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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누가 대량생산을 폄하하는가

일부 생산자 몰락, 그러나 대다수 삶의 질 개선한 측면에선 긍정적

2019.02.19(Tue) 11:19:45

[비즈한국] 우리는 대량생산 시대를 살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시작된 대량생산은 우리의 삶을 크게 바꾸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대량생산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누구나 상품을 소비하고 누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대량생산은 매우 좋은 일이다.

 

산업혁명 이전, 상품을 손으로 만들던 수공업 시대를 생각해보자. 지금도 그렇지만 사람의 손을 이용한 노동은 과거에도 저렴하지 않았고 생산량은 충분치 못해 만성적인 상품 공급 부족에 시달렸다. 더군다나 수공업자라도 모두 실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어서 상품의 품질이 천차만별이었다.

 

예를 들어 책상과 의자가 필요하다 해도 좋은 상품을 확보하긴커녕 비싼 가격을 치르고도 제대로 된 상품을 가지기가 어려웠다. 물론 이것도 돈이 충분할 때의 이야기고, 더 많은 경우는 돈이 없어서 상품 자체를 구매할 수가 없었다.

 

이러한 상황을 크게 바꾼 것이 바로 대량생산이다. 조악한 상품조차 구할 수 없던 것에서, 돈이 없어도 조악한 상품이나마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여기에 더해 기술의 발전으로 대량생산품의 품질 또한 점진적으로 꾸준히 나아졌다. 바로 이 점에서 대량생산은 각 경제주체의 삶을 확실하게 개선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부에서 대량생산을 폄하하는 시선이 있지만, 대량생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상품을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은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 사진=최준필 기자

 

대량생산은 전문화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장인들이 고도의 기술로 상품의 질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문화를 한 반면, 대량생산은 생산 효율 개선 등을 통한 생산량의 극대화라는 전문화로 이루었다. 또 생산기술의 발전과 효율의 개선을 통해 질적 향상까지 이루어냈다. 대량생산의 진일보 덕분에 사람들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상품을 소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대량생산의 전문화로 우리가 얻은 크나큰 이익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많은 수공업자들이 도태된 것도 사실이다. 산업혁명 당시 방적기와 방직기의 등장으로 숙련 방적공들은 몰락하여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거나 방적기 등을 다루는 공장 노동자가 되거나 그들의 몰락을 부른 혐오스런 기계를 파괴하려는 러다이트가 되었다. 방적기의 등장은 방적공들에겐 비극이었지만, 그만큼 많은 옷이 공급되어 사람들이 헐벗지 않게 되었고 섬유와 의류 산업이 크게 발전하여 인류 대다수의 삶이 크게 개선되었다.

 

대량생산으로 인해 개선된 삶의 질과 생활을 감안하면 대량생산을 폄하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대량생산으로 인해 일부 생산자들의 몰락을 고려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모든 일에는 장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줄 수는 있어도 대량생산이 만든 개선을 부정하기엔 부족하다.

 

현재의 소비시장을 바라보자. 현대에는 대량생산의 영역이 갈수록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과거 공산품으로 한정되었던 대량생산은 이제 전방위로 확장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대량생산으로 인한 혜택을 입게 되었다. 물론 이 와중에 대량생산으로 인해 소외당하고 밀려나는 생산자들도 존재한다.

 

대량생산으로 인해 밀려나는 생산자들의 반발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라고 생산자에 비해 딱히 더 풍요로운 것은 아니다. 각자 경제 사정에서 최적을 선택하기에 같은 가격이라면 더 좋은 품질, 같은 품질이라면 더 낮은 가격이라는 더 나은 선택지가 있다면 그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하면, 소비시장에서 대량생산이 받는 비난은 지나칠뿐더러 때로는 부당하다. 대량생산은 다소 부작용이 존재할지언정 사회 모두의 삶을 가장 확실하게 개선했기 때문이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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