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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제주 백년초 파블로바로 '킹' 화사를 맞이하라

성공 공식이 필요없는 화사 그 자체의 화사와 싱그럽고 화사한 꿈의 파블로바

2019.02.25(Mon) 18:19:16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프로의 세계엔 빈틈이 없다. 과거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여 치밀하게 준비한다. 모두가 같은 과거를 보고, 같은 공간에서 살기에 비슷한 결과물이 나온다. 공식이 생기고 유행이 된다. 비슷한 축구 전술, 비슷한 모바일 게임, 비슷한 아이돌, ‘브르르’ ‘우’ 하는 비슷한 랩.

 

예측 가능하고 뻔한 미래에 모두가 지루해할 무렵 ‘뉴타입’이 등장한다. 관객이 눈살을 찌푸리면 이는 생태계 교란종이 된다. 반면 관객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면 이는 ‘킹’이 된다. ‘킹’ 르브론 제임스처럼.

 

화사는 그렇게 ‘킹’으로 등장했다.

 

왕좌에 앉은 화사. 사진=화사 ‘멍청이’​ 뮤직비디오 캡처

 

화사에겐 ‘귀엽고 사랑스러움’이라든가 ‘섹시함’ 이라는 공식과도 같은 장치가 필요 없었다. 화사는 그저 ‘내가 화사다!’ 하며 화사 그 자체로 문을 벌컥 열고 등장했다.


화사 - TWIT(멍청이)

 

왕을 맞이하기에 마땅한 가토를 준비하자. 도도한 흰색, 그리고 왕관을 쓴 듯 화려한 세드라(Cé drat)의 제주 백년초 파블로바가 좋겠다.

 

파블로바는 머랭, 과일, 크림으로 구성된 양과자다. 요즘 유행하는 파블로바는 머랭 위에 크림과 딸기를 수북하게 쌓아 올린다. 하지만 세드라는 화사가 공식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화법으로 등장했듯 세드라만의 파블로바를 만들었다.

 

세드라의 제주 백년초 파블로바. 사진=이덕 제공

 

머랭은 꿈이다. 분명 뚜렷한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입에 넣으면 순식간에 부서지고 녹아 사라진다. 세드라는 이 머랭 안에 백년초와 파인애플로 이루어진 진한 붉은색 콩포트를 숨겨 놓았다. 입 안에서 산산이 부서진 머랭은 산뜻한 콩포트와 부드럽고 달콤한 크림과 뒤섞인다. 싱그럽고 화사한 꿈이다.

 

반면 화사는 진짜다. 화사에겐 재능과 노력, 우연과 행운이 버무려진 과거가 있다. 마마무의 일원으로서의 활동, 수많은 피처링, 복면가왕, 작년 MAMA 무대,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화사’라는 두 글자를 널리 알린 곱창, 김부각, 간장게장, 박대까지.

 

마마무 - Egotistic(너나 해)

 

화사에겐 배워서 흉내 낼 수 없는 에너지와 여유가 있다. 생동감 넘치는 눈썹의 움직임이나 씰룩이는 입 꼬리를 보면 한국에서 활동하는 솔로, 여자, 댄스가수로서 그만의 새로운 화법을 갖고 있음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멍청이’에선 나밖에 모르는 사나이를 ‘심청이’라고 칭한다. 심청이는 효녀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 아닌가. 하지만 화사는 나를 위해서만 숨을 쉬는 상대방을 과감하게 심청이라고 부른다. 모두가 자연스레 남자를 떠올릴 그 대상에게.

 

나만 바라보고, 나를 위해 숨쉬고, 나밖에 몰라 자신이 아픈지도 모르는 존재는 과연 달가운 존재일까. 그 존재가 사람이라면 숨이 막히고 강아지라면 측은하고 미안한 마음에 귀가를 재촉할 것 같다. 화사는 그러한 존재를 ‘멍청이’라고 칭한다.

 

프랑스식 양과자를 좋아하는 내게 세드라의 등장이 몹시 반가웠듯이 뉴타입 아티스트의 등장은 크게 반길 일이다. 화사는 그 첫 발걸음을 아주 큼지막하게 내디뎠다. 내 양과자점 리스트에 한 줄 추가를 했듯 한국 대중음악을 듣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화사’가 새롭게 새겨졌을 것이다.

 

화사 - 멍청이 연습영상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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