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고반장(류승룡 분)이 자신 있게 외치던 ‘수원왕갈비통닭’은 대체 무슨 맛일까? 영화 ‘극한직업’을 봤다면 한 번쯤 가져봤을 질문이다. ‘극한직업’은 마약단속반 형사들이 국제 마약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치킨집을 창업해 이들을 유인하는 모습을 그린다. 영화 속 치킨집은 절대미각을 가진 ‘마형사’가 개발한 수원왕갈비통닭 메뉴로 맛집 반열에 오른다.
‘극한직업’으로 ‘수원통닭거리’가 활기를 얻고 있다. 앞선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개봉 이틀 뒤인 지난 1월 25일 한 치킨집이 수원왕갈비통닭 메뉴를 출시한 이후 현재 수원통닭거리에 위치한 대부분의 치킨집에서 이 메뉴를 판매한다. 영화의 특수는 수원통닭거리 상인 모두가 누리고 있을까? 누적관객 1400만 명을 코앞에 둔 14일(누계 1359만 명) ‘비즈한국’이 수원 팔달구에 위치한 수원통닭거리를 찾았다.
# ‘원조’ 매출 3배 늘어…고객 요청에 하루 100마리 한정 200마리로
오후 5시 30분경 수원통닭거리는 수원왕갈비통닭을 맛보려는 손님들로 붐볐다. 거리엔 영화 속 수원왕갈비통닭 판매를 알리는 입간판과 현수막이 곳곳에 보였다. 수원왕갈비통닭 메뉴를 처음 출시한 N 통닭 출입구에는 손님 10여 명이 줄 서 있었다. 90석 규모의 2층 매장은 이미 꽉 찼다. 평일 퇴근시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좌석에 앉기 위해선 30분가량을 기다려야 했다.
주방에서는 직원 두 명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반죽을 입힌 큼직한 11호 생닭을 175℃ 이상 기름에 10분 이상 튀겨냈다. 기름이 빠진 치킨은 다른 직원이 스테인리스 통에 담아 양념을 묻혔다. 치킨에 ‘수원왕갈비’ 칭호가 붙은 것은 양념 때문. N 통닭 A 대표는 “간장 베이스의 일반 갈비소스에 고추씨, 사과즙, 배즙, 분쇄한 키위와 공개할 수 없는 비법 소스를 넣는다”고 귀띔했다.
치킨은 작은 가마솥에 빵과 함께 담아 손님에게 제공했다. 닭근위·완두콩·마늘 튀김과 양배추 샐러드, 무, 새우과자 등이 밑반찬으로 나왔다. 손님은 빵 사이에 샐러드와 치킨을 넣어 먹기도 했다. 이곳의 수원왕갈비통닭은 2만 원, 후라이드가 섞인 ‘반반’ 메뉴는 1만 9000원에 팔렸다.
이날 저녁 준비한 수원왕갈비통닭 100마리 분은 판매시작 2시간 30분 만인 오후 7시 40분경 동이 났다. 식사를 마친 한 군인은 “휴가 나왔는데 여자친구가 수원왕갈비통닭이 유명하다고 해서 왔다. 양념은 달달하고 끝맛이 매콤했다. 둘이서 먹었는데 조금 남길 만큼 양이 넉넉했다”고 전했다. 매진 이후 N 통닭을 찾은 전영신 씨는 “설날에 ‘극한직업’을 보고 지인들과 왕갈비통닭을 먹기 위해 방문했다. 수원왕갈비통닭 말고 다른 메뉴는 가능하다고 하는데 우리 목적은 왕갈비통닭이니 다른 가게를 찾아보려 한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N 통닭은 영화 개봉 이틀 뒤인 1월 25일 수원왕갈비통닭 메뉴를 재출시했다. A 대표는 앞서 2017년 같은 메뉴를 내놨다. 그는 “당시 순수 갈비양념으로 새 메뉴를 출시했는데 치킨과 갈비양념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2~3개월 판매하다 인기가 없어 메뉴에서 없앴다”며 “24일(개봉 이튿날) 영화를 보고 나서 메뉴를 부활시켰다. 옛날 레시피를 다시 꺼내니 반응이 좋지 않아 전 메뉴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선했다”고 전했다.
새 메뉴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극한직업’을 본 관객들이 영화 속 수원왕갈비통닭을 파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메뉴를 내놓은 N 통닭은 대목을 맞았다. A 대표에 따르면 N 통닭 매출은 영화 개봉 전과 비교해 3배가량 뛰었다. 직원 숫자도 평일 기준 6명에서 12명으로 주말 기준 10명에서 17명으로 늘렸다. A 대표는 “손님 요청으로 이번 주부터 하루 100마리 한정 판매하던 수원왕갈비통닭 메뉴를 200마리로 늘렸다”고 전했다.
A 대표는 “(영화 개봉 전에는) 통닭거리에서 두세 집이 잘 되고 우리 가게는 고전하는 편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좋은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갖고 통닭거리 사장님들이 모두 힘냈으면 좋겠다”며 “요즘 손님이 몰려 우리 직원이 모두 ‘극한직업’이 됐다. 변치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메뉴개발과 서비스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신메뉴 출시 안한 업체도 ‘극한직업’ 효과 누려
‘극한직업’ 효과는 수원통닭거리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청 환경위생과에 따르면 수원통닭거리가 위치한 창룡대로, 정조로, 팔달문로, 수원천로 등에 영업신고한 치킨 판매점은 14곳이다. 행궁동통닭거리 상인회 총무를 맡은 최용철 M 통닭 대표는 “‘극한직업’에서 갈비와 통닭을 접목하면서 통닭거리에 없던 메뉴가 생겨났다. 현재 우리 가게를 포함해 세네 곳을 제외하고 모두 수원왕갈비통닭을 출시했다. 일대 매출이 33%가량 오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메뉴를 출시하지 않은 가게 매출도 늘었다. 김성찬 I 통닭 대표는 “우리 가게는 수원왕갈비통닭 메뉴를 출시하지 않았지만 매출이 전년 대비 20%가량 늘었다. 추운 날씨에 사람들이 일부 가게로 몰리다 보니 반사이익을 얻은 면도 있다”고 전했다. J 통닭 2대 대표인 박민정 씨도 “겨울철 비수기에 ‘극한직업’으로 골목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원래 손님이 많았지만 영화 개봉 이후 매출이 5~10% 늘었다”고 말했다. 최용철 대표도 “개봉 전과 비교해 매출이 30%가량 늘었다”고 보탰다.
일부 상인은 갑작스런 대목을 맞은 수원통닭거리의 이미지를 걱정했다. 수원통닭거리에서 영업 중인 다른 치킨집 대표는 “일부 가게로 손님이 몰리면서 음식 맛이 떨어지면 상권 전체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 손님이 고루 분산돼 맛을 유지하고 영화의 이익이 좋은 쪽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용철 대표는 “지금 상우회 회장과 염려하는 부분이 거리의 정통성을 지켜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유튜브 등을 보니 ‘한 번은 먹을 만하다’ 또는 ‘비싸다’는 의견도 종종 보였다. 인기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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