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2일 인터넷 카페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를 운영한 김효진 한의사(원장)가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 논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이 선고를 두고 “안아키가 무슨 죄냐”는 주장과 “판결이 지나치게 가벼워 같은 행위가 반복될 수 있다”는 반론이 첨예하게 맞선다. 김효진 원장은 ‘비즈한국’에 “재판이 끝나자마자 상고했다”고 밝혔다. 형이 확정되면 그는 한의사 면허를 박탈당한다.
김 원장은 안아키 카페를 통해 ‘아토피에 햇볕 쬐기’ ‘해독을 위해 숯가루 물에 타 먹이기’ 등 자연주의 치료를 설파해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 현재 대구 수성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그는 여전히 안아키 카페를 운영 중이다.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2015년 말부터 지난해 4월까지 활성탄으로 만든 제품 480여 개를 판매하고, 무허가 소화제를 한 통에 3만 원씩 받고 540여 통을 판 혐의다.
현재 안아키 카페에는 21일 기준 약 4800명의 회원이 있다. 한창 논란이 됐던 2017년에 비해 회원 수가 5만 명 이상 줄었다. 카페명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아이 키우기’로 바뀌었다. 그러나 카페 내에서 이뤄지는 치료 방법에는 크게 변화가 없다. 회원들은 카페의 영상강의실을 통해 안아키 방법을 배우고 그 시행착오를 공유한다. 집밥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은 서로에게 요리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2년의 세월 동안 조사와 영장실질심사 그리고 재판을 거친 김 원장은 지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동안 생각이나 심경에 변화는 있었을까. 또 그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지난 20일 ‘비즈한국’은 서울의 한 식당에서 김 원장과 2시간가량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인물 사진 촬영을 거부했으며 워낙 첨예한 이슈라 일문일답 사이에 관계기관 등의 설명(반론)을 취재해 넣었다.
Q. 항소심 판결에 대한 입장은?
A. 2심(항소심) 재판이 끝나자마자 상고했다. 3심까지 가기를 희망한다. 법리 오해와 사실 오인의 문제가 있다. 판사님이 잘못 이해하신 부분이 있는 것 같다.
Q. 활성탄으로 만든 제품을 판매한 것은 사실이지 않나(활성탄은 화학적 또는 물리적 방법에 의하여 흡착성을 높인 탄소로 유해 가스, 중금속, 혹은 유기오염물질 제거에 사용된다).
A. 재판하면서 활성탄을 먹는 약으로 경구 투여는 할 수 없고 정수기 필터 같은 여과용으로만 써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식약처에서 이름을 붙일 때 약으로 쓰는 숯가루는 ‘약용탄’, 식품첨가물에 쓰이는 숯가루는 ‘여과탄’으로 이름을 썼으면 좋았을 텐데 모두 ‘활성탄’이라는 이름을 쓴 거다. 그러니 당연히 먹을 수 있는 거라 생각했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활성탄은 시골에서 나무를 땔 때 나오는 회분만 남아 있는 숯가루다. 식용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만들거나 탈색할 때 사용되는 여과 보조제다. 일반 식품원료로는 사용할 수 없다. 옛날 배 아플 때 숯가루를 먹는 민간요법도 있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옛날이야기다. 숯가루에는 영양분이나 미네랄, 비타민이 남아 있지 않다. 나무를 태운 재다. 최종제품에 검출되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Q. 아동학대 논란이 일었다.
A. (아동학대와 관련해서는) 정확히 내가 고소당한 것이 아니라 엄마, 아빠들이 고소당했다. 나는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는데, 모두 무혐의를 받았다. 아주 조기에 끝난 간단한 ‘해프닝’ 같은 것인데 여전히 지금까지도 그것(아동학대)으로 재판받고 처벌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은 식품위생법과 약사법이 걸려 있는 부분이다. 일반 사람들이 오해할 소지가 많다.
이를 두고 공혜정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학대로 신고를 했는데 무혐의 처리가 됐다. 방법이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게 아니다.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판명이 난 이유는 그 엄마들이 고의성이 없었고 안아키 회원이었던 엄마들이 아이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병원에 갔다는 것 때문이다. 엄마들이 병원에 간 영수증을 제출해서 무혐의 처리가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Q. 2017년 이슈화된 이후 카페를 폐쇄했다. 당시 잘못을 인정한 거 아닌가.
A. 우리 카페는 실명제였다. 아이들과 엄마 이름, 사는 지역명이 다 적혀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예기치 않게 ‘카더라’ 하는 소문이 퍼지고 사나흘 만에 애들이 어린이집에서 쫓겨났다는 얘기가 들려오니 카페를 그냥 둘 수가 없었다. 그때 ‘맘닥터’들도 회원 보호를 위해서 빨리 카페를 폐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래서 있던 회원만 강제퇴장을 시키고 잠시 닫아놓은 것이다. 오히려 자료들이 도서관 수준이었는데 없어져서 아쉽다.
Q. 카페는 왜 다시 열었나.
A.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다. 금방 해결될 문제인 줄 알아서 카페 문을 닫고 한의원 문도 닫았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그러면서 2년을 끌었다. 카페 문을 닫으니까 엄마들이 개인적으로 연락이 너무 많이 오더라. 그래서 다시 카페를 열었다. 그러면서 카페 이름을 바꿨다. 아무래도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들릴 것 같아 ‘안전하고 건강하게 아이 키우기’로 바꿨다.
Q. 지금도 당시와 카페 운영은 비슷하다. 화상을 당하면 미지근한 온도의 물에 살을 갖다 대거나 수두를 일부러 옮기는 것(수두 파티)과 관련해 아이들의 고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A. 병원에서 하는 것 안 보셨나. 내게만 논문을 요구할 것이 아니다. 나는 임상 기간이 길고 실험한 예도 많다. 그 결과 ‘아 이거 특별한 경우에는 의료기관이 필요하지만 보통 우리가 경험하는 정도의 화상에서는 어지간하면 이게 더 낫다’는 걸 알았다. 수두 파티도 모여서 광란의 (파티를 즐기고) 그런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수두가 옮기를 바라는 거다. 어릴 때 수두를 앓으면 평생 면역이 생긴다. 의료기관이 관여할 기술적 부분, 전문적 기술을 필요로 하는 부분은 그렇게 넓지 않다는 게 내 주장이다.
Q. 아무리 감기 같은 경증질환이어도 폐렴으로 발병할 위험도 있다. 병에 걸린 아이를 방치하면 ‘부작위에 의한 아동학대’에 해당한다.
A. 감기가 오래가도록 있어 봤나. 감기 걸리면 약 하나 먹는 것, 그것밖에 안 해봤지 않나. 유럽에서는 약 처방을 거의 안 받는다. 따뜻한 차 먹고 집에서 쉬어야 된다고 한다. 또 그런 (병에 걸린 아이 방치하는) 사람이 안아키에 없으면 없을 것 같나. 안아키에서 그런 사람을 양산했을 것 같나. 아픈 것도 일상다반사 중 하나다. 그렇다면 좀 태연하게 볼 줄 알자는 것이다. 병원에 가면 1분 진료하고 그냥 약을 내어주지 않나.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는 “경증질환이라도 자가 치료를 하게 되면 위험성이 매우 크다. 가볍게 감기가 왔다 지나가는 경우에는 다행이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사실 질환이라는 게 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보통 우리가 조기진단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두나 홍역의 경우 치료 없이 저절로 좋아진다 하더라도 간혹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하다. 다른 사람에게도 전파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수두를 일부러 옮기는 것도 상당히 위험하다. 원치 않는 뇌염, 뇌 바이러스, 중증 바이러스 등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Q. 부작용이 생긴 아이들은 책임지지 않나.
A. 안아키에 대해 특별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일반 카페에서 누가 책임을 지나. 왜 내가 책임을 져야 하나. 이것도 프레임이다. 나는 선택지를 하나 더 줬을 뿐이다. 합리적인 도움이 되는 길을 하나 더 만들어준 것이다. 선택지를 하나 더 내놓고 많은 사람이 선택했다고 해서 왜 내게 책임을 묻나.
이와 관련해 공혜정 대표는 “면허가 박탈되고 난 이후에 카페에서 ‘이것은 무슨 병인 것 같다. 이런 치료를 해라’라고 이야기를 하면 무면허 의료행위가 된다. 카페 회원들이 장 담가 먹고 이런 것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카페 내에서 의료적인 조언을 해서 그 엄마들이 그대로 따르게 하는 게 문제”라며 “‘내 아이를 고쳐줄 만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갖게 했다. 아무리 선택권을 줬다고 할지라도 한의사가 말하면 이것을 거역하기가 쉽지가 않다. 맹신하게 만든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Q. 한의원에 온 환자들은 어떻게 진료하나.
A. 생활과 마음을 얘기한다. 당뇨 환자가 왔다. 알고 봤더니 택배기사다. 새벽 2시 30분에 출근하고 밤 8시 30분에 퇴근한다고 한다. 그 생활을 계속하면서 병원에서 혈당 낮추는 약만 먹으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악화한다. 다른 병도 생긴다. 그러니 자신이 할 치료계획을 내가 듣고 조언을 해준다. 그런 얘기하느라 진료 시간이 길다. 나는 ‘약 끊는 치료’를 한다.
Q. 그럼 그 사람에게는 한약 처방을 안 했나. 한약도 약인데?
A. 줄 수도 있다. 내가 약을 안 쓴다고 그랬나. 약 끊는 치료가 치료 과정이다. 치료 과정에는 의사의 기술과 약이 필요하다. 다만 평생 ‘약 드세요’가 아니라 ‘2~3개월 안에 끝냅시다’가 진짜 치료라는 말이다.
Q.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 아닌가.
A. 나는 내 돈벌이를 모르겠는데 그걸 어떻게 아나. 여기는 자연주의 육아 카페다. 나는 되도록 약물 오남용을 막자고 얘기한다. 그러니 100명 중 80명한테 한의원 오지 말라고 하는 셈이다. 숯가루와 소화제 팔아서 득이 되겠나. 일주일 내내 걸려서 100개밖에 못 만든다. 활로를 만들려면 설비를 늘리고 공장을 돌려야지. 인건비도 안 나온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가는 길, 김 원장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문제의 핵심은 백신”이라고 다시 한 번 이야기했다.
“영유아들을 더 이상 근거 없이 환자로 만드는 일은 안 생겨야 한다. 백신이 어린애들한테 병을 일으키고 있는 건 아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말이 집단 면역이지 애들 100% 다 맞혀도 예방되지도 않는다. 대한민국백신자문회가 열려도 집중이 안 된다. 나는 죽을 때까지 건강에 해가 되는 것에 목소리를 낼 것이고 이게 내 소명이다.”
앞서의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는 “예방접종(백신)을 만든 이유는 예방접종으로 막을 수 있는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다. 만약 이 예방접종을 받지 않으면 그 병의 일환에 걸리는 것이다. 가령 홍역 같은 경우 전염력이 상당히 높다. 한 사람이 1시간 동안 15명 정도를 감염시킬 수 있다. 1000명 중 10명 이내에서 폐렴, 뇌염 등 상당히 치명적인 합병증에 걸릴 수 있다. WHO(세계보건기구)에서도 예방접종이 다른 어떤 보건정책보다 가장 비용 대비 효과가 우수하다고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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