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몇 년 전부터 TV에 ‘셰프’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사람들 사이에서 셰프의 위상은 높다. 셰프라는 타이틀을 달기 위해서 전문 자격증이나 시험이 필요한 것은 아님에도 그 전문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요리사, 주방장이라 하면 높게 평가하지 않던 시절에 비하면 크나큰 변화다.
사실 셰프라는 타이틀이 건너온 해외 선진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셰프는 존경은커녕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직업에 해당했다. 그랬던 것이 근래에 들어 그 위상과 권위가 올라가 사람들로부터 전문 기술직에 가까운 평가를 얻고 있는 것이다.
셰프의 이런 달라진 위상은 요식업이란 업종이 전문 기술의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 기술의 첨단에 서 있거나 첨단을 따라갈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셰프라 불린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소비자들이 그 전문성과 기술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이 전문성과 기술을 명확히 인지하고 돈을 쓸 만하다고 평가하면 그 과정에서 더 큰 질적인 향상이 이루어진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벌써 몇 년 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자.
한 분야가 전문가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소비자들이 그 전문성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빠르게 뒤로 밀려나간다. 첨단의 영역에서 전문화된 상품을 제조하기 시작하면 기술력이 별다를 것 없는 제품이 시장성을 상실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현재 요식업의 비극은 바로 여기에 있다.
과거에 요식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고 진입한 사람들이 많다. 지금도 사람들이 비교적 만만하게 여기는 분야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은 이미 그러한 수준을 멀찌감치 넘어섰다. 즉, 과거의 인식 수준으로 진입하거나 머물러 있는 사람들은 소비자들이 보기에 상품성이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것이 비극이다.
특히나 요식업에서 셰프는 도제 방식으로 일을 배우고 숙련도를 쌓아가는 대표적인 직종에 해당한다. 이처럼 그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숙련을 쌓아서 여는 가게와, 아무런 경험과 숙련이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여는 가게가 경쟁이 될 리 만무하다.
바로 이 때문에 창업에서 30대 이하와 40대 이상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40대 이상의 자영업 창업은 생계형 창업에 가까운 반면 30대 이하의 경우는 숙련형 창업에 좀 더 가까운 특성을 보인다.
전문화로 접어든 영역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혹은 전문가에 가까운 역량을 쌓거나 아니면 그 전문화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아마추어에 가까워도 어떻게든 가게를 운영할 수 있었다. 모두가 아마추어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화의 영역에서 아마추어는 설 자리를 찾기가 힘들다. 그렇게 밀려난 사람들의 사정은 모두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각자 나름의 사정이 있는 법이다. 소비자에게는 소비자의 사정이, 경쟁 우위를 유지하는 생산자에게도 그의 사정이 존재한다. 이것이 현재의 경쟁 고도화를 볼 때마다 정말 안타까운 부분이다.
한편으로 소비자들은 이 전문화를 통해 큰 혜택을 입는다. 기술의 질적 향상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상품과 서비스의 질적 상승이 같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질적 상승이 계속 이루어진 결과가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꾸준한 진보다. 그동안 요식업이 이 분야에서 예외로 남아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존경받는 셰프의 등장은 더 이상 이 분야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상은 우리 생각보다 더 많이 변했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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