
그렇다면 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무엇일까. 문재인 대통령도 공공기관의 ‘갑질’을 근절하기 위한 차원에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사전적으로 불법 여부를 가려 예방하는 목적의 내부 준법시스템이다. 법무팀이 계약 등 법적 리스크에 치중하는 것과 달리, 일반적인 경영 활동 전반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요소에 대한 위험 관리(Risk Management)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 롯데·한진 헌법재판관 출신 선택
헌법재판관 출신을 영입한 곳은 롯데그룹. 롯데그룹은 민형기 전 헌법재판관을 컴플라이언스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민 위원장은 대전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지난 1974년 제1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 뒤 법원행정처 인사관리실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겸 서울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등을 역임하고, 지난 2006년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헌법재판관이 됐다.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시작돼,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진그룹도 헌재 재판관을 모셔(?)왔다. 한진그룹 컴플라이언스위원장은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으로, 대구고법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처장, 헌법재판관 등을 역임하며 29년 동안 현직 법관으로 근무했던 엘리트 판사다.
회사 돈 수백억 원을 빼돌려 지난 2011년 구속기소 됐지만 건강상 이유로 곧바로 풀려나 ‘황제보석’ 논란에 휩싸였던 이호진 전 회장의 태광그룹은 검찰 출신을 선택했다. 정도경영위원회 위원장으로 임수빈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를 선택한 것. 검찰 경력은 부장검사가 끝이지만, 임 위원장은 재직시절 소신 있는 개혁파 검사로 평판이 높았던 인물이다.
임 위원장의 또 다른 별명은 ‘PD수첩 검사’다. 마지막 보직이던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재직 당시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를 수사하면서 검찰 수뇌부와 마찰을 빚고 검찰을 떠났다. 당시 수사 과정에 대해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는 평을 받았다.
# 태광은 부장검사 출신, 한화는 대법관 출신
대전공장 폭발 사고 등 방산 관련 계열사를 소유한 탓에, 항상 사건사고가 잇따르는 한화그룹은 컴플라이언스위원장에 대법관 출신을 영입했다. 이홍훈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모셔 왔는데 대법관 재임 중에는 김 위원장은 진보 성향의 대법관을 일컫는 ‘독수리 5형제’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했다.
법조계는 이 같은 흐름을 “검찰 수사는 물론, 사정당국들의 높아지는 준법경영 기준을 따라가고자 하는 것 같다”고 풀이한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기업들이 이미 고문이라는 이름으로 고위직 전관 변호사들의 자문을 받곤 하지만 최근에 검찰 수사가 경영활동 전반에 대해 상세하게 다루면서 배임 등을 적용하다보니 단순 회계뿐 아니라 경영 전반에 대한 높은 기준을 다시 정립하기 위해 전관들을 영입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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