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우리나라 5대 제약사가 일제히 연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는 이른바 ‘1조 클럽’에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22일 잠정 공시 기준으로 유한양행(1조 5068억 원), 한국콜마(1조 3578억 원), GC녹십자(1조 3349억 원), 한미약품(1조160억 원)이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광동제약은 아직 공시하지는 않았으나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무난히 돌파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광동제약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885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성장 동력으로는 ‘자체개발 의약품’의 급격한 성장이 꼽힌다. 유한양행은 자체개발신약, 개량신약 등 처방약(ETC) 사업의 호조가 몸집을 키우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한 약품 중 당뇨병 치료제 ‘젠보야’는 2017년 대비 매출액이 93.6% 증가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작년에 처음으로 ETC 매출로만 1조 원을 넘겼다. 반 이상의 매출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역시 국내 매출의 93.3%를 자체개발한 제품 판매를 통해 달성했다. 한미약품의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은 2017년 대비 46.7% 성장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우리는 자체개발 판매 비중이 아주 높다. 자체개발 제품을 통해 얻은 높은 수익을 R&D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GC녹십자도 마찬가지다. GC녹십자 측은 “백신 사업의 경우 자체 생산 품목인 독감백신의 내수 판매실적이 양호한 성적을 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약사들은 자체개발 의약품의 매력을 인정, 올해도 R&D 투자 강화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하고 신약 기술을 수출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것. 유한양행은 올해 연구개발비에 1600억 원을 투자하고, 한미약품도 매출의 20%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제약기업들은 세계 최대의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R&D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 확대를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높은 리스크 때문이다. 강철구·유준기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2018년 산업전망’에서 “일부 제약사의 경우 연구개발투자의 가시적 성과 도출이 지연되면서 수익성이 저하되고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신약을 개발해도 시장에 나와 상업화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도 변수다. 우리나라의 신약신청 수수료는 한 건당 약 683만 원인데 그러다 보니 심사 인력이 부족해 신약 심사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허가를 받은 신약 건수는 17건에 불과하다.
지난 1월 22일 제약사 관계자들은 인천 송도 셀트리온을 방문한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신약 심사 수수료를 더 낼 테니 심사 시간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생명공학전체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지난해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신약 건수는 59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리스크는 많다. 가령 원료의약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다든지, 불법 리베이트 회계 논란에 휘말릴 경우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고혈압약에서 발암 가능 물질인 ‘발사르탄’이 검출돼 170여 개의 고혈압약이 판매 중지됐다. 의약품을 판매하는 제약사들에게는 소비자와의 신뢰 문제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R&D 투자가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투자에 따른 자금 소요 추이와 함께 투자 타당성, 투자성과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지훈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R&D 투자가 늘어나면 수익성이 떨어지고 현금 흐름에서 안 좋은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이 성과로 나타나서 이익으로 되돌아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보통 R&D를 해서 기술 수출을 할 때도 1상, 2상, 3상이 진행될 때마다 (해외 제약사에) 돈을 주는 방식이 일반화됐는데 성과가 안 나타나서 비용이 커버되지 않을 때가 많다. 약품 개발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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