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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죠?] 최근 '차명주식' 줄줄이 적발 까닭

회계 투명성 강화에 보유 및 유지 어려워져…솜방망이 처벌 비판도

2019.02.20(Wed) 14:19:30

[비즈한국] 차명주식. 재벌이나 자산가들이 조세회피와 편법 상속 등에 활용하는 오래된 수법이다. 최근 들어 최근 차명주식을 신고하지 않은 대기업 회장들이 잇따라 사정당국에 적발됐다. 회계 투명성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오너 일가의 차명주식이 더 이상 숨기기 힘들어졌다는 분석이 힘을 받는데, 처벌은 여전히 벌금형 수준에 그친다. 

 

# 아름다운 사퇴에서 차명주식 발목 잡힌 코오롱 

 

“그동안 금수저를 꽉 물고 있느라 입을 앙 다물었다. 이빨이 다 금이 간 것 같다”며 전격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사퇴 이유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는데, 그 중 하나는 검찰 수사도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는 최근 차명주식 보유 사실을 숨긴 혐의 등으로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2014년 1월 신년사를 하는 이웅열 전 회장.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최호영)는 최근 차명주식 보유 사실을 숨긴 혐의 등으로 이 전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부친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남긴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한 뒤 이를 신고하지 않는 등 숨기거나 허위로 신고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전 회장이 차명 보유하던 주식은 코오롱그룹 계열사 주식 38만여 주. 이 회장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8만 주의 차명주식을 17차례 거짓 보고하거나 소유 변동 상황을 누락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는 국세청의 조사에 따른 결과였다. 지난 2016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코오롱그룹에 전반적인 세무조사를 진행한 끝에 이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전 회장이 선친으로부터 넘겨받은 재산의 상속세를 탈루했다는 것 등이 주요 고발 내용이었다.

 

# 남양유업·부영·신세계·카카오·셀트리온·중흥건설…

 

최근 차명주식이 문제가 돼 재판에 넘겨진 사람들은 한둘이 아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상속받은 차명주식을 미신고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0억 원, 지난해 11월에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차명주식을 숨긴 혐의 등으로 1·2심에서 수천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이 회장이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은 건 그 외 4000억 원대 횡령 등 혐의 때문이다).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이 회장은 차명주식을 숨긴 혐의 등으로 1·2심에서 수천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사진=박정훈 기자


또 지난해 12월에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 등이 차명주식을 허위 신고한 혐의로 국세청과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역시 프랑스 소재 건물과 스위스 은행 계좌 잔액 등을 상속재산에서 고의로 누락하는 방법으로 610억 원대 상속세를 포탈한 혐의(특가법상 조세)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처럼 대기업 오너들의 차명주식이나 자산이 ​잇따라 ​사정당국에 잡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정당국 관계자들은 높아진 회계 기준과 공시 의무 때문이라는 평가한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IFRS(기업의 회계 처리와 재무제표에 대한 국제적 통일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공표하는 회계기준으로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사용하고 있다) 등 갈수록 회계 투명성이 높아지고, 상장사의 경우 공시 의무 기준이 강화되면서 차명주식 보유 및 유지가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과거 창업 1세대들이 자녀들에게 상속하는 과정에서 세금 등을 줄이기 위해 차명주식을 운영하고 넘겨주는 경우가 많았고, 회계적으로 숨길 수 있는 방법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런 게 어려워졌다”며 “전산화와 회계 투명성이 강화되는 과도기적인 측면에서 대기업 오너들의 잘못된 관행이 이제야 수사망에 걸리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 대부분 벌금형 “적극적 기소, 세게 구형해야”

 

적게는 수억, 많게는 수십억 원의 조세를 회피할 수 있는 차명주식 소유. 하지만 처벌 수위는 낮은 편이다. 대부분 벌금형 수준이고, 심해도 집행유예 이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처벌이 가볍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 등이 차명주식을 허위 신고한 혐의로 국세청과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지난 1월 기자간담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차명주식 미신고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벌금 1억 원으로 감형돼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확정됐고,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 등은 벌금 1억 원의 약식명령에 그쳤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 차명주식의 경우 상속세를 줄이기 위한 조세포탈 목적으로 당사자보다는 창업주가 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기 때문에 처벌이 약할 수밖에 없다”며 “또 ‘차명으로 보유한 경우에 발생한 세금도 다 해당 명의로 냈다’고 항변하는 부분도 처벌이 약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약한 처벌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런 차명주식 사건의 경우 변호를 맡은 대형 로펌 변호사가 검사실에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약한 처벌을 요청하고, 검찰도 횡령이나 비자금과 같은 대기업 오너 사건이 아닌 경우 조금 봐주는 문화가 있다”며 “검찰이 적극적으로 기소하고 세게 구형을 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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