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A 씨는 2017년 11월 편의점 CU 가맹점주가 됐다. 한 달에 250만~30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CU 본사 개발 직원의 말을 믿고 점포를 열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평균 일 매출은 60만~70만 원, 월 점포 수익은 약 600만 원에 불과했다. 여기서 본사가 35%를 떼 가면 수중엔 390만 원가량이 남는다. 전기요금, 인건비, 집기관리비, 임대료 등을 지출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본인 인건비는 언감생심. 임대 보증금에서만 벌써 1000만 원을 까먹었다. A 씨는 “영업 첫 한 달 아르바이트생 고용비만 준비하면 될 거란 직원 말을 믿지 말았어야 했다”고 자책했다.
지난해 1월부터 편의점을 시작한 B 씨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당초 개발 직원은 일 매출 160만 원이 나올 것이라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이에 절반도 못 미치는 40만~50만 원의 매상을 기록하는 것. B 씨는 “현재 내 지점을 관리하는 본사 영업직원도 개발 직원의 말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고 인정했다”며 “매월 약 250만 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 퇴직금은 이미 다 써버려 배우자 급여에서 영업비를 충당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CU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이러한 저매출 피해를 입증한 가맹점은 총 11곳으로 자료 불충분 등으로 입증이 어려운 가맹점을 포함하면 50곳이 넘는다. 이들 가맹점주는 지난해 CU점포개설피해자모임을 구성, 본사에 피해구제를 촉구했다. 최저수익보장과 조건 없는 지원금 지급 등으로 상생에 나서라는 것. 하지만 본사는 모든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선다. 전문가들은 가맹점 구제는 필요하나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서로 독립된 사업체라는 인식 하에 상생협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과도한 신규출점이 원인…저매출 점포 구제하라”
CU편의점 가맹본부인 BGF리테일 사옥 앞 CU점포개설피해자모임 무기한 농성은 오늘(19일)로 80일을 넘어섰다. 이들은 CU가맹본부가 저매출 피해점포 실질 구제방안이 담긴 상생협약 체결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본사가 내놓은 지원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과거 협약안과 다를 바 없다는 것.
가맹점주 C 씨는 “소상공인들이 프랜차이즈업에 나서는 이유는 본부와 가맹점 관계에서 비롯되는 사업 안정성 때문이다. 하지만 본사는 우릴 속였고 우린 그런 본사를 못 믿겠다. 오히려 위태롭기만 한 상황”이라며 “본사는 해가 지나도 가맹점들과 조율하기보다 물류센터 건립, 포스기 교체 등 실효성 없는 방안들로 가득한 일방적인 상생안만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맹점주들은 가맹본부의 과도한 신규출점이 기존 가맹점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본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CU 점포수는 2007년 3635개에서 2017년 1만 2503개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그 과정에서 본사 매출액은 3.6배, 영업이익은 7.4배 올랐지만 가맹점주 연평균 매출액은 누적 물가상승률인 25.1%에도 못 미치는 17% 상승에 그쳤다고 한다.
최종열 CU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가맹점 평균 수익률은 매출대비 27~30%인데 이를 가맹점주와 본사가 약 7 대 3의 비율로 나눠 갖는다. 문제는 임대료와 인건비, 기타 운영비 등 고정비용이 가맹점주 할당 이익에서 빠진다는 것이다. 초기 점포 개설비용도 가맹점주 몫이 크다. 본사는 비용부담 없이 점포를 늘려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이는 영업성 등을 고려치 않은 과도한 출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가맹점주 D 씨는 “큰 틀에서 봤을 때 경제 규모와 수요는 한정돼 있다. 신규 점포가 늘어나면 기존 점주들은 죽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들은 지난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최저수익보장제 확대로 무분별한 출점을 제한하고 일정기간 희망폐업을 허용, 이에 따른 위약금은 철폐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24시간 영업 여부와 상관없는 지원금 지급, 최저임금 인상분 분담 등도 관철시켰다.
최저수익보장제 등의 경우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8명이 지난해 11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 담은 내용이기도 하다. 우 의원 등은 2월 임시국회에서 이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국장은 “2013년 상반기 저수익과 과로사 등으로 자살한 4명의 가맹점주 중 3명이 CU 점주들이었다. CU는 가맹점주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여타 편의점 프랜차이즈보다 수익 배분이 왜곡됐다”며 “최저수익보장제 등의 대안이 실현돼야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배분 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가맹본부 “이미 900억 지원, 폐업 시 위약금 안 받아”
CU편의점 가맹본부인 BGF리테일은 가맹점주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할 수 없으며 이미 나름의 지원책을 강구,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900억 원가량을 가맹점에 지원, 저수익이 나는 가맹점이 폐업할 시 위약금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본사는 위약금 부담률이 제로에 가깝다는 주장까지 펼친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이만큼 지원하는 프랜차이즈 업종은 없다. 다만 지원금은 24시간 운영 가맹점의 인건비, 전기료 비용 등을 덜어주는 인센티브 개념으로 지급했다. 한데 점주들이 이를 페널티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조건 없는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신규 출점 시엔 가맹희망자 등이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각종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매출 산정 등은 사람이 하다 보니 틀릴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점포 개설 시 본사 비용이 안 드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시설, 인테리어 투자는 본사가 책임진다. 대외비라 공개할 순 없지만 점주협의회가 내놓은 매출, 영업이익률은 잘못된 수치”라며 “가맹본부로서 가맹점들이 장사를 잘 할 수 있게끔 물류 등에 대한 투자는 이어나갈 것이며 서로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그 밖의 요구는 프랜차이즈 특성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가맹점주 구제는 필요하지만 본부와 가맹점이 동등한 사업자로서 상생방안을 강구해야한다고 평가한다. 김승현 한국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 소장은 “가맹점주가 을의 위치에 놓인 것은 사실이다. 대안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가맹점주, 본사 모두가 독립된 사업자라는 인식하에 마련돼야 한다. 최저수익보장, 최저임금 인상분 분담 등은 이 관계를 무너뜨리는 방안이다. 자칫 가맹점주의 도덕적 해이와 본부의 부담만 야기할 수 있다”며 “이것이 대기업이 영위하는 편의점 외에 중소기업이 책임지는 외식업, 도소매업, 서비스업에까지 퍼질 경우 가맹사업이 망가질 위험성까지 있다. 각종 지원금 지급은 이러한 시각에서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소장은 “CU 가맹점주들의 일부 주장은 이미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본사가 가맹 희망자 등에게 허위·과장정보를 제공할시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어야 한다. 올해부턴 100m 이내 신규출점을 제한하는 자율협약도 시행됐다”며 “이에 국회에선 가맹점이 아닌 가맹본부가 손해배상 책임 주체가 돼야한다는 개정안도 발의됐는데 서로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탰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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