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병원에서 시술을 해도 어차피 저희 같은 기술자가 병원 안에 들어가서 하지 의사가 하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병원에서 단가를 싸게 해서 박리다매식으로 눈썹 문신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대부분 초보 선생님들을 데려다 시술을 해요. 이런 것을 아는 고객분들이 많으시니까 저희 쪽으로 오시는 거죠.”
서울시 마포구에서 5년째 눈썹 문신 업소를 운영하는 A 씨의 말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풍부한 임상경험의 의료진이 있다는’ 피부과나 성형외과 대신 불법 민간 업소에서 눈썹 시술을 받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눈썹 문신 시술을 하는 경우는 모두 불법이다. 그러나 A 씨는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서도 똑같이 불법 행위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른 업자의 이야기도 비슷했다. A 씨의 업소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서 피부 관리와 눈썹 문신 시술을 동시에 하는 B 씨 또한 “거기(성형외과, 피부과)도 불법이다. 의사가 상담만 하고 다른 직원이 시술한다”며 “요즘에는 페이 닥터라고 해서 의사를 고용해 상담만 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 병원에서도 ‘무면허’ 눈썹 문신 만연
해마다 눈썹 문신 시술업소와 경찰 사이에는 ‘단속 전쟁’이 벌어진다. 지난 17일 서울 강북경찰서는 고객들에게 무면허로 눈썹 문신을 해주고 국소마취제를 불법으로 사용한 미용실 원장과 직원을 불구속 입건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관계자는 “시술자의 면허 소지 여부를 확인하고 검증된 의료진이 있는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이용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18일 ‘비즈한국’이 만난 업체 관계자 및 이용자들은 “굳이 왜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이용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병원에서도 문신업자나 간호조무사를 고용해 불법 시술을 하고 있다는 까닭에서다. 이들은 같은 ‘불법행위’ 사이에서 소비자들이 나름대로 선택을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한 성형외과에 문의 결과 이들의 주장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가 찾아간 성형외과의 상담 직원은 “의사 선생님이 직접 시술을 하지는 않는다. 시술을 해주시는 분이 따로 계시는데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소지하신 분이다”며 “병원에서 하게 되면 우리는 (시술자분이) 경력자 위주로 구성됐기 때문에 조금 더 테크닉(기술)적인 부분에서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역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병원에서 고용해 근무한다고 할지라도 의사가 아닌 문신사나 간호조무사 등 비의료진이 눈썹 문신 등의 시술을 할 경우 불법이다. 실제로 2017년 서울 송파경찰서는 반영구 화장사 4명을 고용해 환자 235명을 불법 시술한 혐의로 성형외과 의사와 반영구 화장사 등을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다 보니 고객들은 아예 기술력이 뛰어난 일반 시술업소로 발길을 돌린다. 앞서의 시술업자 A 씨는 “고객들도 병원이 아닌 뷰티샵에서 눈썹 문신을 받는 게 불법임을 아는 분들이 상당수다. 대부분 ‘이게 왜 불법이야?’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온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술업소 관계자도 “위생이나 안전 부분에서 성형외과나 피부과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느끼는 분들이 오는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무면허 업소 이용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어차피 성형외과나 피부과에 가도 의사가 시술하지 않을뿐더러 의사가 시술한다고 해도 몇십 년 동안 기술을 갈고 닦은 문신업자에 비해 전문성이 낮으니 차라리 전문 시술업소를 택한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눈썹 문신을 시술 받은 한 아무개 씨는 “민간에서 눈썹 문신을 했는데 부작용이 생긴 경우가 주변에 없다”며 “느낌상 피부과나 성형외과보다는 전문 업소가 더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지환 대한의사협회 의무자문위원은 “의료기관은 위생적인 부분에서 잘 관리가 돼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런 상황을 설명하자 “그런 현황을 파악하지는 못해서 모르겠지만 아예 문신업자가 와서 (시술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 진료보조로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어시스트(도움)를 하는 게 가능한지도 법적인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속을 하는 경찰이나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측은 실태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시필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보건의학수사팀 팀장은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가 아닌 사람들의 무면허 의료행위가 이뤄진다는 내용은 가끔 제보를 받고 수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에서 이뤄지는 일이라 적발하기가 쉽지 않고 병원에 영장 없이 들어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어 “눈썹 문신 무면허 의료행위는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피부관리실 등 민간에서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민간에서는 ‘영세업자들에게만 왜 그러느냐’고 하고 병원에서는 ‘다른 곳도 많은데 의료기관에만 왜 그러느냐’고 해서 수사하기가 곤란하다”며 “또 수사를 벌인다고 해서 단시간 내에 해결되는 사항이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주관부서이기는 하지만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것까지 알기는 쉽지 않다. 사실관계를 확인해 위반된 것이 확인되면 제재를 받는다”며 “단기간 내에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관련 업종에 계신 분들과 순차적으로 어떻게 개선해나갈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 시장 커지는데 언제까지 눈 가리고 아웅?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눈썹 문신 시술 업소는 계속 성행하고 있다. 2년 전부터 피부과와 성형외과들이 눈썹 문신 시장에 진입했고 업소끼리 경쟁도 붙다 보니 당시보다 매출은 줄었지만, 여전히 고객은 많다는 후문이다.
꾸준한 수요 탓에 업체 대다수는 예약제로 운영된다. 전화나 SNS를 통해 정해진 양식에 맞춰 시술 예약 일정을 잡는 식이다. 한 업체의 경우 선착순으로 100명만 입장이 허용된 카카오톡의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한 달 치 예약을 미리 받는다. 한국타투협회는 반영구화장 시장을 연간 1조 원 이상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남성들의 방문도 늘어나면서 시장은 계속 커지는 추세다. 앞서의 A 씨는 “불과 1~2년 전만 해도 남성은 전체 손님 10명 중 1명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3~4명 정도로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아예 ‘남성눈썹 전문’이라며 마케팅을 하는 업소도 등장했다. 이는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뜻하는 ‘그루밍족’이 늘어난 것과 무관치 않다.
임보란 한국패션타투협회 회장은 “병원 방문 시 일반인을 고용해 문신 시술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게 거의 90%다”며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국가에서 지정한 단체에서 보건의료 교육을 받은 업소만 영업을 허가해주도록 하고 있다. 선진국처럼 문신사법과 자격시험 제도를 만들어 보건위생과 관련한 모든 시설을 갖추고 시험을 통과한 업체에만 영업을 허가해주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병원 내에서 무면허로 눈썹 문신 시술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업소에서 눈썹 문신을 시술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황지환 대한의사협회 자문위원은 “성매매가 근절이 안 되니 양성화하자는 논리와 똑같다”며 “(민간시설에서 하게 되면) 이물질을 피부 조직 내에 영구적으로 주입하는 시술이다 보니 여러 가지 감염이나 이물 반응이나 흉터가 생길 수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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