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금융위원회가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에 이어 인터넷전문은행을 추가 허용키로 하면서, 4대 금융그룹이 진출 경쟁에 나서고 있다. 반면 인터넷은행 사업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던 네이버, 인터파크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선 제3, 제4 인터넷은행이 등장한다 해도 별다른 금융혁신을 도모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우리, KB금융에 이어 하나, 신한금융도 도전
하나금융·키움증권·SK텔레콤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은 지난 19일 제3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도전키로 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라 키움증권은 최대 소유 가능 지분인 34%를 취득해 1대주주로 참여하고 하나금융이 20% 내외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2대 주주로 사업을 이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텔레콤이 가질 수 있는 최대 지분은 10%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동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과 1세대 벤처기업인 다우기술, 모그룹인 키움증권의 기술력, 운영 노하우 등을 결합해 혁신을 꾀하려한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도 11일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플리카와 컨소시엄을 구성, 인가 경쟁에 참여키로 했다. 4대 금융지주 모두가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뛰어든 셈이다. 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지분 10.0%,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지분 13.8% 보유하며 인터넷은행 사업을 영위 중이다. 한편, NH농협금융 측은 “아직 크게 계획한 건 없다”며 사업 참여에 조심스런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려는 이유는 라이선스 사업이다 보니, 금융당국이 이번에 라이선스를 발급하면 언제 또 발급할지 모른다. 하고 싶어도 못하기에 일단 뛰어드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ICT 업체 불참, 수익성‧시너지 등이 발목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축이 돼야할 네이버, 인터파크 등 ICT 업체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이미 간편 결제 시장에, 자회사 라인(Line)으로도 해외 금융시장에서 활발히 진출 중이다. 업계에선 인터넷은행 사업을 이끌 ‘대어’로 꼽혔지만 네이버는 지난 1월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 설명회를 앞두고 불참 의사를 밝혔다.
2015년 1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관심을 보였던 NHN엔터테이먼트, 인터파크, 교보생명 등도 나서지 않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기획부서에서 검토하는 수준일 뿐 참여여부에 대해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인가 심사 설명회에 참석했던 위메이크프라이스, BGF 등이 예비인가에 뛰어들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IC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이미 시장을 점유하는 상황에서 사업 차별성에 대한 고민이 들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수익이 나는 분야도 아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모두 포지셔닝엔 성공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 기업에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ICT 업계 다른 관계자는 “ICT 기업 등이 금융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설비, 보안, 플랫폼 사업구조 등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 비용에만 수백억 원이 깨진다. 충분한 재정 없이는 손대기 어렵다”며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과 시너지효과가 날지도 중요 고려사안”이라고 말했다. 앞서의 금융권 관계자는 “토스의 경우 자본이 부족하다 보니, 펀딩으로 지분 참여 자금을 마련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 “규제 완화, 다양한 기업 설립주체 돼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3, 제4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시장에 별다른 변화, 혁신을 가져오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선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의 인터넷뱅킹 플랫폼과 차이가 없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업에서 혁신을 불러오기보다는, 기존 플레이어(금융사)들이 하던 사업을 그대로 옮겨오는 듯하다”라고 지적했다.
이태규 연구위원은 대안으로 “수수료 등 비이자수익을 기업들이 자유롭게 취하게 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인터넷은행이 핀테크 산업으로 여기는 것도 문제다. ICT 기업 외에도 자동차, 유통 등 네트워크를 가진 기업이라면 어디든 설립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외는 이를 통해 이미 차별성 있는 금융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3월 중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접수받고 심사를 거쳐 5월 중 결과를 발표한다. 자금조달방안, 대주주·주주구성계획, 사업계획 등을 심사할 예정이다. 가장 높은 평가비중을 차지하는 건 사업계획으로 혁신성을 중심으로 살필 방침이다. 그러다 보니 요건에 부합하는 업체가 없을 경우 모두 탈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2개사 이하를 신규 인가할 예정이다. 사업계획서, 인가신청서를 아직 받아보지 못했다. 심사를 거쳐야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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