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문재인 정부 들어 내놓은 강력한 부동산 정책들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서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 각국의 집값이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는 와중에 한국의 집값은 보합세를 보이는 등 안정되는 기미다. 또 전월세 부담도 낮아지면서 물가 압력도 떨어져 최근 고용부진 등에 따른 가계 부담을 낮춰줄 것으로 평가된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문재인 정부가 그나마 부동산 가격 안정세로 한숨을 돌리게 됐다.
15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18년 3분기 세계 주택 가격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택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0.46%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년 사이 주택 가격이 오른 46개국 중에서 세 번째로 낮은 상승률이다. 인도네시아의 주택 가격이 0.04%로 상승률이 가장 낮았고, 키프로스가 0.45%로 그 다음으로 낮았다.
이에 반해 주택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홍콩으로 1년 사이 주택 가격이 13.10% 급등했다. 홍콩의 경우 면적은 1100㎢에 불과한 데 반해 인구는 726만 명에 달하는 데다 최근 중국인들의 부동산 매입까지 늘면서 주택 가격이 상승세다.
홍콩 다음으로 주택 가격이 오른 나라는 아일랜드로 상승률이 12.41%였다. 이는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해 영국 주민들의 아일랜드 이주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슬로베니아(11.25%)와 포르투갈(10.17%) 등도 1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독일(5.48%)과 미국(3.53%), 중국(3.35%) 등 다른 주요국의 주택 가격도 오름세였다.
세계 각국의 주택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간 것과 달리 우리나라의 주택 가격이 보합세를 보인 것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부동산 가격 안정책이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한 덕분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에 ‘6·19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 대응’ ‘8·2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10·24 가계부채 종합 대책’ ‘12·13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 등을 내놓았지만 부동산 관련 세금 정책이나 주택 공급 대책 부문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주택 가격 상승세를 잡지 못했다.
이에 2018년 들어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재건축을 제한(2월 20일)하고, 양도세 중과세를 시행(4월 1일)해 주택시장으로 들어오는 자금을 차단했다. 이어 신혼희망타운 10만 가구 공급 방안(7월 5일), 3기 신도시(경기 하남, 과천, 남양주, 인천 계양) 조성 계획(12월 19일)을 발표하는 등 주택 공급책을 내놓았다. 노무현 정부 당시 세금은 올리면서도 제대로 된 주택 공급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집값 잡기에 실패했던 경험을 반영한 것이다.
잇단 부동산 정책 효과로 주택 가격은 지난해부터 안정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서울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 등 아예 하락하는 추세로 돌아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월 서울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2% 하락했는데 서울 주택 가격이 하락한 것은 지난 2014년 7월(-0.04%) 이후 처음이다. 이러한 부동산 가격 조정은 서민들이 사는 전세 가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1월 전국의 전세가격은 첫 번째 주 -0.09%, 두 번째 주 -0.08%, 세 번째 주 -0.09%, 네 번째 주 -0.13%로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주택 가격은 물론 전세 가격이 떨어지면서 물가도 하향안정세를 유지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물가 안정은 경기 부진 속에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서민들의 숨통을 트여주는 것은 물론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떨어뜨려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춰준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부동산 가격 조정이 전월세 비용을 낮추면서 물가 압력을 제한할 것으로 봤다. 씨티그룹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을 1.7%에서 1.3%로 낮췄고, 노무라는 1.7%에서 1.0%까지 하향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물가 안정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 하락이 경제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줄어든 주거비가 민간 소비로 연결돼야 한다. 현재 물가 안정과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 등으로 민간소비로 연결될 조건들은 충족됐지만 소비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점이 문제”라며 “올 1월 소비자심리지수가 98(기준치 100)로 4개월 연속 기준치를 밑돌고 있는데 경제 심리 회복을 위한 정책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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