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 규모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업황은 좋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기준 가맹점을 한 곳도 보유하지 않은 브랜드가 1700개를 넘긴 것. 또한 신규 등록 브랜드는 1300여 개에 이르지만 폐지된 것은 1000여 개나 됐다. 업계에선 프랜차이즈 등록제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그 피해는 가맹점주 몫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1일 발표한 가맹산업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프랜차이즈업 참여 사업자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연말 가맹본부가 등록한 정보공개서 기준으로 총 가맹본부 수는 4882개, 브랜드는 6052개, 가맹점은 24만 3454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대비 가맹본부·브랜드가 1.64배, 가맹점이 1.27배 증가한 수치다. 2013년 기준 가맹본부·브랜드는 3000여 개 내외였으며 가맹점은 19만여 개에 불과했다.
이러한 규모 성장과 달리 업황은 좋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맹사업 등록만 하고 가맹점을 보유하지 않은 브랜드가 허다한 것.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등록된 가맹본부 정보공개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맹점이 한 곳도 없는 브랜드는 총 1735개(28%)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점을 1~10개 보유한 곳은 2194개(36%), 11~100개인 곳은 1794개(29%)로 집계됐다. 가맹점이 100개 이상인 곳은 376개(6%)에 불과했다.
브랜드 4곳 중 1곳은 가맹점을 전혀 보유하지 않은 셈이다. 10개 이상의 가맹점을 보유한 브랜드는 전체의 절반도 안 된다. 바꿔 말하면 일부 대형 업체만이 다수의 가맹점을 보유,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 해 신규 등록된 브랜드만큼이나 폐지되는 것도 많았다. 2018년 기준 신규 등록 브랜드는 총 1380개, 폐지 브랜드는 1067개로 집계됐다. 가맹사업 시도는 늘어나고 있지만 그 성과는 좋지 못한 셈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오롯이 가맹점주 몫이란 분석이 나온다.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 김승현 소장은 “기존에 운영하던 가게 가 잘 돼서 이를 확대하거나 새롭게 가맹사업을 시작하는 사업자 수가 늘어나는 셈인데, 이것이 모두 성공하지 못함을 방증한다”며 “이로 인해 가맹본부가 가맹사업을 말소하거나 브랜드를 접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연이 끊긴 가맹점에게 전가된다”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등록제’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지자체에 등록만 하면 가맹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보니,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가맹사업자까지 우후죽순 늘었다 폐지되고 있다는 것. 현행법에 따르면 가맹사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가맹본부는 가맹점주 모집, 가맹계약 체결 전 정보공개서를 등록하기만 하면 된다. 정보공개서는 가맹본부의 재무상황과 실적, 가맹사업자 부담금 등을 포함한 문서다.
김승현 소장은 “해외처럼 우리나라도 프랜차이즈 산업을 ‘허가제’로 바꿔 사업성을 검증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중국은 1년 이상 경영기간, 2개 이상 직영점 확보를 가맹사업 허가 조건으로 둔다. 미국에선 연방정부 산하 연방거래위원회(FTC)에 관련 서류를 제출, 승인을 받아야만 가맹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등록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맹 희망자들이 가맹본부를 평가·선택해 경쟁력 있는 사업자만 살아남을 수 있도록 시장에 맡기는 것도 방법”이라며 “다만 정부는 그 과정에서 가맹희망자·점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시장현황, 사업 정보 등을 더 충실히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악화된 경제상황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지용 교수는 “높아지고 있는 실업률과 무관치 않다. 자영업, 가맹사업은 큰 노하우를 필요로 하지 않다보니 이에 뛰어드는 이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내수시장이 작고 업계 경쟁은 치열하다보니 가맹점 확대 등에 실패하고 사업을 길게 끌고 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 회장)는 “현재 국내 전체 가맹사업의 절반이 외식업이다. 프랜차이즈 산업을 교육 등 아이디어 사업으로 다양화해야만 사업자 간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이 줄고 긍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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