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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이 불러올 '빅뱅' 미리보기

대규모 사업재편 기정사실화…과도한 구조조정은 중국 조선업 다시 일으킬 수도

2019.02.15(Fri) 17:34:52

[비즈한국]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 초대형 조선사를 만들어 규모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도 이를 승인했다.

 

다만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28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3조 3705억 원이나 되는 부채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게다가 절반 이상이 단기차입이다. 그럼에도 현대중공업이 2조 5000억 원이란 거금을 들여 대우조선을 인수하려는 까닭은 무얼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첫 외부일정으로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북극항로 취항 쇄빙 액화천연가스(LNG)선박 건조현장을 방문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조선산업은 ‘뉴노멀 시대’를 맞고 있다. 중국이 조선산업의 메이저 플레이어로 성장하면서 컨테이너선의 낮은 선가가 고착화 되는 가운데, 액화천연가스(LNG) 등 특수 선박의 발주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중소형 조선사는 잇따라 문을 닫고 있고, 대형 선박 건조 능력이 있는 대형사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중이다. 국내 조선사들도 체질 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 찾아온 셈이다. 

 

조선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선가 하락이다. 2017년부터 선박 발주가 늘며 안정적인 수주잔고를 이어가고 있지만, 선가가 지나치게 떨어져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1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30포인트로 14년 전인 2005년의 162에도 못 미치고 있다. 선가가 가장 비쌌던 2007년 184와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다. 

 

조선사들은 인건비와 시설관리,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용이라도 충당할 목적으로 저가 수주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였다. 시황이 개선될 때까지 버텨보자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철광석,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낮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세계적인 선박 공급과잉으로 선가는 오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중국 조선사들이 한국 조선사들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대거 저가 수주에 나섰다. 과거 중국 변수가 없었다면 시장의 수급논리에 따라 선가가 다시 올랐겠으나, 2000년대 중후반 중국 조선사들이 대거 시장에 뛰어드는 바람에 낮은 선가가 굳어져버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가가 공헌이익 플러스(+) 20% 정도 돼야 영업이익이 나오는데, 현재는 그를 밑돌고 있다. 그렇지만 내년, 내후년에도 수주를 이어가려면 지금 싼 값에라도 수주를 잡지 않으면 안 된다”며 “중국 업체들과 선가 경쟁 이후 연구·개발(R&D) 등 미래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1위 현대중공업이 2위 대우조선 인수를 통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두 회사는 컨테이너선에 기반을 두고 LNG 등 특수선박을 만드는 회사다. 군용선박 등 일부 사업을 제외하고는 포트폴리오가 거의 일치한다. 양사가 합쳐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두 회사의 합산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1.1%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1위 현대중공업이 2위 대우조선 인수를 통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한 뒤 양사가 겹치는 사업부를 중심으로 대규모 사업 재편에 나설 거란 것은 이미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겹치는 도크를 유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일부 도크를 정리하고, 컨테이너선 제조 공정을 합할 수 있다. 또 특수선박 건조는 울산, 거제 중 한 곳에 집중시키는 전략적 선택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최근 현대중공업 노조도 대우조선 인수를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으로서는 2조 5000억 원의 높은 가격에도 향후 선가 상승에 따른 수익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대우조선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규모의 경제를 일굴 수 있다는 표면적 이유는 어찌 보면 부록과도 같다.

 

두 회사가 입이라도 맞춘 듯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도 2017년부터 줄곧 “회사 규모를 줄이고 비즈니스를 최적화 하겠다. 회사 매출보다는 영업이익률이 높이는 쪽으로 재편하겠다”고 언급해 왔다. 실제 대우조선은 지난 2~3년 전부터 벌크선·컨테이너선보다 독자 경쟁력이 있는 LNG선의 개발, 판매에 열을 올렸다.

 

과거 한화가 6조 원 이상의 인수금액을 제시하며 대우조선 인수에 의지를 보인 적도 있다. 당시 당국은 한화가 인수하면 과당 경쟁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인수를 불허했다. 

 

그러나 정부는 2조 5000억 원을 제시한 현대중공업에는 인수를 허락했다. 현대중공업이라면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들의 비판을 피하면서 공적자금을 회수하고 싶은 당국으로서는 골치 아픈 대우조선 문제를 손 안대고 코 푸는 식으로 해결한 셈이다. 

 

다만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가 애먼 중국 조선사들에게 수혜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 글로벌 1, 2위 조선사의 합병에 따른 시장 재편과 선가 상승이 다 죽어가던 중국 조선사들을 다시 일으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1990년대 글로벌 조선산업 1위이던 일본도 2000년대 들어 기업 매각, 도크 폐쇄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벌였다. 결과적으로 경기 확장기 한국 조선사들에게 시장을 내어주고 말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회사의 구조조정은 노하우가 있는 인력과 서플라이체인 등 커다란 생태계가 하나 없어지며 이는 다시 재건이 안 된다”며 “한국의 글로벌 조선 시장점유율이 절반 정도라면 구조조정에 따른 선가 상승 수혜를 볼 수 있지만, 현재 한·중·일이 작은 격차로 경쟁하고 있어 기대한 만큼의 효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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