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트럼프 대통령, 브렉시트, 유럽의 우경화. 이 모든 현상의 중심엔 이민자 문제가 있습니다. 서구 사회에 가장 큰 사회적 이슈인데요, 힙합계에선 한 래퍼로 인해 이 문제가 거론됩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슈퍼신인 ‘21 새비지(21 Savage)’입니니다.
21 새비지는 미국 애틀랜타를 대표하는 래퍼입니다(혹은 그렇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특유의 축 처지고, 불분명한 발음으로 웅얼거리는 듯한 ‘멈블랩(Mumble Rap)’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초기 그의 곡 대부분은 프로듀서 메트로 부민(Metro Boomin)이 작곡했습니다. 21 새비지의 특유 분위기에 메트로 부민의 트랩 사운드가 합쳐지면서 그의 곡은 음악계를 휩씁니다.
21 새비지는 다수의 곡 피처링을 통해서도 큰 인기, 명성을 얻습니다. 그는 지난해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였던 차일디시 감비노(Childish Gambino)의 ‘디스 이즈 아메리카(This is America)’의 피처링 일원 중 하나로 참여했습니다. 포스트 말론(Post Malone)의 곡 ‘락스타(Rockstar)’에서도 피처링을 도맡아 특유의 랩 스타일을 보여줬습니다. 작년 최고의 힙합 히트곡 두개에 이름을 올리면서 대중에게 확실히 도장 찍은 셈입니다.
21 새비지(21 Savage) - 뱅크 어카운트(Bank Account)
그는 자신만의 외양적 특징, 눈썹 가운데 단검 문신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문신이 미국 힙합계에서 흔하긴 하지만 이토록 강렬한 건 드물었기에 21 새비지만의 특징으로 자리 잡습니다. 인터넷상에선 그의 얼굴이 슈퍼 히어로 영화의 빌런 같다며, 이를 패러디한 짤방(meme)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21 새비지는 2018년 앨범 발매 전 10억이 넘는 스트리밍 수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강렬하고 트렌디한 음악 스타일, 히트곡을 만드는 아티스트들과의 협업 등으로 확고한 팝스타가 된 거지요. 지난해12월에 나온 앨범 ‘아이엠 > 아이워즈(I Am > I Was)’에선 좀 더 진중해진 메시지로 음악적 변신까지 성공합니다. 그렇게 그는 승승장구 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3일 21 새비지는 불법이민자라는 이유로 긴급체포 됩니다. 미국에 10년 이상 정당한 이유 없이 살았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그는 2005년 합법적인 절차로 미국에 입국했습니다. 이 비자는 2006년 7월 만료됐습니다. 이후 그는 불법 이민자 신분으로 미국에 거주했습니다.
21 새비지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21 새비지는 2017년 ‘U 비자’(미국에 체류하는 동안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은 범죄 피해자가 신청할 수 있는 비이민 비자)를 신청했다고 합니다. 다만 이를 이민국에선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러다 당국이 갑자기 기습적으로 체포했다는 게 21 새비지의 주장입니다.
동료 뮤지션들은 21 새비지를 위해 발 벗고 나섭니다. 메트로 부민은 21 새비지의 석방을 기원하는 공연을 했습니다. 힙합의 대부 제이지(Jay Z)는 변호사 선임을 돕겠다고 나섰지요. 랩 피처링을 했던 포스트 말론은 21 새비지에 석방을 요청하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21 새비지(21 Savage) - 어 랏(a lot)
이즈음 21 새비지는 점차 어둡고 사회적인 주제를 음악에 녹였습니다. 지난해 12월에 나온 앨범, ‘I Am > I Was’의 타이틀곡 ‘어 랏(a lot)’은 흑인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줍니다. 이 곡으로 그는 기존의 쾌락적인 트랩 힙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평을 듣습니다. 메트로 부민의 프로듀싱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곡이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21 새비지는 자신의 이미지를 진중하게 바꾸게 됩니다.
21 새비지는 결국 불법이민자로 수감됐지만 오히려 그는 ‘불법 이민자의 상징’이 됩니다. 그에게 거부감을 표하는 사람, 호감을 보이는 사람 모두가 21 새비지를 주목합니다. 덕분에 그는 더욱 유명한 래퍼로 발돋움 하게 됩니다.
지난 13일, 21 새비지는 석방됩니다. 판사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시한부 자유를 받아들게 되죠. 21 새비지는 법적 조치를 취하고, 더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그는 그래미 시상식에서 포스트 말론과 함께 라이브 공연을 진행하는 등 활동을 멈추지 않습니다.
21 세비지는 앞으로 치열한 법정 다툼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팝스타가 세상의 이슈를 표현하는 존재라면, 21 새비지는 서구사회의 가장 큰 이슈인 불법이민자 갈등을 몸소 보여준 이 시대의 진짜 팝스타라 볼 수 있겠습니다. 불법이민자이자 랩스타, 21 새비지였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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