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현대자동차가 올해부터 상시채용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한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공채와 더불어 상시채용을 확대하다 올해부터는 공채를 없애고 상시채용만으로 신입사원을 뽑기로 했다. 인적성시험인 HMAT(Hyundai Motors group Aptitude Test)도 폐지하고 채용 주체는 각 현업 부문으로 전환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팀별로 필요한 인원이 생길 경우 수시로 채용공고를 올려 인재를 선발할 계획”이라며 “대규모 HMAT 시행도 폐지한다. 현업에서 채용을 주도하는 만큼 직무 특성에 맞춰 부문별 최적화된 채용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상시채용으로 선발하는 신입사원도 공채와 동일한 초봉이 적용된다. 아직 다른 계열사로 확대 유무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현대차 직무 중심 상시채용, 업계는 ‘신규 채용 줄이겠단 의도 아니냐’
취업준비생들은 현대차의 상시채용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취준생은 “함께 현대차 입사를 준비하던 취준생 대부분이 채용규모가 줄 것이라며 낙심했다. 특히 연구·개발(R&D)부문은 학사가 입사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 같아 고민”이라고 푸념했다.
다른 취업준비생도 “지난해 처음 현대차에 지원했다가 탈락해 올해 상시채용 소식이 더 아쉽다. 이제는 기회를 잡기가 더 어려워질 것 같다는 예상”이라며 “학생들 사이에서는 다른 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이직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매년 이맘때면 현대차 채용 소식으로 도배되던 취업 커뮤니티도 조용해졌다. 부쩍 늘어난 것은 HMAT 서적을 중고로 팔겠다는 글이다. 현대차 채용에서 인적성시험이 사라지면서 취업 커뮤니티에는 HMAT 문제집 중고 판매 게시글이 많아졌다.
지난해 현대차가 상시채용을 확대할 때부터 업계에서는 ‘신규 채용을 줄이겠다는 의도’라는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상시채용을 한다는 것은 기업이 신규 채용에 부담을 느낀다는 의미다. 회사에 필요한 최소 인원만 선발하겠다는 의도”라며 “상시채용을 진행하면 채용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대졸 신입자의 채용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 역시 상시채용이 채용규모를 줄이는 방식이 될 것이란 것에 동의했다. 그는 “정부가 매년 주요 대기업에 채용 인원을 할당해 기업은 그만큼의 인력을 대거 채용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이 같은 채용은 실질적 ‘티오(TO·결원)와 연결되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채용을 하는 행태가 이어졌다. 상시채용은 이러한 고충을 해결할 방법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현대차의 채용규모 축소설이 도는 이유는 실적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 현대차는 1월 24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2018년 경영실적 발표회를 열고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 4222억 원으로 전년 대비 47.1% 감소했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이 3조 원 이하로 집계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 취업을 준비하는 한 취업준비생은 “현대차 기업분석을 하면서 채용규모가 줄어들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실적이 좋지 않으면 채용이 가장 먼저 줄어들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여기에 기아자동차가 지난 연말 면접까지 진행한 부정기 생산직 채용을 실적 악화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중단한 것이 알려져 취준생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상태다.
현대차는 ‘채용규모 축소설’을 부인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시채용을 진행해도 기존의 채용규모는 동일하게 유지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대응을 위해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꾸고 현업 위주 인재 선발을 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현대차는 매년 상하반기 공채로 1만 명가량을 신규 채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회사 측의 설명대로라면 상시채용만으로 연내 1만 명 수준의 채용을 진행하게 된다.
# 채용 트렌드는 ‘상시채용’… 면접관 교육 심화 필요, 채용 비리 경계해야
업계에서는 상시채용이 채용 시장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한다. 현대차가 10대그룹 최초로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상시채용을 전면 도입했지만 다른 기업도 상시채용을 서서히 확대하는 추세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상장사 571곳을 대상으로 ‘2018 하반기 신입 채용 방식’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2019년 수시 채용 계획은 11.8%에서 21.6%로 9.8%포인트 증가했다.
송진원 트러스트원 취업컨설팅 그룹 대표는 “그룹 공채가 같은 시기에 몰리면 채용 경쟁이 심화된다. 보통 여러 기업에 동시 지원하기 때문에 합격 통보도 여러 곳에서 받는데, 그러다 보니 A 기업에서 연수 받다가 B 기업 합격 소식에 중도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적, 비용적 손해가 크다. 기업이 핵심인재 확보 차원에서 공채에 한계를 느끼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상시채용은 취업준비생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박해룡 The HR 컨설팅 대표는 “상시채용의 타임라인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매번 어떤 인재를 채용하는지 체크해야 한다. 지금까지 공채로 선발된 인재는 순환근무제에 적합한 ‘제너럴리스트’였다면 이제는 특정 직무에 특화된 ‘스페셜리스트’를 원하는 것”이라며 “특정 전공지식을 갖추고 있다거나 제2외국어 실력을 갖춘 직무 전문성이 필요하다. 일반 대졸 신입 취준생의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해룡 대표는 상시채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변별력 있는 채용 도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현업 중심 채용을 진행하면 부서장의 권한이 커진다. 하지만 적합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교육 등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인재 선발이 어려워질 수 있고 채용 비리 등이 생길 여지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송진원 대표도 “취준생이 외국계 입사를 희망함에도 기회를 잘 잡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수시로 뜨고 지는 ‘공고’를 찾는 것을 어려워하기 때문”이라며 “수십 개 기업의 공고를 일일이 찾고 지원하는 것을 어려워하지만 이제는 365일 전투태세로 가야 한다. 다만 상시채용이 채용규모 축소가 되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 가이드와 기업별 취업률 모니터링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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